#국민성금 1000억 원, 어디 어디 모였나 살펴보니
전국재해구호협회(희망브리지)가 쪽방촌 주민에게 마스크를 지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월 4일 행전안전부(행안부)는 코로나19와 관련해 모인 국민성금은 약 800억 원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로 전국에 접수된 코로나19 기부액을 종합하면 그 금액은 1000억 원을 넘어선다. 재해구호협회(희망브리지), 사랑의열매(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한적십자사 등 각 자선단체에 접수된 코로나19 기부액을 종합해보니 1000억 원을 훌쩍 넘긴 금액이 나왔다.
본지가 각 단체별 누적 기부금과 사용처를 확인해 본 결과, 1000억 원의 기부금 상당수는 주요 자선단체 3곳으로 모이고 있었다. 가장 많은 금액이 모인 곳은 전국 재해구호협회였다. 3월 9일 기준 총 738억 6116만 원이 모였다. 사랑의열매와 대한적십자사에는 3일 기준으로 각각 313억 원과 180억 원의 특별성금이 모인 것으로 확인됐다.
성금 전달방식은 대개 물품 지원으로 이뤄졌다. 자선단체가 현금성 자산 형태의 후원금으로 필요한 물품을 직접 구매해서 현장에 나눠주는 방식이다.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올해 1월 아산과 진천 인재개발원에 머문 우한 교민들에게 생필품과 구호물품을 지원하는 것을 시작으로 코로나19 관련 후원 사업을 시작했다. 3월 9일 기준 지원된 구호물품은 73만여 개에 이른다. 대개 마스크와 손 세정제, 식료품 등이다.
문제는 1000억 원에 이르는 성금이 즉각적인 지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선별진료소나 보건소 등 의료 현장에서는 모인 기부금에 비해 현장 지원을 제대로 못 받고 있다는 불만이 흘러 나왔다. 실제로 대한적십자사의 경우 총 180억 원의 기부금 가운데 현재까지 30억 원 정도를 집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인 기부금에 비해 실제 집행 금액은 적은 편이었다. 이 때문에 행정속도가 확진자 발생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현장 지원에 틈이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기부금이 즉각적인 현장 지원으로 이어지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기부금에 대한 통제권이 각 단체에 나눠져 있는 까닭이다. 1000억 원의 성금은 총 기부금의 합산액일 뿐, 기부금 사용에 대한 권리는 행안부가 아닌 각 단체에 있었다. 재해구호법에 따르면 지진 등 자연재난 발생 시 모인 성금은 의연금으로 분류되어 정부 개입이 허용된다. 그러나 코로나19 등 사회재난으로 모인 성금은 기부금으로 분류돼 최초 모금 단체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행안부는 각 자선단체의 성격을 존중하되 협력을 통해 사용처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기부금을 집행하는 행위는 각 기부처의 권한으로 정부에서 임의로 사용처를 결정할 수는 없다. 다만 적재적소에 기부금이 사용될 수 있도록 각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현장에 실제 물품이 도착했는지도 행안부에서 확인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국재해구호협회 관계자 역시 “특별 상황인 만큼 모든 지원 계획을 행안부와 협력해 결정하고 있다. 특히 2월 18일 31번 환자 발생 이후에는 대구와 경북지역에 집중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는 상태다. 모든 기부내역은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지하고 있으니 언제든 확인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구시 “현금성 자산은 모두 적십자로 보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코로나19 극복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현금성 후원금은 주요 자선단체로 전달된다. 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서는 특정 지방자치단체로 흘러들어간 기부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됐다. ‘건강권 실현을 위해 행동하는 간호사회’ 소속 최원영 서울대병원 간호사는 3월 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대구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에게 제공한 부실한 도시락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각종 후원금과 지원금은 다 어디로 흘러가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급기야 같은 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코로나19와 대구로 간 기부금 사용 내역을 모두 공개하라’는 내용의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후원금을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일부 불신과 달리 지자체에서는 현금성 후원을 받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시청 사회재난과장은 3월 10일 “지자체에서 성금을 받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만약 시청으로 구호 물품이 아닌 현금성 자산의 후원이 들어올 경우에는 모두 적십자사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즉 누군가 지자체로 일정 금액의 기부금을 전달한다고 해도, 현금성 자산이라면 모두 자선단체로 전달된다는 의미다.
다만 마스크나 방호복 등 구호 물자는 후원 물품으로 받고 있었다. 대구시에 따르면 9일 기준 시가 소유하고 있는 마스크 총 수량은 약 288만 개에 달한다. 대구시 복지정책과는 “현재까지 대구 거점 병원에 60만 개, 복지센터에 30만 개 이상, 그리고 대중교통 운수 종사자에게 20만 개 등이 지원됐다. 일반 시민들에게 전달된 것까지 포함하면 총 180만~190만 개의 마스크를 지원했다”라며 “의료진이 많은 병원이나, 취약계층이 있는 복지센터 등을 우선순위에 두고 배분하고 있다. 다만 마스크의 경우 필요한 곳이 매우 많은데 시에서도 갖고 있는 수량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랑의열매 관계자는 기부금 사용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자신이 낸 후원금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국민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규모가 있는 단체의 경우 후원 사업이 끝나면 기부금 사용처와 사용내역, 남는 기부금에 대한 사용 계획까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코로나19 특별 성금도 마찬가지로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