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간 영화에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최초의 영화로는 흔히 ‘중국인 세탁소에서 생긴 일’ 또는 ‘열차의 도착’을 꼽는다. 1895년 12월 28일 파리의 그랑 카페에서 프랑스의 뤼미에르 형제가 시네마토그래프(Cinematographe)를 공개했다. 사람들은 영사기를 통해 스크린에 비치는 화면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워했다. 그러나 라디오가 1920년대 초 대중화되면서 사람들의 영화에 대한 관심은 더 증폭되지 않았다. 영화계는 1927년 ‘재즈싱어’라는 유성영화를 선보이면서 라디오와의 경쟁에서 비롯된 영화의 위기를 극복했다.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
영화는 3D영화(입체영화)를 개발하고 화면의 사이즈를 최대화시키는 기술(시네마스코프, 비스타비젼)의 진보를 이뤄냄으로써 텔레비전을 완전히 압도한다. 후에 텔레비전은 영화의 후속 플랫폼, 즉 극장에서 선보인 영화들이 후에 방송되는 상호보완적인 매체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후 영화는 대중문화산업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게 된다. 할리우드는 일개 스튜디오를 벗어나 미디어그룹으로 성장했고 세계 모든 나라에서 영화는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다. 경쟁자가 없음에도 영화는 새로운 사운드시스템을 개발해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했고 초대형 예산을 들여 화려한 시각효과(VFX)를 앞세운 대형블록버스터와 프랜차이즈물들을 제작했으며 관객은 극장에서 그들의 여가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하였다.
그간 영화와 극장의 경쟁자는 새로운 기기의 발명이었다. 라디오, 텔레비전, 비디오, 레이저디스크, 그리고 현재의 각종 OTT(Over The Top·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이 영화의 경쟁 상대였다. 그때마다 영화는 새로운 기술 개발 등 혁신에 혁신을 거듭해 경쟁자들을 이겨내고 문화산업의 최상위에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영화, 아니 정확히 말해서 극장을 절체절명의 위기로 내몰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사스, 메르스, 신종플루를 거쳐 현재의 코로나19까지 겪게 된 대중은 앞으로 영화 소비 패턴을 지금처럼 극장에서 하게 될지 단언하기 어렵다. 극장은 필연적으로 다중이용시설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예측할 수 없는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트라우마까지 생긴 대중이 편안하고 거리낌 없이 극장에 가게 될지는 미지수다.
극장뿐만이 아니다. 공연계도 지금 초토화된 상태다. 수많은 콘서트홀, 연극, 뮤지컬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공히 겪고 있는 현상이기에 그 위기감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프로축구, 프로야구 등 전 세계 스포츠계도 개막을 연기하고 무관중 경기를 실시하고 있으며 올여름 이웃나라 일본에서 열리는 올림픽마저도 정상적으로 개막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이제 거대한 혁신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각기 다중이 이용하는 산업들은 이 미증유의 상황에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있다. 원하든 원치 않든 패러다임의 혁신이 유일한 살길이라고 생각한다. 바야흐로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의 시대가 오고 있다.
원동연 영화제작자
※본 칼럼은 일요신문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