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 부산진갑 예비후보가 미래통합당 공천 결과에 반발해 3월 11일 부산시청 앞에서 삭발식을 갖고 21대 총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 4·15 총선이 한 달가량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부산·경남에서 공천 탈락자들의 무소속 출마가 잇따르면서 선거판의 최대 변수로 부상했다. 특히 미래통합당에서 컷오프 당한 주자들의 무소속 출마 강행이 해당 지역구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락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경남에서는 먼저 미래통합당에서 컷오프 당한 김태호·이주영 후보가 무소속출마를 공식화했다. 경남도지사와 당 최고위원을 역임한 김태호 후보는 고향인 산청·함양·거창·합천 지역구에서, 국회 부의장을 지낸 이주영 후보는 자신의 기존 지역구인 창원 마산합포에서 유권자의 선택을 받기로 결심했다.
홍준표 후보는 당에서 경선탈락 방침을 발표한 뒤 곧바로 향후 방향을 정하지는 않았다. 그동안의 흐름이 우여곡절이 많았던 만큼, 이후 여정도 쉽사리 결정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홍 후보는 9일 당에 재심을 요청하더니, 12일에는 당이 결정을 번복하지 않을 경우 당초 예비후보로 등록한 양산을이 아닌 대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주을의 김재경 후보는 당의 결정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김재경 후보는 “불통의 벽에 분노를 느낀다”면서 무소속 출마를 공식화했다. 공천에서 고배를 마신 거제의 김한표 후보도 무소속 출마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에서는 부산진갑이 가장 잡음이 거세다. 미래통합당은 이 지역에 부산시장을 지낸 서병수 후보를 낙점했다. 당이 공천을 결정하자 기존 예비후보들이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먼저 부산진갑 당협위원장을 지낸 이수원 후보도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략공천 철회를 강력 요구했다.
정근 후보는 11일 삭발식까지 거행하며 당의 결정에 울분을 토했다. 정근 후보는 이날 “모리배들의 정치적 농간에 난도질을 당했다”면서 무소속 출마 의지를 표명했다.
정근 후보가 예상을 상회하는 반발을 보이자 미래통합당과 서병수 후보 측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자칫 20대 선거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0대 선거 당시에는 정근 후보가 나성린 후보 공천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후보가 승리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미래를 향한 전진4.0’ 위원장을 역임한 이언주 후보가 공천권을 얻은 남구갑에서는 김현성 후보가 불만을 나타냈다. 해운대을에서는 김대식 후보가 공천 결과에 반발하고 있다. 이 선거구에서는 여공 출신에다 싱글맘인 김미애 변호사가 단수 추천됐다.
김세연 의원이 불출마하는 금정에서는 김종현 영파의료재단 병원장, 원정희 전 금정구청장 간 2자 경선이 결정되자 컷오프된 백종헌 전 부산시의회 의장이 당에 재심을 신청했다. 강서구청장을 지낸 강인길 예비후보는 공천 결과에 반발해 탈당한 후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예정이다.
이처럼 부산·경남 각 지역구에서 컷오프된 후보들이 무소속 출마를 밝히거나 무소속 출마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새로운 관전 포인트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특히 예전의 ‘친박 연대’와 같은 이른바 ‘무소속 보수 연대’가 구체화되면 무소속 후보들의 파괴력은 극대화될 전망이다.
변수는 있다. 황교안 대표가 12일 당 공천관리위원회 공천심사 결과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기 때문이다. 문제 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공천 현역 물갈이율이 67%로 가장 높은 부산과 대권주자급들이 잇달아 컷오프된 경남 일부에서 후보자가 실제로 교체될지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