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이 투자하며 ‘라임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코스닥 상장사들의 CB(전환사채)와 BW(신주인수권부사채) 흐름을 확인,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의 수상한 동행 정황을 포착했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70 신한금융투자빌딩 전경. 사진=최준필 기자
일요신문은 앞서 라임이 투자한 코스닥 상장사 파티게임즈와 리드의 연결고리를 확인해 라임이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과 결탁한 정황을 보도했다(관련기사 [단독] 라임, 무자본 M&A 기업사냥 ‘몸통’ 정황 포착). 보도 이후 진행된 리드의 800억 원대 횡령 재판에서는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리드의 실소유주라는 증언도 나왔다. 지난 3월 11일 열린 리드 임직원 경영비리 재판에서 강 아무개 전 리드 영업부장은 “이종필 씨가 리드의 주인으로 알고 있었다”며 “(대표이사였던) 박 대표는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움직였다. 이종필 씨에게 잘하는 사람”이라고 증언했다.
또 강 씨는 라임과 신한금융투자가 무자본 M&A된 리드의 자금 유치에 활용됐다고 증언했다. 강 씨는 “(리드가 자금이 필요할 때) 회장직을 맡은 김 아무개 씨가 라임의 이종필 씨와 신한금투 심 아무개 씨를 통해 유치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한금투와 라임은 2017년 3월 리드가 발행한 2회차 CB를 각각 20억 원, 6억 원 어치를 나란히 매입했다. 이후 라임은 꾸준히 리드 CB를 매입해 총 300억 원이 넘게 투자했다.
리드 이외에도 이른바 ‘라임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코스닥 상장사 일부에서도 신한금투의 석연찮은 투자가 포착된다. 이들 상장사는 라임이 투자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거래가 중지되거나 주식이 급락했다. 지난 3월 18일 거래가 정지된 스타모빌리티(구 인터불스)가 단적인 예다. 지난 1월 기준 라임자산운용이 지분 41.15%를 보유한 스타모빌리티는 실소유주 김 아무개 회장이 대신증권 WM반포센터장(PB)과 라임 투자 피해자 녹취록에서 언급되며 라임 의혹에 이름을 올렸다. 스타모빌리티 측은 18일 김 씨를 횡령 혐의로 고소한 상황이다.
라임과 신한금투의 동행이 눈에 띄게 드러난 곳은 파티게임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파티게임즈 포렌식 조사보고서’에서도 신한금투의 이름이 확인된다. 파티게임즈가 발행한 CB에는 파티게임즈를 장악한 기업사냥꾼 측 지인 개인투자자가, BW에는 라임이 각각 투자했다. 라임은 파티게임즈가 2017년 7월 28일 발행한 400억 규모의 BW를 매입했다. 해당 BW의 외형상 발행대상자는 어큐러스였으나, 발행 당일에만 세 차례의 양도(프라이스킬러→제이에스엠인베스트먼트→신한금투)가 발생하며 최종적으로 신한금투에 양도됐다.
파티게임즈 주가조작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구본현 씨 측근 이 아무개 전 모다 부회장은 안진회계법인 측에 BW의 양도사유 및 라임과의 연관성에 대해 “프라이스킬러, 제이에스엠인베스트먼트 등은 모두 라임자산운용이 거래하는 곳이며 BW 발행 당일 순차 양도된 사유에 대해서는 라임자산운용 측이 알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신한금투는 2018년 3월 28일 한국투자증권과 아이엠지인터네셔널, 엘씨인터네셔날 등 다섯 기업에 해당 BW를 4차 양도한다. 한국투자증권이 보유 중이던 100억 원 규모의 BW는 2018년 4월 3일 5차 양도를 통해 라움테트라로 넘어간다. 라움테트라는 메트로폴리탄씨앤디와 동일한 회사다. 메르토폴리탄씨앤디는 라임의 부동산펀드 시행업무를 맡은 곳으로, 실상 라임 관련사 중 하나다.
앞서 이 전 모다 부회장은 “한국투자증권 등 모든 양수인들은 라임 또는 신한금투에 우호적인 곳”이라며 “라임이 수익률 관리를 위해 넘긴 것으로 알고 있으나 정확한 사유는 라임 측이 알고 있다”고 전했다. 파티게임즈 BW를 다른 곳으로 넘기는데 라임과 신한금투가 역할을 했으며, 라임이 펀드의 수익률을 조작하기 위해 BW를 증권사인 신한금투에 맡겼다는 ‘파킹거래 의혹’이 불거지는 대목이다. 파티게임즈와 관련된 라임의 장외 거래가 쉽사리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것 역시 신한금투의 역할 덕분이란 지적이다.
더욱이 신한금투는 다른 코스닥 기업 블러썸엠앤씨에서는 라임의 CB를 역으로 매입한 것으로 보여 두 금융사의 동행을 둘러싼 의혹이 짙어진다. 블러썸엠앤씨는 2019년 1월 8일 피앤엠씨를 대상으로 500억 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라임은 CB 발행 당일인 1월 8일 피앤엠씨로부터 CB를 장외매수, 그로부터 3일 뒤인 1월 11일 일부를 장외매도하면서 1월 15일 블러썸엠앤씨의 지분 23.48%를 보유하고 있는 주주로 공시에 등장했다. 신한금투는 1월 21일 DB금융투자로부터 CB를 장외매수하며 지분 20.36%를 보유한 주주로 등장했다.
이 시기 공시를 통해 CB의 양도 흐름을 살펴보면 1월 8일 라임은 장외매수한 644만 5115주 규모 CB 가운데 402만 8197주를 1월 11일 DB금융투자에게 넘기고, DB금융투자는 1월 21일 이를 201만 4098주와 201만 4099주 둘로 쪼개 각각 한국증권금융과 신한금투에 넘겼다. 이 가운데 한국증권금융이 가져간 CB는 또다시 같은 날 라임이 편입한다. 정리하면 라임이 매입한 CB가 ‘라임→DB금융투자→한국증권금융→라임’, ‘라임→DB금융투자→신한금투’로 이동한 셈이다.
블러썸엠앤씨가 처음 CB를 발행한 대상인 피앤엠씨도 주목해야 되는 기업이다. 자본금 1000만 원 규모의 피앤엠씨가 500억 원 규모의 CB를 인수할 수 있었던 배경에 리드, 혹은 라임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피앤엠씨 대표이사인 김 아무개 씨는 리드 횡령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 아무개 현 오라엠 대표이사와 동일 인물이다. 또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리드 대표 구 아무개 씨 또한 피앤엠씨 법인등기부에 2018년 3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최근 재판에서 증언을 통해 드러난 것처럼 라임이 리드의 실소유주였다면 사실상 라임은 자기자금을 돌려 블러썸엠앤씨의 CB를 발행, 매입‧매도하며 블러썸엠앤씨 주가를 조작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블러썸엠앤씨의 주가는 전환사채권 발행결정을 처음 공시한 2018년 11월 2일(종가 7930원)부터 상승세를 보이며 2019년 4월 19일 2만 9800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