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배달기사까지 대면하지 않는 풍조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더 극명해졌다.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정 아무개 씨는 “음식 배달은 주로 배달앱으로 결제하지만 고객들이 직접 문을 열고 나와 음식을 받아가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초인종을 누르면 문 앞에 두고 가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카드나 현금으로 직접 결제해야 하는 상황이라도 문 앞에 큰 재활용 봉투 같은 것을 놔두고 그 안에 현금이나 카드까지 따로 넣어놓는다. 소통은 전화로 한다. 요즘 음식을 직접 받는 손님은 10%도 안 된다”고 전했다. 극단적인 비대면 소비가 늘어난 것이다.
음식 배달기사까지 대면하지 않는 풍조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더 극명해졌다. 오토바이 배달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고성준 기자
기본적인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쉽게 배달기사가 될 수 있다. 음식 배달기사들은 주로 배달대행업체로부터 모바일에 깔린 시스템을 통해 시시각각 매장의 콜을 받아 움직인다. 여러 배달대행 업체에 동시에 등록해 두고 그때그때 거리나 금액이 더 유리한 콜을 받아 움직이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보니 대부분의 프리랜서 배달기사들을 교육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땅치 않다. 기본적인 위생마저 배달기사 각자에게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배달 전문 한식당을 운영하는 윤 아무개 씨는 “매달 배달 건수에 따라 배달대행 업체에 수수료 외에 관리비를 따로 낸다. 배달기사들의 기본적인 위생관리는 대행업체에서 해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누구나 배달기사가 될 수 있다! 개인위생도 내 맘대로?
요즘은 배달대행 업체 외에도 ‘부릉’이나 ‘우버이츠’처럼 앱을 활용한 개인 간(P2P) 배달도 활성화 되고 있다. 우버나 그랩이 택시를 대신하듯 경험이 없거나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도 얼마든지 배달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게 되면서 배달기사를 관리한다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더구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배달 업무 자체가 늘며 개인 간 배달도 늘었다.
배달대행업체를 통하지 않아도 ‘부릉’이나 ‘우버이츠’처럼 앱을 활용한 개인 간(P2P) 배달이 활성화 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달을 직업으로 하는 이 아무개 씨는 “배달기사들이 하나의 대행업체 소속이 아니다보니 대행업체에서 마스크를 따로 챙겨주지는 않는다. 마스크를 교체하지 못하고 며칠 동안 계속 쓰기도 하고 면 마스크를 쓰기도 한다”며 “고객들이 사람들과의 접촉이 많은 배달기사에게 감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을 안다. 우리도 불안한 건 마찬가지다. 생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엘리베이터 탑승을 통해서도 아주 잠깐 사이에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짧은 접촉에 대한 대중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경기도 수원에서 배달 전문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 아무개 씨는 “하루 평균 50건의 배달을 하는데 하루에도 20~30명의 다른 배달기사들에게 배달을 맡기게 된다. 누구는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누구는 헬멧만 쓰고 있고, 누구는 장갑을 끼고 있지만 누구는 맨손이다. 배달대행 업체에서 배달기사에게 위생교육을 얼마나 할는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구든 배달기사가 될 수 있고 여러 대행사를 통해 콜을 따는 만큼 배달대행사가 배달기사들을 일일이 관리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깜깜이 전염’ 못 잡으면 코로나19 확산도 못 막아
여전히 식당에 가서 밥을 먹기보다 집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하지만 몇몇 소비자는 배달이 과연 안전할지 의구심을 느낀다고 한다. 배달기사가 잠복기에 있는 감염자라면 어떻게 될까. 확산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 확진자가 어디서 감염됐는지 모르는 ‘깜깜이 전염’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실제 중국에서는 배달기사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상태에서 바이러스를 전파시킨 사례도 있었다. 또 아직은 확진자가 아니라도 자가격리 중이거나 스스로 감염자인지 모른 채 배달음식을 시킬 수도 있다. 이런 까닭에 배달기사에 의한 감염 확산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그만큼 배달기사들의 개인위생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마스크 착용은 필수이고 최대한 자주 손소독제를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전문의들은 음식을 시킨 사람 역시 음식 포장을 벗긴 뒤 먼저 손을 씻고 식사하는 것을 권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Pandemic·대유행)이 선언되고 감염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확산되는 만큼 현재로선 유난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어 보인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