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이 패닉에 휩싸인 가운데 비트코인의 가격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은 명동에 위치한 빗썸 비트코인 거래소. 사진=임준선 기자
#가파른 하락세, 날개가 없다
비트코인은 올 1월까지만 해도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빗썸의 일별시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올해 1월 하순부터 본격적으로 1코인 당 가격이 1000만 원대 고지를 넘어서며 1100만 원대 후반까지 상승하며 기세를 올렸다. 3월 초까지 1000만 원대를 유지하며 대체자산으로 입지를 강화하는 듯싶었지만 WHO(세계보건기구)의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선언 전후로 본격적인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9일 1000만 원대가 무너진 뒤 지난 3월 10일과 12일 사이에만 200만 원 가까이 떨어졌다. 13일에는 600만 원을 밑돌기도 했다.
그나마 이 가격은 국내 시장 특유의 프리미엄이 붙어있다. 같은 시간 암호화폐 정보 웹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5400달러(약 658만 원)로 수준으로 24시간 전과 비교해 25%나 하락했다. 이날 한때 4100달러(약 500만 원)선까지 추락하며 지난해 3월 수준까지 밀렸다. 비트코인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시가총액이 높은 이더리움(ETC), 비트코인에스브이(BSV), 바이낸스코인(BNB) 등도 20~30%대 하락세를 보였다. 급격한 하락으로 인한 충격은 단기간에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비트코인 추락의 배경은?
비트코인 가격 하락의 원인은 분명치 않다. 오히려 최근 비트코인과 관련된 호재가 적지 않았다. 실제 오는 5월은 4년 주기의 ‘비트코인 반감기(비트코인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가 예정돼 있었다. 공급량이 줄어들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최고점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 국내의 경우, 암호화폐를 가상자산으로 인정한 특정금융거래정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제도권 진입의 큰 허들을 하나 넘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금융시장 충격파를 제외하고 비트코인 가격 폭락의 원인으로는 세계 최대 암호화폐 다단계 사기로 알려진 플러스토큰의 일반 거래소를 통한 비트코인 처분과 반감기를 앞두고 일부 채굴자들이 채굴한 비트코인을 쥐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분석이 정확한지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창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의 것으로 추정되는 비트코인 지갑에서 1000여 개의 비트코인이 출시됐다는 루머까지 돌면서 약세장을 부채질하고 있다.
#흔들리는 안전자산의 위상
안전자산으로서 비트코인의 위상은 이번 폭락세로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과거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마다, 비트코인은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금융시장 전체가 ‘패닉’에 휩싸이면서 비트코인의 역할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이장우 한양대학교 글로벌기업가센터 겸임교수는 “비트코인은 시총이 크지 않아 특정한 세력에게 충분히 휘둘릴 수 있는 변동성이 큰 구조”라면서 “변동성이 크다는 점 때문에 투자자들이 다른 자산에 비해 선제적으로 현금화에 나서면서 하락폭이 커졌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글로벌 운용사가 비트코인을 편입하는 추세에 있고 호재가 사라진 것도 아니기 때문에 5월 반감기 이후에는 다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비트코인 채굴 생태계 역시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채굴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꼽히는 7500달러(약 914만 원)선을 장기간 밑돌 경우, 채굴 중소업자는 버티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를 대신해 보다 큰 대형 사업자 위주로 관련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분석이다.
임홍규 기자 bent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