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의 금요일, 국내 증시가 전날에 이어 폭락장을 연출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62.89포인트(3.43%) 하락한 1771.44, 코스닥은 39.49포인트(7.01%) 하락한 524.00으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코스피는 1700선이, 코스피는 5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는 나란히 서킷브레이커(20분간 거래정지) 사이렌이 울렸다. 서킷브레이커는 8% 이상 폭락해 1분간 지속되면 발동한다. 코스피 시장에서 거래가 일시적으로 중단된 건 9년여 만이고, 코스닥 시장에선 4년여 만이다.
일명 ‘공포지수’라 불리는 코스피 변동성 지수인 VKOSPI 지수는 이날 장중 60.71까지 치솟았다. 2011년 8월 9일 장중 고가 70.33 이후로 가장 높다. 원화 가치도 추락했다. 같은 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2.8원 오른 달러당 1219.3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13.5원 오른 데 이어 이틀 연속 10원 넘게 상승했다.
코로나19 공포가 증시를 덮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감염병이 확산되면서 소비 감소가 생산 감소를 부르고, 경기 위축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침체 경로에 ‘인적 이동 제한’까지 겹치면서 시장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 추세라, 글로벌 증시에서 연쇄적으로 충격파가 넘어와 변동성이 커지면 금융위기 혹은 그 이상의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장밋빛 전망을 내놓던 증권가에선 최근 ‘시계 제로’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불확실성이 큰 만큼 바닥을 찾을 수 없고 이 때문에 명쾌한 전망을 내놓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하는 시각도 있지만, 이번 사태는 결이 다르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금융위기 당시에는 금융에서 위기가 먼저 불거져 자산 가격이 떨어진 뒤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쳤다면 이번에는 감염병이 실물경제에 먼저 영향을 미치고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위기 당시 시장에 돈을 푸는 통화정책과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란 기대감으로 정상화가 됐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3월 13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국내 증시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코스닥시장에 이어 유가증권시장에서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사진=연합뉴스
증권가에선 코로나19 확산세가 뚜렷이 진정될 때까지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최근 ‘위기가 기회’라며 저점으로 보고 투자하는 방식은 위험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코스피는 감염병 여파로 서서히 추락하고 있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 이후 3월 12일까지 총 12조 5005억 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는데, 지난 3월 12일과 13일 증시가 폭락하면서 이 투자는 사실상 실패했다.
여기에 개인 투자자들은 빚까지 내고 투자를 했다. 금융투자협회 집계를 보면, 지난 10일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0조 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직전 거래일인 1월 17일 당시 9조 7740억 원에 그쳤지만 불과 한 달 보름이 채 안 되는 사이 4000억 원이 늘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금액이다. 잔고가 오르면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인 개인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다. 다만 최근과 같이 증시 폭락세가 이어지면 반대매매가 이어진다. 신용융자거래를 통해 산 주식의 주가가 급락할 경우, 만기일까지 상환하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매도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당분간 증시가 하방을 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무조건 가격이 싸다고 해서 투자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현재 개인이 사들이는 물량이 많아 향후 주가가 반등하더라도 매물이 쏟아지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며 “현재로선 단기 투자처를 찾기보다 우량기업을 찾아 장기적으로 보고 투자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자산관리 전략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신중할 것을 당부한다. 불확실성이 큰 만큼 현금을 보유하고 관망하는 게 낫다고 입을 모은다. 정성진 KB국민은행 양재PB센터 팀장은 “현재 주가 지수가 일정부분 하락해도 수익률이 보장되는 ELS(주가연계증권)는 괜찮지만 펀드는 당장 손실을 보고 있다고 해서 급하게 빼기도 어렵고, 반대로 반등 기대감도 있어 혼돈스럽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과 달러 투자도 신중해야 한다. 달러는 최근 환율 변동성이 크고 금의 경우 주식시장과 같이 하락세라 안전자산인지 여부를 다시 검토해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실물경제 회복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현재로선 자산 유동화를 해두는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김상덕 하나은행 성산동지점장도 “현금을 보유하는 게 가장 좋고, 매각이나 신규 투자 등은 당분간 미뤄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또 다른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부동산 투자전망도 불투명하다. 부동산은 금융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는 만큼 절대적인 안전자산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영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전 부동산 114 대표)는 “투자뿐만 아니라 경제활동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일반적으로 이뤄지던 부동산 투자나 거래도 연기되거나 줄어들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다른 특수한 상황인 만큼 회복 가능성이 보일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