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지 컬러 2020년 혼다 슈퍼커브
혼다 슈퍼커브는 사실상 혼다 모터사이클의 시발점이자 발화점이다. 1950년대 모터사이클이 막 개발되던 시기에 자전거에 엔진을 얹어 모페드 형태로 만들어 타던 초기형도 혼다는 커브(Cub)라고 불렀다. 맹수의 새끼를 뜻하는 단어인데, 절묘하게 잘 어울린다.
초창기 커브. 혼다 커브 F형 (1951)
초창기 커브는 1951년까지 생산되었다. 기존 A형의 뒤를 이어 발매된 것으로 보조엔진이 달린 자전거로 보면 된다. 엔진과 배기가스로 인해 옷이 더러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엔진을 차체 후방에 장착했다. 순백의 탱크와 cub 로고가 들어간 빨간 엔진 커버의 디자인으로 발매 후 반년 만에 2만 5천 대를 팔았다고 한다. 판매점에서 판매하던 종래의 방식을 뒤엎고 우편을 통해 자전거 점에서도 주문, 판매할 수 있도록 하여, 1만 5천 건에 달하는 주문이 들어왔다고 한다.
동그란 하얀색 탱크와 빨간색 커버의 컬러 조합이 재미있다
우리가 아는 언더본 형태의 커브가 만들어진 것은 60년 전인 1958년이다. 당시 유럽에서 유행이던 스쿠터를 본 따 만들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라이더가 타고 내리기 쉽도록 가운데를 움푹 파낸 디자인과, 흙탕물이 튀지 않도록 레그실드(일명 치마카울)과 앞뒤 물받이(펜더)가 달려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당시 도로 사정이 그만큼 좋지 않았단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혼다 슈퍼커브 C100 (1958)
당시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패망 이후, 산업이 부흥하던 시기였다. 따라서 이동 수단에 필요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었기 때문에, 커브는 일상의 이동 수단으로 각광을 받는다. 커브는 그렇게 일본 내수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며 미국으로 수출되는 등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갔다.
2020 슈퍼커브 110 블루컬러
환갑도 훌쩍 넘은 이 시리즈는 인류가 만든 탈 것 중에 가장 많이 팔렸고(1억 대 판매 달성, 2018년), 아직도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타는 운송수단이라는 사실은 이 작고 귀여운 오토바이의 존재감을 거대하게 만든다.
봄날의 햇살과 잘 어울린다 (2018)
그동안 혼다 슈퍼커브는 여러 가지 버전으로 가지치기를 거듭하며 60년 이상 지속되었고, 지난 2018년 다시 원형 커브의 디자인에 가까운 모습으로 복귀해 국내 라이더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2020년 혼다 슈퍼커브 110 그린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슈퍼커브는 한국 전용 사양으로, 상용 모델을 염두에 둔 구성으로 출시된 것이다. 더 큰 뒤쪽 짐받이, 순정으로 장착된 앞쪽 짐받이, 무거운 무게를 견디도록 설정된 서스펜션, 유지관리에 유리한 튜브리스 타이어와 알루미늄 캐스트 휠 등을 적용했다. 하지만 클래식하고 귀여운 외모로 인해 일반인들에게 더 큰 관심을 받게 되었다.
2020 혼다 슈퍼커브 110 옐로
이번 2020년 슈퍼커브는 새로운 컬러를 추가하며 또 다른 선택지를 더했다. 기존 그린, 옐로 컬러에 더해 블루, 오렌지, 화이트/블랙 등 총 5가지로 출시된다. 화이트/블랙 모델은 조합이 묘한데, 아직 실제로 보지 못해서 판단은 미루겠다.
2020 혼다 슈퍼커브 110 화이트/블랙
성능? 높은 연비 효율? 그런 건 커브에게 물어볼 것은 아닌 것 같고, 이 바이크가 관심 있다면 그냥 타 보시라. 당신의 모터사이클 라이프를 열어줄 열쇠가 될 것이다.
글 이민우 모터사이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