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신도들이 집단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경기도 성남의 은혜의 강 교회 주변을 성남시청 공무원들이 3월 16일 오후 방역 작업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정부와 각 지자체가 신천지에 강력한 행정 조치를 취하면서 상황이 진정되는 듯했다. 신천지 교인을 전수 조사하고 신천지 관련 시설을 폐쇄했다. 하루 977명 확진자가 나온 3월 10일을 기점으로 추가 확진자 수는 점점 줄었다. 하지만 3월 15일 74명까지 줄었던 추가 확진자 수는 3월 18일 152명으로 반등했다. 교회나 구로구 콜센터 등 생활밀집시설의 소규모 집단 감염이 원인이었다.
3월 19일 0시 기준 질병관리본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신천지 교회를 제외한 집단 감염된 환자 수는 1894명(22%)이다. 이 가운데 종교 시설에서 집단 감염된 환자 수는 174명이다. 대표적으로 성남 은혜의강교회 59명, 부천 생명수교회 35명, 부산 온천교회 32명, 동대문구 동안교회 20명, 거창교회 10명 등이다. 은혜의강교회의 경우 소금물이 코로나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며 분무기로 신도들 입에 소금물을 뿌려 감염 피해를 키웠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기도 했다.
교회에서 확진자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은 이미 예견됐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전병율 차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3월 11일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한풀 꺾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절대 아니다. 이제 시작”이라며 “코로나19는 우리가 알고 있는 신종플루보다 훨씬 확산이 빠르고 강하다. 구로 콜센터 같은 집단 감염지가 산발적으로 계속해서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관련기사 “한풀 꺾였다? 작은 신천지 속속”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처하는 자세).
문제는 앞으로 소규모 교회의 집단 감염은 계속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정부와 각 지자체가 구로구 콜센터나 천안 줌바댄스 감염 사태가 발생했던 생활밀집시설이나 다중이용시설 폐쇄엔 적극적이지만, 종교 시설 제재에는 비교적 소극적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 집회 자제를 권고하는 것에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신천지에 단호한 대처를 해왔던 이재명 경기도지사 또한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종교 집회 전면 금지를 검토했지만 예방 수칙을 지킨다면 종교 집회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지사가 내세운 조건은 발열 기침 인후통 등 증상 확인, 손 소독, 마스크 착용, 2m 간격 유지, 집회 전후 시설 소독 등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 특별관리전담반 관계자가 3월 5일 오후 경기 과천시에 있는 신천지 본부에 대한 행정조사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교인들의 반발이 거세다. 김정석 광림교회 목사는 3월 15일 설교에서 “예배를 드리는 장소가 감염병 확산을 일으키는 장소로 오인하며 왜곡한다. 교회 안의 예배가 사라지면 교회의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전북의 한 대형 교회 목사는 “하나님 덕분에 대한민국이 잘살게 됐는데 그 은혜를 잊고 교만해져서 하나님이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을 재앙으로 내린 것”이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생명수교회 무더기 확진에도 불구하고 부천의 1113개 교회 가운데 553개 교회는 3월 셋째 주 주말 예배를 강행한다.
감염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집회를 했던 신천지 교인들보다 위험을 알고도 예배를 강행하는 일부 교회가 더 상식 밖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인터넷 예배로 오프라인 예배를 대신하고 있는 정 아무개 씨(29)는 “신천지를 감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솔직히 신천지는 모르고 한 것이고, 지금 교회들은 알고도 하겠다는 거라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논쟁이 있을 순 있겠지만 종교 집회를 금지할 수 있는 근거 법은 마련돼 있다. 감염병예방법 49조는 ‘보건복지부 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모든 조치를 하거나 그에 필요한 일부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49조 2항은 ‘흥행, 집회, 제례 또는 그 밖의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이라고 명시한다.
법무법인 현재 김가람 변호사는 “헌법 37조는 필요한 경우에 법률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예배와 같은 대외적 행위를 제한하는 것은 내적 신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과 달리 볼 여지가 있다. WHO(세계보건기구)가 팬데믹(Pandemic·대유행)을 선언했다는 점, 밀집 예배의 경우 확산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 치료제가 없다는 점 등으로 미뤄봤을 때 예배 금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방인성 교회개혁실천연대 고문은 “어려운 시기에 사회 혼란을 줄이는 데에 도움이 되어야 할 교회들이 오히려 불안을 초래하는 일은 부끄럽고 안타깝기 짝이 없다”며 “재정적인 어려움, 교인들의 이탈에 대한 불안함이 있는 걸로 안다. 교단과 힘을 합쳐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3월 2일 경기도 가평 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가며 취재진을 향해 엄지를 지켜 세우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3월 12일 자가격리에서 해제된 대구·경북 지역 신천지 교인 5647명의 활동 재개 가능성도 여전히 불안한 요소다. 신천지 교회는 공식적으론 교인들의 모든 집회나 모임을 금지했다. 다행히 창립기념일인 3월 14일은 대규모 집회 없이 지나갔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계속해서 숨겨진 신천지 시설을 찾아 폐쇄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충북 충주 등에서 신천지 교인의 확진이 계속 발생하면서 불안은 가시지 않는다.
교주인 이만희 총회장의 직접적인 성명이 없는 상황에서 신천지 교인들이 활동하지 않을 가능성은 작다고 전해진다. 홍연호 전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대표는 “신천지는 위장 봉사단체, 위장 문화센터, 위장 회사 등 수많은 단체가 연결돼 있다.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가만히 있고 싶어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구조다. 예배가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모이게 돼 있다”며 “실제로 부모, 자식이 신천지 교인인 가족들에 따르면 현재도 이들이 아침에 나가서 저녁에 들어온다고 한다. 활동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만희 총회장 등의 사기죄 의혹 고발 사건은 3월 18일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맡기로 했다.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가 3월 12일 청와대 민원실에 접수한 고발장이 3월 17일 대검찰청에 이첩됐다가 안양지청으로 내려졌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