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6일 오후 8시 35분경, 리투아니아 빌니우스 경찰서에 다급한 목소리로 구조를 요청하는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안타칼니스 부촌에 거주한다고 밝힌 이 여성은 남편과 두 아들이 자신을 집안 욕실에 감금한 채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구조를 요청했다.
코로나19의 급속 유행으로 인적이 뜸해진 이탈리아 밀라노의 두오모 광장. 사진=EPA/연합뉴스
가정폭력을 의심한 경찰은 현장으로 긴급 출동했고, 현장에 도착한 즉시 사태 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이내 부부싸움이 원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출동한 경찰에게 남편은 자신이 아내를 욕실에 가둔 사실을 인정하면서 코로나19 감염 공포 때문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얼마전 이탈리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아내가 그곳에서 중국 사람들과 접촉한 적이 있다고 말하면서 혹시 감염됐을지 모른다며 걱정을 하자 이런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남편은 아내를 위로하는 대신 즉시 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했고, 아내를 격리하라는 의사의 권고에 따라 실천에 옮겼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내에게 어떤 해를 가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고도 말했다. 폭력은 없었으며, 아내에게 어떤 불만도 나타내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경찰은 아내가 코로나19 감염증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구급차를 부르는 것으로 사태를 마무리지었다. 다행히 검사 결과 여성은 음성으로 판명됐으며, 이로써 남편의 걱정은 근거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이 사건이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은 코로나19의 공포가 가까운 사람들, 심지어 가족들 사이에도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하면서 씁쓸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