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 XT6. 사진=캐딜락코리아
앞서 국내에서 선보인 XT5와 비교해 XT6는 한층 정제된 느낌을 준다. 웅장하고 각진 이미지 대신에 깔끔하게 정리된 선과 면을 내세운다. 헤드램프는 날렵하게 깎아 블랙 하이글로시 메쉬 그릴 양옆으로 배치했다. 그릴과 하단 범퍼는 입체적으로 맞물려 있다. 범퍼 끝단에서 헤드램프와 직각으로 만나는 LED 주간주행등은 기존 캐딜락의 디자인 요소를 계승했다. 자칫 밋밋해질 수 있는 인상은 그릴 중앙에 놓인 캐딜락의 엠블럼이 상쇄해준다.
측면부의 디자인 역시 전면부와 맥을 같이 한다. 시원하게 뻗은 직선을 바탕으로 차량의 성격과 쓰임새를 드러낸다. 후면부도 램프 등에 전면부와 같은 디자인 방식을 적용해 통일성을 확보했다. 실내는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모델답게 넉넉한 품을 자랑한다. 2명이 앉을 수 있는 3열의 좌석은 성인 남성이 앉기에 부족함이 없다. 세미 아닐린 가죽을 적용한 시트나 대시보드 아래 원목을 통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이밖에 HD급 화질로 개선된 리어 카메라 미러가 눈에 띈다. 다만 단조로운 색상과 내비게이션 등 멀티미디어를 표시하는 창의 크기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XT6는 개선된 3.6리터 6기통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기본으로 장착했다. 최고출력은 314마력, 최대토크는 38kg·m. 여기에 하이드로매틱 자동 9단 변속기가 장착했다. 터보 엔진이 넘쳐나는 시기에 자연흡기 방식의 6기통 대배기량 모델이라는 점에서 XT6는 남다른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문을 열 때부터 느껴지는 묵직한 무게감과 달리 주행감은 오히려 경쾌함에 가깝다. 뿜어져 나오는 힘이 자연스럽고 넉넉하며, 동시에 여유롭다. 엔진에서 만드는 힘을 적절히 조절하면 된다. 쥐어짜는 듯한 인위적인 개입으로 운전자의 몸을 경직시키지 않는다. 운전에서 오는 즐거움을 그대로 받아 안으면 된다.
큰 차체에도 정숙성은 기대치를 웃돌았다. 소음을 잡는 데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인상을 준다. 서스펜션 세팅도 바퀴로부터 오는 충격을 효과적으로 잡아준다. 투어 모드와 아웃도어, 스포츠 모드 등 총 4개의 주행 모드를 사용할 수 있는데, 이 중 스포츠 모드로 운전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중저속의 반응은 다소 더딘 편이지만 고속에서 움직임과 반응은 대형 SUV 치고는 제법 민첩하다. 패들 시프트의 조작감도 후한 점수를 줄 만하다.
XT6의 공인 연비는 리터 당 8.3km. 실제 연비는 공인 연비를 살짝 웃돌았다. XT6 정속 주행 등의 특정 상황에서 2개의 실린더를 비활성화하는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적용, 연료 효율을 끌어올린다. 하지만 실제 운전에서는 효과를 크게 체감하기는 어렵다. 가솔린 엔진, 대형 SUV라는 태생적인 한계와 최근의 국제 유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받아들일 수 있는 연비다.
2·3열 폴딩 시 최대 트렁크 2229리터까지 적재할 수 있는 트렁크도 장점이다.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에서 최고 등급인 ‘2020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를 동급 유일하게 받기도 했다. XT6는 캐딜락의 개편된 트림 전략에 따른 최상위인 ‘스포츠(Sport)’ 단일 트림으로 출시되며 개소세 인하분을 반영한 가격은 8347만 원이다.
XT6는 국내에 이미 출시된 대형 SUV 경쟁 모델과 구분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캐딜락에 대한 선입견에 갇혀 있기에는 시장과 소비자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사실 기회와 선택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모든 선입견은 깨지는 것이 옳다. XT6 출시는 캐딜락의 대한 선입견을 깨는 시작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임홍규 기자 bent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