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16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1409원으로 게시돼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사우디와 러시아는 2014년 이후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로 고유가 수혜를 누리지 못했다. 심지어 러시아는 미국의 경제재제까지 받고 있다. 미국 셰일가스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약 40달러다. 셰일가스가 건재하면 원유시장의 경쟁도 치열하고 예전과 같은 고유가도 불가능해진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미국 셰일가스 업체들이 손익을 맞추기 어렵다. 사우디의 원유생산 단가는 배럴당 3달러 이하로 세계 최저다. 배럴당 30달러는 ‘편안하다’는 입장이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수년간 오일달러로 5770억 달러를 비축했다. 사우디의 5020억 달러보다도 많다. 러시아가 5년 이상 초 저유가를 버틸 수 있다고 공언하는 배경이다.
다만 이들 두 나라 역시 천문학적 재정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다른 산유국의 사정은 더 어렵다. 이 때문에 결국 두 나라가 다시 감산 협상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사우디의 손익단가는 배럴당 50달러선, 재정균형 단가는 배럴당 80달러선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사우디아라비아는 4월부터 증산과 함께 추가 시추 설비 투자까지 나설 방침이다. 100만 배럴 증산 설비를 갖추는 데는 200억~300억 달러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부담도 심한데 고비용이 드는 증설에 나서는 것은 이번 유가 전쟁을 장기화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2014년 이후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른바 화석연료가 아닌 친환경 에너지 시장이 급성장했고, 이 때문에 원유 산업 전반이 끊임없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현재 생산 중인 원유의 가치를 제한할 뿐 아니라 아직 매장된 원유의 잠재 가치도 위협하는 요인이다.
전기차와 신재생 에너지 등이 보편화되면 원유의 경제적 가치는 더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이참에 신재생 에너지 인프라에 치명적 타격을 입혀 원유 중심의 에너지 생태계를 좀 더 연장시킬 심산이라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