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결정전은 6일부터 8일까지 이어졌다. 한국물가정보가 종합전적 2 대 1로 우승했다. 1차전은 꼬박 9시간 반을 싸웠다. 오전 11시에 시작한 경기는 저녁 8시 반에 끝났다. 양 팀은 베스트 멤버가 풀가동해 접전을 펼쳤다. 4국까지 2승2패로 박빙의 승부를 펼치다가 5국에서 물가정보 강동윤이 셀트리온 이호승을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2경기에선 셀트리온 핵심 ‘세 바퀴’가 승리를 결정지었다. 신진서 9단의 선제점, 조한승 9단의 리드점, 최정 9단의 결승점을 얻는 승리공식이 작용했다. 4국에 나선 셀트리온의 ‘여왕’ 최정은 허영호를 잡았고, 팀은 3승1패로 승리했다.
한국물가정보와 셀트리온의 KB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 신민준(왼쪽)이 신진서에 만방승을 거뒀다. 사진=한국기원
최종라운드에선 한국물가정보팀엔 3국(속기) 안정기, 2국(장고) 박하민, 1국(장고) 신민준 순서로 승전보가 전해졌다. 신민준 9단은 신진서 9단의 23개에 달하는 중앙 대마를 잡고 ‘만방승’을 거뒀다. 무적의 1승카드 신진서가 꺾여 승부가 났다. ‘신’ 내린 오더로 주장전을 만들어 싱글벙글했던 셀트리온 백대현 감독에겐 가슴 아픈 패배였다.
바둑리그 전문기자는 “이번 리그에서 가장 기쁜 팀은 한국물가정보, 가장 뿌듯한 팀은 셀트리온, 가장 아픈 팀은 킥스다”라고 총평했다. 신진서를 빼면 약간은 불안한 전력이었던 셀트리온은 창단 첫해 준우승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다. 뿌듯하다.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킥스는 너무 아까웠다. 전체 전력만 단순 비교하면 킥스가 셀트리온을 압도했다.
킥스 감독이 신진서를 피하기 위해 김지석, 윤준상과 같은 강타자를 3국 이후 뺀 게 패착이었다. 중요한 승부에서 감독들이 범하는 전형적인 ‘새가슴 오더’다. 셀트리온이 신진서를 가진 플러스 효과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챔프전 최종라운드에서 신진서를 꺾으며 최종 승리를 가져온 건 1지명 신민준이었다. 물론 이런 주장전(1지명 대결)이 한국물가정보 감독이 원한 바는 아니었다. 그래도 팬들은 이런 당당한 승부를 원한다.
‘부득탐승’(不得貪勝·승리를 탐내면 이기지 못한다)의 위기십결은 바둑리그와 같은 단체전에도 적용된다. 지금 바둑리그 감독은 상대팀 강한 선수와 우리 팀 약한 선수를 매칭시키는 데만 골몰한다. 결국 감독이 최상의 오더를 내면 팬들에겐 가장 재미없는 매치가 된다. 기이하게도 주장전 도입 또는 지명대결로 바꾸는 걸 가장 반대하는 게 감독들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리그를 기획하는 한국기원이 나서서 힘 있게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
우승을 거둔 한국물가정보 선수단. 사진=한국기원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한국물가정보 한종진 감독은 “너무 잘 싸워준 선수들이 고맙다”면서 “늘 믿고 맡겨주신 한국물가정보 임직원 여러분에게 우승의 공을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우승 시 공약이었던 ‘7단 고음의 노래’에 대해서는 “만약 2연패를 하면 14단 고음으로 도전하겠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한국물가정보팀 주장 신민준 선수는 “2차전에서 패해 흐름이 셀트리온에 넘어갔다고 생각했고 신진서 선수와 만나게 돼 많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며 “저만 이기면 우리 팀이 무조건 이길 것으로 생각해 팀원들을 믿고 집중했던 것이 승리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9월 개막해 6개월간의 대장정을 끝낸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기전 총규모는 37억 원이다. 우승상금은 2억 원, 준우승상금은 1억 원이며 3위 5000만 원, 4위 2500만 원, 5위 1500만 원의 팀 상금이 주어진다.
박주성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