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중공업이 불법매립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지(동그라미 선 안) 모습.
[일요신문] 고성군이 이케이중공업의 바다 불법매립 사실을 알고도 공단 준공을 줬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명목으로 불법을 자행했다는 날선 비난이 나온다.
고성군은 해상물류가 가능한 임해입지인 동해면 용정리 내에 2010년 9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대가룡일반산업단지를 만들었다. 조선기자재의 입고 및 생산품 납품 등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확보하고, 지역경기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이케이중공업이 대가룡일반산업단지에서 사용하는 부지에는 모두 두 차례에 걸쳐 불법매립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고성군은 이 지역에 2008년 이전부터 물량장 1891㎡를 조성했다. 소규모매립이 가능한 면적은 1000㎡로 경남도 연안심의위원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나, 면적이 초과함에 따라 동의를 구하지 못한 것으로 보여 불법 매립이 강하게 의심된다.
고성군은 이후 어항시설물이 아님에도 불구, 이케이중공업에 어항시설사용 허가를 내줬다. 군이 2009년 신청자인 이케이중공업에 어항시설사용을 허가해주자, 이케이중공업은 2010년 산업단지 인가를 받아 단지 조성에 들어갔다.
이후 진행된 매립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점이 있다. 이케이중공업은 고성군으로부터 어항시설사용허가를 받자 수산자원보호구역 연안 3273㎡에 이르는 면적을 매립했다. 이는 해양수산부에 매립허가를 받아야 할 중대한 사안인 까닭에 불법매립인 점을 부인하기 힘들어 보인다.
특히 2013년도 군이 준공 승인할 당시 분명히 준공확인을 위한 측량을 실시했을 터인데도, 불법매립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고성군이 이케이중공업의 불법을 묵인·방조했다는 강한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게다가 해당 지역은 원래 물량장으로 조성된 곳이다. 어항에 설치되는 물량장은 어민들의 어업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든지 사용이 가능한 곳이므로 특정인이 울타리를 치거나 독점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케이중공업은 불법매립한 토지를 조선기자재운송을 위한 개인 물량장 및 작업장으로 사용하면서 건축물을 짓고 울타리까지 설치해, 마치 해당 토지의 실질적인 소유주처럼 굴고 있다.
불법매립 의혹에 앞서 수산자원보호구역에다 산업단지 허가를 내준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구단위계획에 의해 공장설립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수산자원 보호를 위해 청정해역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 구역 내에 고성군이 공장설립 인가를 내준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다.
용정마을 한 주민은 “고성군과 이케중공업이 공모해 함께 불법을 저질렀다고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며 “아무리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해도 불법을 자행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고성군 관계자는 “어항구역이므로 어항시설점유사용허가를 줬다”고 말했지만, 사용허가만으로 매립을 진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케이중공업 측의 해명을 듣고자 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가 없었다.
정민규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