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 서울 광진을에서 맞붙는 미래통합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왼쪽)과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 사진=오세훈·고민정 페이스북
추미애 법무부 장관 불출마 선언으로 무주공산이 된 서울 광진을은 이번 총선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구 중 하나다. 미래통합당은 일찌감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전략공천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을 공천하며 맞불을 놨다. ‘보수 잠룡’과 ‘대통령 입’의 맞대결인 셈이다. 이 때문에 광진을은 정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 판세의 바로미터로 꼽힌다.
대중적 인지도는 둘 다 높은 편이다. 오세훈 전 시장은 국회의원과 서울시장을 거쳤고, 고민정 전 대변인은 아나운서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재 ‘정치 신인’ 고 전 대변인이 오 전 시장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일보와 KBS가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3월 12~14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고 전 대변인은 지지율 43.3%로 32.3%의 오 전 시장을 11%포인트(p) 앞섰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3월 14~1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고 전 대변인이 41.7%, 오 전 시장이 39.8%를 기록해 오차범위 내 각축전을 벌인다고 나왔다.
서울 동작을도 거물급 의원과 정치 신인 구도로 짜여졌다. 이 지역구는 통합당 원내대표 출신의 나경원 의원이 두 번 출마해 당선된 곳이다. 나 의원으로서는 5선 도전이자 지역구 수성의 의미를 가진다. 통합당도 나 전 원내대표를 가장 먼저 공천 확정했다.
민주당은 나 의원 저격수로 정치 신인인 이수진 전 수원지법 부장판사를 내세웠다. 박근혜 정부 시절 사법농단 의혹을 폭로하며 주목을 받은 이 전 판사는 1월 민주당에 영입인재 13호로 입당했다. 이 전 판사는 3월 16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총선은 국회를 마비시키고 국정 발목 잡는 전국의 ‘나경원’을 잡는 선거”라며 “동작의 나경원을 반드시 잡겠다”고 출마 각오를 다졌다.
정치권에선 이 전 판사가 현역 의원인 나 의원 대항마로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신보라 통합당 의원은 2월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동작구민들이 나 의원과 대적할 만한 상대라 인정해줄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이 전 판사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뉴시스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3월 14~15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전 판사가 43.0%, 나 전 원내대표는 40.2%를 기록했다. 오히려 정치 신인인 이 전 판사가 2.8%p로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2018년 6월 서울 송파을 재·보궐 선거 당시 배현진 후보(왼쪽)와 최재성 의원. 사진=연합뉴스
서울 송파을에서는 민주당의 친문 실세 현역 의원과 통합당의 정치 신인 대결이 성사됐다. 5선에 도전하는 최재성 의원과 배현진 후보가 주인공이다.
‘문재인 호위무사’로 불린 최 의원은 2018년 6월 송파을 재·보궐 선거를 통해 2년여 만에 국회에 재입성했다. 당시 최 의원에 밀려 2위로 낙선한 이가 자유한국당에 입당하자마자 첫 선거를 치른 배현진 후보였다. 둘은 2년여 만에 리턴 매치를 벌이는 셈이다.
이번 대결에서는 현재까진 배현진 후보가 앞서는 양상이다. 중앙일보가 입소스에 의뢰, 3월 13~14일 실시한 ‘총선에서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가’ 여론조사 결과 통합당 배현진 후보가 40.3%로, 37.5%의 최재성 의원을 앞섰다. 둘의 격차는 2.8%p로 오차범위 안이다. 재·보궐 선거에서는 최 의원이 54.4%, 배 후보가 29.6%를 득표한 바 있다.
호남에서는 민생당 중진 의원과 민주당의 신참급 정치인의 대결 구도가 그려졌다. 광주 서구을에서는 민생당 천정배 의원과 민주당 양향자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 위원이 맞붙는다. 4년 전 20대 총선에서도 두 사람이 격돌했지만, 천 의원이 승리했다.
천정배 의원은 이번 총선을 통해 7선에 도전한다. 이길 경우 유력한 국회의장 후보다. 이에 맞서는 양향자 위원은 상고 출신으로 삼성전자 평사원으로 입사, 유리천장을 뚫고 여성임원 신화를 이뤘다. 이를 인정받아 2016년 1월 민주당 ‘문재인 키즈’로 영입돼 정계에 입문했다. 같은 해 4월 20대 총선에서 천 후보에 고배를 마셨지만, 이후 민주당 여성 최고위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등을 거치며 정치적 보폭을 넓혀왔다.
‘영보이’ 중진 정치인과 ‘올드보이’ 정치 신인의 대결로 눈길을 끄는 지역구도 있다. 경기 오산에서는 민주당 안민석 의원과 최윤희 전 합참의장이 맞붙는다. 호적상 1966년생 만 53세인 안민석 의원은 오산에서 17대 총선부터 내리 4선에 성공했다. 이번에도 공경자 오산범시민연대 공동대표의 경선 도전을 받았지만 단수 공천자로 낙점됐다.
안 의원에 대항하기 위해 통합당은 ‘오산 토박이’ 최윤희 전 합참의장을 전략공천했다. 해군사관학교 31기로 군에서는 해군 참모총장과 합참의장까지 두루 거쳤지만, 정치는 이번이 첫 입문이다. 최 전 합참의장은 1953년생 만 66세다.
부산 해운대갑은 통합당 하태경 의원과 민주당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두 번째 맞대결이다. 지역구 현역 의원인 통합당 하태경 의원이 3선에 도전한다. 1968년생으로 올해 만 51세인 하 의원은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새로운보수당 초대 책임대표를 역임했다.
1951년생으로 올해 만 68세인 유영민 전 장관은 기업인 출신으로 LG CNS 부사장,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원장, 포스코 경영연구소 사장을 지냈다.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영입돼 해운대갑에 출마했지만, 하태경 의원에 밀려 낙선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 초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직을 맡았다가, 이번 총선 출마를 위해 물러났다.
이외에도 서울 구로갑의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통합당 김재식 변호사, 강원 원주갑의 민주당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 통합당 박정하 전 이명박 청와대 대변인, 수원무에선 4선의 민주당 김진표 의원과 통합당 박재순 당협위원장, 부천 원미을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과 통합당 서영석 전 경기도의원, 인천 계양을 4선 민주당 송영길 의원과 통합당 윤형선 전 인천시의사협회 회장, 성남 수성구 민주당 김태년 의원과 통합당 염오봉 꼴찌없는 글방 대표의 지역구 대결도 여당 중진 정치인과 야당 정치 신인 구도로 꼽힌다.
반면, 성남 중원은 4선 신상진 통합당 의원과 민주당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의 대결로 야당 중진과 여당 신인 구도가 짜여졌다.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4월 총선 서울 종로에서 맞붙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국무총리(왼쪽)와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붙는 서울 종로도 중진 정치인과 정치 신인의 대결 구도로 구분할 수 있다. 이낙연 전 총리는 4선의 국회의원과 1번의 지방선거 전남도지사를 거쳤다. 반면 황교안 대표는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역임하긴 했지만 선출직 선거는 이번이 첫 도전이다.
차기 유력 대선주자 두 사람이 나란히 출마해 서울 종로는 이번 총선 전국 최대 격전지로 꼽혔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과 달리 현재 여론조사 등에 따르면 일방적 구도로 흐르고 있는 모양새다.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3월 1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전 총리는 55.3%로 30.6%를 기록한 황 대표를 24.7%p 격차로 앞섰다. 중앙일보가 입소스에 의뢰해 10~1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 전 총리가 50.5%, 황 대표가 30.2% 지지율을 보였다. 여론조사기관과 기간마다 차이는 있지만 지난 1월 말부터 실시된 모든 여론조사에서 이 전 총리가 11~27%p 차이로 황 대표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여론조사상 열세라는 지적에 대해 황 대표는 3월 17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저는 새로 출발했고, 중요한 건 추세라고 본다. 지지율의 전체적인 추세는 아마 격차가 많이 줄어들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낙연 전 총리는 지금까지 5번 선출직 선거에 나가 패배한 적이 없다. 이러한 기록이 이번 총선에서도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한국리서치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리얼미터, 입소스, 리서치앤리서치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각 여론조사업체 홈페이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