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속이 더부룩하고 얕은 잠을 잔다. 혹시 코로나 우울증일까?” 일본 메이세이대학의 임상심리학 교수 후지이 야스시는 “아직 코로나 우울증이라는 정식 진단명은 없지만, 일반 우울증처럼 기분이 침체되고 의욕 상실 같은 증상을 보인다”고 밝혔다. 계속되면 불면증이나 과면증(잠이 너무 온다), 식욕부진, 과식 등의 신체증상이 동반되며, 더 심해질 경우 깊은 좌절감에 빠지기도 한다.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됨에 따라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서초구의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는 시민들. 사진=박정훈 기자
인간은 위기에 직면했을 때 처음에는 ‘경고반응’이라 하여 일시적으로 의욕이 상승할 수 있다. 활동범위를 넓혀 스트레스에 대처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기가 길어질수록 반동으로 무기력해지는 시기가 찾아온다. 후지이 교수는 “이미 그 단계에 접어든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마음의 위기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심료내과 전문의 우미하라 준코는 실제 상담한 사례를 인용하며 ‘코로나 스트레스 완화법’을 소개했다.
#사례 : 재택근무로 생활패턴이 바뀐 A 씨 20대 여성 A 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 중이다. 출근을 위해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니, 밤늦게까지 코로나 관련 뉴스를 찾아보고 있다. 어떤 날은 커뮤니티 글을 읽느라 새벽에 잠들기도 한다. 사람들이 많은 공간은 꺼려지고, 기껏 외출하는 곳은 집 앞 편의점 정도. 산책 삼아 나갔다가 간식거리만 몽땅 사온다. 답답한 마음에 초콜릿이나 과자 같은 달달한 간식을 입에 달고 살았더니 며칠째 속도 더부룩하다. |
<대책1> 정서적 안정에 좋은 허브티를 마시자
재택근무나 유연근무제 등으로 가정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고 있다. 자칫 생체리듬이 깨지기 쉬운데, 기상과 취침 시간은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식사 시간도 규칙적으로 지키면 생체리듬을 되돌리는 데 효과적이다.
스트레스로 인한 과식이 고민이라면, 릴랙스 효과가 있는 허브티를 마셔보자. 추천하는 것은 캐모마일 티. 간식을 섭취하기 전에 마시면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 이때 숨을 천천히 길게 ‘후후’ 불면서 조금씩 마시는 것이 포인트. 숨을 길게 내쉬는 호흡법은 내장기능을 지배하고 있는 자율신경의 균형을 잡아주고 과식을 방지한다.
스트레스로 인한 과식이 고민이라면, 릴랙스 효과가 있는 캐모마일 티를 마셔보자.
#사례 : 업무 증가와 불안감에 시달리는 B 씨 총무인사팀 과장인 40대 남성 B 씨는 야근이 거의 없는 편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터진 1월 말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해외 사업부와 연락을 취하고, 사내 코로나 대책을 준비, 일부 직원들을 위한 재택근무 체제도 갖춰야 했다. 2월 중순부터는 불안감이 엄습하면서 심장 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사내에 감염자가 나오면 어쩌지?’라는 걱정에 쉽게 잠들지도 못했다. 동료는 ‘사장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책임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며 격려하지만, 불안감과 우울감이 심해지고 있다. |
<대책2> 몸을 통해 마음을 다스려보자
어느 정도의 불안감은 정상적인 반응이다. 심리학에서는 “인간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보편적인 현상”으로 본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코로나 감염은 곧 소멸될 것’ ‘별일 아니야. 나는 걸릴 리가 없어’하며 외출을 거리낌 없이 한다. 이 경우 ‘감염가능성을 다른 사람보다 낮다’고 과신하는 이른바 ‘낙관적 편견’의 소유자일 확률이 높다.
반대로 불안감이 심해 괴로운 사람도 있다. B 씨처럼 과도한 공포감은 불면증을 초래하고, 심신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므로 대책이 필요하다. 먼저 신체를 통해 마음을 다스리도록 하자. 가령 몸의 근육을 풀어주면 마음의 긴장이 완화된다. 또 힘차게 걸으면 무의식도 밝아져 마음이 편안해진다.
<대책3> 코 호흡으로 긴장과 불안 낮추기
아무리 불안을 떨치려 해도 잘 되지 않는 사람은 코 호흡을 추천한다. 단, 손을 깨끗하게 씻은 후 따라할 것. ①의자나 바닥에 편안히 앉는 다음 허리를 곧게 편다. ②오른손 엄지로 오른쪽 코를 누르고, 왼쪽 콧구멍을 통해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③콧구멍 역할을 교대할 때는 가능한 숨을 멈춘다. ④오른손 약지로 반대편 코를 막고, 이번에는 오른쪽 콧구멍을 통해 숨을 내쉰다. 마신 숨의 2배로 길게 내뱉으면 좋다.
코로나19 감염 공포로 인해 한산해진 명동거리. 집에 틀어박혀 코로나 뉴스만 보는 극단적인 생활 대신 평소 못했던 음악감상이나 독서로 스트레스를 날려보자. 사진=최준필 기자
<대책 4> 과도한 정보 의존에 주의하라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놓지 않고 코로나 정보를 검색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오히려 정보를 많이 접하는 것이 걱정과 불안감을 증폭시켜 정신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조언한다.
스트레스 회복에 관한 연구로 유명한 이스라엘의 사회학자, 안토노프스키 박사는 “끊임없이 정보를 찾는 사람은 어딘가에 계속 갇혀 있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스트레스 상황에 적응하지 못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정보는 정확한 근거가 있는 것만, 시간을 정해 찾아보는 편이 좋다. 믿을 만하고 유익한 정보들은 몇 분 단위로 빠르게 업데이트되지 않는다. 또 여러 번 중복 발신되기 때문에 아침, 점심, 저녁 필요한 만큼만 시간을 투자해 정보를 체크해도 충분하다.
후지이 야스시 임상심리학 교수는 “불안감이 커지는 데는 미디어의 영향도 있다”고 전했다. 예컨대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찬반양론으로 나뉘는 경우가 많다. 매체가 다양해졌고, 코로나 관련 보도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미디어와 마주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무엇이 옳을까?’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까?’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없게 되거나, 소화하지 못한 채 또 다른 정보와 마주하게 된다.
여기에 인포데믹(정보전염병)도 혼란을 가중시킨다. ‘인포데믹’이란 잘못된 정보나 악성루머가 인터넷 등을 통해 매우 빠르게 확산되는 현상이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 코로나 관련 정보가 과도하게 넘쳐 괴담을 낳고 있다”며 “인포데믹 확산을 막기 위해 다양한 소셜미디어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대책 5> 최대한 조심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즐긴다
감염 가능성이 높은 밀폐된 실내 공간,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모이는 장소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계속 집에만 틀어박혀 코로나 뉴스만 보는 극단적인 생활을 할 필요는 없다. 인간은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오감이 차단되면 정서적으로 불안정해진다. 따라서 음악을 듣고,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일련의 행동들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또 방역을 유지하면서 근처 공원을 걷는 것도 추천한다. 참고로 영국 서섹스대학교 연구팀에 의하면 “독서가 스트레스를 날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