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금지법’ 통과 이후 SK그룹의 모빌리티 사업 육성 방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K네트웍스 노력에도 큰 변화 기대 어려워
SK네트웍스는 그룹 모빌리티 기반 사업의 선봉장 역할을 해왔다. SK네트웍스는 2010년부터 ‘소유에서 이용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렌털·모빌리티 사업 전환을 시도했다. 이중 모빌리티 분야의 경우 2018년과 2019년에 걸쳐 AJ렌터카 지분 64.23%를 4625억 원에 인수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올해 1월엔 자사의 렌터카 사업과 AJ렌터카를 하나로 합쳐 별도 법인 ‘SK렌터카’를 공식 출범시켰다. 지난 3월 4일에는 ‘코람코-현대오일뱅크’ 컨소시엄에 주유소 사업을 매각키로 하면서 1조 원이 넘는 ‘실탄’도 확보했다. SK네트웍스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렌털·모빌리티 전환을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재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SK렌터카는 모빌리티 사업에 주목하고 있는 SK그룹의 유일한 모빌리티 기반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렬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도 “SK렌터카 통합은 중장기적으론 SK그룹 모빌리티 첨병기업으로서 존재가치가 부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SK렌터카가 이 같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 렌터카 영역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SK렌터카는 AJ렌터카를 인수하면서 차량 20만 대를 보유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SK네트웍스가 보유한 렌터카를 기반으로 시장성이 검증된 ‘타다’와 같은 승차공유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SK(주)는 타다의 지분 23.87%를 갖고 있는 2대 주주다. 특히 ‘타다’가 지난달 법원으로부터 현행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판결을 받으면서 이 같은 전망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타다금지법’이 통과되면서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됐다.
승차공유 서비스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플랫폼 운송 면허 취득, 기여금 납부, 택시총량제 하에 영업이 가능해지면서 렌터카 기반 승차공유 플랫폼이 전멸하게 됐다”며 “기존 사업자도 운영을 지속하기 힘든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자가 진출하긴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체 사업 추진보단 협력 가능성 제기
이에 앞서 SK네트웍스와 쏘카와 협력 가능성도 제기됐다. 쏘카 2대 주주가 SK(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없다. 공유차량 업계 관계자는 “그린카는 모회사인 롯데렌탈로부터 차를 빌려서 이익을 내고 있지만, SK네트웍스가 자회사·계열사가 아닌 쏘카에 차를 빌려줘서 큰 이득을 보긴 어렵다”며 “또 지난해 동반성장위원회에서 SK는 투자자지 쏘카의 이해관계에 개입할 수 없다며 이미 논의를 끝냈다”고 밝혔다.
SK렌터카가 새롭게 카셰어링 사업에 진출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카셰어링 업계 관계자는 “카셰어링 시장이 아직은 초기라 이익을 내는 단계가 아니다”며 “SK네트웍스가 현재로선 지켜보다가 사업이 좀 더 커지면 그때 과감하게 투자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차량공유보다는 커넥티트, 자율주행차 등에 모빌리티 사업을 집중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18년 SK네트웍스는 SK텔레콤과 함께 사물인터넷(IoT) 전용망과 커넥티드카 플랫폼을 활용한 신규 렌터카 관리 서비스 개발에 나선다고 밝히기도 했다.
SK텔레콤과의 제휴 가능성도 제기된다. SK네트웍스가 SK텔레콤 T맵 택시(호출형 중개)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택시총량제 이하로만 플랫폼 운송 면허를 제한하는 ‘타다금지법’이 통과된 상황에서 사업 확대와 수익성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SK렌터카 관계자는 “물론 미래를 내다보고 모든 부분을 검토하고는 있다. SK텔레콤과 협력하는 부분도 맞는 이야기”라며 “하지만 신설 법인 SK렌터카도 변화의 결과물이다. 통합한 지 2달밖에 안 돼서 안정을 추구하고자 노력을 기울일 때지 카셰어링과 같은 새로운 사업을 논의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관심을 끄는 것은 주유소 사업 부문 매각 대금 1조 3000억 원의 활용 방안이다. SK네트웍스의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일단은 본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에 집중하면서 기회를 엿보다겠다는 복안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이번 매각도 차입금을 상환해 재정 안정화를 꾀하고 SK매직·SK렌터카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기본적인 방향”이라며 “이와 함께 전략 방향성에 걸맞은 추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방안을 열어놓고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