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는 G마켓·G9·옥션을 운영하는 국내 최대 규모 이커머스 업체다. 이베이 본사 측에서 제시한 몸값은 5조 원으로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유통 대기업인 롯데·신세계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한편에서는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체급을 키워야 하는 쿠팡도 후보로 떠오른다.
국내 최대 규모 이커머스 기업 이베이코리아의 매각설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사진은 이베이 본사 모습. 사진=공식 홈페이지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보로 국내 기업 중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곳은 롯데다. 롯데는 2017년 11번가 지분 매각, 2019년 티몬 매물이 나올 때도 유력 인수 후보로 꼽힌 바 있다. 롯데쇼핑은 온라인 플랫폼 ‘롯데ON’을 공개하며 이커머스 시장에 꾸준히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다. 그러나 롯데쇼핑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 인수합병(M&A)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가 현재로써는 자사 플랫폼에 집중, 외부 이커머스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도 후보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롯데에 비하면 전망이 회의적이다. 신세계의 온라인 쇼핑몰 ‘에스에스지닷컴(SSG닷컴)’의 영업손실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약 456억 원이다. 물류창고와 공장 설립 및 유지 등 초기 투자 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금력에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기업 상황이 현재 좋지 않아 5조 원에 달하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기는 쉽진 않다고 평가된다.
이런 가운데 쿠팡이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는 쿠팡이 M&A로 규모를 키운 뒤 나스닥 상장을 노릴 것이라는 관측에 기인한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쿠팡의 현재 시장점유율(약 13%로 추정) 상태로 성공적인 (나스닥) 상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절대적 시장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하면 구조적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이 나스닥에 상장하기엔 현재 시장점유율이 낮은 편”이라며 “쿠팡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국내 시장점유율이 30% 안팎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베이코리아의 인수 후보로 쿠팡이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사진=고성준 기자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1P(직매입)가 강점인 쿠팡은 3P(파트너사-소비자 연계하고 수수료를 받는 방식) 사업의 성장 속도가 로켓배송에 비해 더딘 상황이다. 때문에 3P 사업 전문인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시너지를 누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의 배송 시스템은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발달됐고 지방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며 “데이터베이스가 잘 구축된 이베이코리아와 손을 잡으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몸값이다. 업계에선 영국 이베이 본사가 이베이코리아의 몸값으로 5조 원을 책정한 것에 ‘거품론’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일부에선 8조 원까지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온라인 쇼핑과 관련된 업종들이 비교적 M&A 시장에서 높게 평가받기도 하고, 최근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자금이 몰리는 경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쿠팡 입장에서는 5조 원은 큰 비용이다. 하지만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추가 투자가 이뤄진다면 인수 가능성이 높아진다. 앞의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손정의 회장의 결정이 필요하다”며 “쉽진 않겠지만 필요하다면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의)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를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