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 자신의 출마 지역구인 서울 종로구에서 미래통합당 점퍼 차림으로 마스크를 쓴 채 소독장비를 메고 방역 봉사활동을 하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 사진=황교안 대표 페이스북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총선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들의 고민은 깊다. 유권자들을 만나 자신을 알려야 하는데 감염 확산 우려 때문에 선거유세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몇몇 후보들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대구 북구 미래통합당 양금희 예비후보 선거캠프 사무장 이 아무개 씨가 사망했는데, 사후 검사에서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양 예비후보와 캠프 관계자들도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 구로을의 윤건영 후보도 선거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구로구 코리아 빌딩에서 콜센터 직원 집단 감염이 발생, 캠프 관계자들과 함께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를 하고 있다.
당 차원에서도 대면 선거운동을 지양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구·경북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기 시작한 2월 25일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열어 “당은 이미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도 대면접촉 선거운동을 전면적으로 중단한다”며 “코로나19 대응에 총력을 쏟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후보들은 길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나 악수 대신 마스크를 쓰고 고개를 숙이는 인사만 할 뿐이다.
그렇다고 후보자들은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기존과 다른 방식의 선거운동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사람들을 한 장소에 모으는 오프라인 모임 대신 유튜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 자신을 알리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 후보들이 본인 이름을 내건 유튜브 채널을 개설, 영상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신의 공약을 설명하거나, 출퇴근 인사 등 유세 활동도 소개한다.
서울 종로구에 출마를 선언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 상임선대위원장도 “선거운동 방식을 바꾸겠다”며 유튜브에 ‘이낙연TV’를 개설, 온라인 소통을 강화했다. 경기 파주을에 나서는 박정 민주당 의원은 24시간 온라인 선거 사무실 ‘카카오 캠프’를 열었다.
이러한 온라인 홍보는 지역과 시간에 제약 없이 많은 유권자들에게 전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홍보가 총선에서 표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수도권 공천이 확정된 미래통합당의 한 후보 관계자는 “우리 후보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7만 명 가까이 된다. 조회수가 3만 뷰 넘는 영상도 있다”면서도 “이들의 정치성향이나 사는 지역 등을 파악할 방법이 없다. 총선에서 당선에 영향을 주는지 모르니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유세 대신 봉사활동으로 얼굴을 알리는 후보들도 있다. 거리로 나서 방역작업을 게 대표적 사례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자신의 출마 지역구인 서울 종로구에서 기호와 이름이 적힌 미래통합당 핑크 점퍼 차림으로 마스크를 쓴 채 소독장비를 메고 방역 봉사활동하는 장면을 선보였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방역 실패’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지역 ‘지킴이’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직접 헌혈에 나서고 동참을 호소하며 선거유세 효과를 내기도 한다. 최명희 미래통합당 강릉시 예비후보는 3월 2일 강원도혈액원 강릉혈액공급소를 찾아 헌혈을 하고 헌혈증서를 기증했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수원시갑 예비후보 역시 3월 6일 대한적십자사 경기혈액원과 함께 릴레이헌혈에 나섰다. 김 예비후보는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헌혈인구가 급감해 혈액수급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며 지지자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이런 봉사활동이 식상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한 예비후보 선거사무실 기획실장은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야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매번 새로운 아이템 발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코로나19 시국이라 기획에 제약도 많다. 각 후보들의 고심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적인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TV나 라디오 방송프로그램 출연도 활용된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선거방송 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제21조에 따르면 선거 90일 전부터 후보자는 교양이나 오락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없다. 방송 출연을 통해 우회적으로 선거운동 효과를 얻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다만 공직선거법에 의한 방송이나 보도·토론 방송 출연은 허용된다. 그럼에도 과거 후보자들은 선거를 앞두고 시사나 토론 프로그램 출연을 지양해왔다. 미래통합당 한 예비후보 관계자의 말이다.
“시사 프로그램에 전문가로서 패널로 출연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말을 하다보면 선거방송 심의 특별규정에 저촉되는 말을 해 제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후보들이 출연을 자제하는 편이다. 그보다는 지역구에 내려가 거리에서 유권자들을 만나 선거운동을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우리 후보도 방송 출연을 줄여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총선을 앞두고는 코로나19 여파로 대면접촉 선거운동을 할 수 없게 됐다. 결국 본인을 알리기 위해 다시 시사 프로 패널 출연 횟수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선거유세에 제약이 생기면서 유튜브 채널 등 온라인 선거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이 개설한 유튜브 ‘이낙연TV’. 사진=이낙연TV 캡처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대다수 후보들은 차차 대면 선거운동을 늘려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 등록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선거운동 기간에 돌입하면 기존의 선거유세 차량과 선거운동원들을 이용한 대중 집회 방식의 선거운동도 할 예정이다.
민주당 한 후보는 “다시 거리로 나가 선거운동을 하며 유권자들을 직접 만나야 한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인데 거리에서 노랫소리는 들려야 하지 않겠냐”며 “하지만 그 규모나 장소를 어떻게 할지는 코로나19 확산 추이와 정부나 당의 방침을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선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져 선거유세 제약이 많아지면 현역 의원이나 인지도 높은 기성 정치인들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역구 재탈환을 노리는 전직 의원은 “선거에서 ‘현역 프리미엄’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이번 총선은 코로나19로 유권자 접촉이 거의 불가능해 홍보가 더 불리한 상황이다”라고 토로했다.
반면 총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도시의 유권자들은 후보자보다 정당에 따라 투표한다. 시골에서는 후보자와의 혈연·지연 등 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선거유세 제약이 정치 신인에 불이익이 될 수 있겠지만 최종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정치 신인들에 불리하다면, 정당들이 이들에게 공천했겠느냐”고 지적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