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A 아파트 단지 상가. 이곳은 GS건설이 대표로 현대건설, 포스코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공한 아파트와 상가가 위치해 있다. 이 상가를 분양받은 입주자 가운데 일부는 GS건설의 무성의한 대처 탓에 신용불량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고 호소했다. 반면 GS건설 측은 “할 만큼 했지만 금융기관 측에서 연장을 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GS건설 사옥. 사진=최준필 기자
문제는 상가 준공과 아파트 준공이 연동돼 있다는 점이다. 상가 준공을 내주지 않으면 아파트 준공도 나갈 수 없었다. 아파트 입주를 위해 기존 집을 팔거나 넘기는 계약을 한 아파트 입주민 수가 많아 고양시 측에서 준공허가를 해주지 않을 경우 입주자들 피해도 막심할 수 있었다.
고양시청 관계자는 “당시 비가 샜던 것은 맞지만 하자 부분은 준공 전 마무리를 했다. 다만 당시 분양 받은 상가가 워낙 고분양가였던 데다 상가 시세가 떨어져 수분양자들이 항의하기 시작했다. 고분양가 문제 때문에 중도금과 잔금 만기를 8개월 연장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측 사이에 낀 고양시에서는 GS건설과 상가 수분양자 양측을 중재해 중재안에 서명하도록 했다.
수분양자 측 중재안 조건 가운데 하나가 잔금 1년 유예였고 GS건설 측에서는 부분허용으로 준공 후 8개월 연장을 제안해 합의했다. 8개월 연장된 잔금 납부일은 오는 4월이다. 잔금 납부가 유예되면서 그에 따라 중도금 대출 만기도 GS건설과 협약된 두 개 저축은행에서 1차로 2개월 연장을 했다.
때문에 8개월 유예된 잔금 납부일보다 중도금 대출 만기가 일찍 돌아오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중도금 대출은 잔금 지급일과 연동돼 있다. 그래서 해당 부동산의 담보 대출로 중도금을 상환하고 잔금을 지급하게 된다. 중도금 지급일이 2개월밖에 늘어나지 않아 1월 23일로 만기가 다가왔지만 아직 잔금 지급일은 약 3개월 남은 상황이었다.
A 아파트 상가 수분양자에게 대출을 제공했던 두 저축은행 가운데 신한저축은행은 1차 연장에 이어 입주일까지 2차로 만기를 연장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상가연합회 회장은 “GS건설 측은 결정권이 저축은행 측에 있다고만 했고, 신한저축은행에 사정을 이야기하니 대승적 차원해서 유예해주기로 했다고 나중에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GS건설과 협약된 또 다른 저축은행인 JT친애저축은행과 계약된 사람들은 JT친애저축은행도 만기가 연장되리라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친애저축은행에서는 연장하지 못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했다. 친애저축은행 측은 한 번 연장한 뒤 다시 연장하기 위해서는 GS건설 측이 만기연장요청서를 보내야 하는데 GS건설이 연락이 되지 않아 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JT친애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에서 업무협약서에 따라 시행사에 두 번이나 공문으로 발송한 분양대금반환청구 요청도 GS건설 측에서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GS건설 측은 “1월 15일 중도금 만기 연장 요청을 통화로 이야기했다”고 했지만 따로 공문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에 JT친애저축은행 관계자는 “담당자가 바뀌었다는 일상적인 대화 내용만 있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JT친애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은 당황하게 된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살던 집을 담보로 주택 담보 대출을 받아 중도금 대출을 상환하거나 급하게 현금을 융통해 돈을 갚았다고 한다. 하지만 몇 명은 급하게 돈을 구할 수 없었고 결국 만기를 넘어 연체를 하게 됐다. 연체가 되면서 모든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다른 곳에서 추가 대출을 받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상가 입주자들이 장마철 누수가 발생해 항의했고 이에 고양시청 중재 하에 여러 중재안 중 잔금 8개월 연장이라는 안이 나오게 됐다. 사진은 누수 당시 모습.
연체자가 된 홍 아무개 씨는 GS건설 측에 수십 번 전화했지만 담당자와 통화할 수가 없었다. 상가연합회 회장도 “GS건설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어떤 연락도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홍 씨는 만기로부터 한 달이 지난 뒤 더는 기다릴 수 없어 사전 약속도 없이 무작정 저축은행 담당자와 함께 시행사로 찾아갔다. 어렵게 만난 담장 직원과 처음으로 대화를 했고, 직원은 사실관계를 파악한 다음 답변을 하겠다고만 했다.
만기가 약 한 달 지난 시점인 지난 2월까지도 상환 유예가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JT친애저축은행은 GS건설 측에서 공문을 보내준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GS건설 측은 만기연장요청서를 보내지 않았다. 결국 수분양자들의 계속된 요청에 GS건설 측은 3월 JT친애저축은행에 만기연장요청서를 보내기는 했지만 만기변경협약서 작성에는 협조하지 않아 여전히 대출 연장이 어려운 상황이다.
수분양자들은 “우리가 JT친애저축은행을 선택한 것도 아니고 시행사 측에서 지정해줬는데 어떤 사람은 만기가 4월까지 연장되고, 어떤 사람은 만기가 1월까지라면 이건 불공평한 것 아니냐. 하자가 있어 8개월 잔금을 연장하기로 GS건설 측과 상가연합회가 합의해서 준공허가가 난 건데, 준공 이후에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GS건설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은 저축은행과 개인 간의 문제다. 중도금 연장 관련하여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과 수분양자 보호를 위한 협의는 할 수 있지만 금융기관에 대출 연장을 강요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라고 반박했다.
더 큰 문제는 연체가 시작된 지 90일이 지나면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점에 있다. 피해자들을 변호하는 정재형 변호사는 “90일이 되면 소위 신용불량자가 된다. 변제를 해도 그로부터 3년 동안 기록이 남아 있어 경제 생활이 불가능해진다. 이제 손 쓸 수 있는 시간이 약 30일 남았다. 30일 이후에는 다른 대출도 즉시 상환 요구를 받게 되고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지경이 된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