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이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끈 택배사업 직원만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사진=일요신문DB
#사상 최대 실적 발표에도 택배부문만 울상
지난 2월 CJ대한통운은 택배부문 직원만 2019년 실적에 대한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다. 반면 택배부문을 제외한 모든 직원은 성과급을 받았다. CJ대한통운엔 CL(계약물류), 택배, 포워딩·글로벌, 건설, 4개의 사업부문이 있다. 이 중 택배부문이 CJ대한통운의 지난해 성장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CJ대한통운 매출 비중은 CL 24%, 택배 26%, 포워딩·글로벌 42%, 건설 8%를 차지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CJ대한통운의 2019년 2분기 양호한 실적은 택배 판가 인상 테이블 반영에 따라 평균 택배 단가가 2001원을 기록한 데서 기인했다”고 말했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 역시“택배부문의 수익성 호조가 돋보이며 2019년 3분기 영업이익 887억 원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19년 4분기 실적은 택배부문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다”며 “2020년도 택배사업부 중심의 실적개선이 이뤄지면서 이익 모멘텀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택배부문은 호황을 맞았다. 3월 11일 한국통합물류협회가 발표한 ‘2019년도 국내 택배시장 실적’에 따르면 전년 대비 택배 물량은 27억 9000만 개(9.7%), 평균단가는 2269원(1.8%)으로 증가했다. 택배 시장점유율 48.2%로 1위인 CJ대한통운이 수혜를 입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경영진 택배부문 목표치만 일방적으로 높게 책정”
택배부문이 성과급을 못 받은 이유는 목표치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택배부문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며 매출·영업이익 목표치를 공격적으로 잡았다. 반면 다른 사업부문의 전망은 어둡다고 판단해 매출·영업이익 목표치를 상대적으로 낮게 잡았다. 결국 택배사업만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고 성과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CJ대한통운 한 직원은 “경영진은 택배부문 2019년 계획 매출·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각각 18%, 250% 비율로 높여서 목표치를 일방적으로 책정했다”며 “타 사업부문도 비슷하겠지 생각했는데 실적 발표에서 타 사업부문이 낮은 목표치를 달성해 성과급을 받는 상황을 보니 배신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택배부문은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업계 성장률을 웃도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CJ대한통운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2019년 택배부문 매출·영업이익은 전년보다 각각 13.6%, 190% 증가했다. 내부 불만이 높아지자 사측은 결국 택배부문 직원들에게 몇십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했다.
CJ대한통운 한 직원은 “택배부문 특성상 쉬는 날에도 노트북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데 이런 처우는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며 “목표치에 미치지 못했더라도 이 정도의 성과를 냈다면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위해 성과급 지급을 고려해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진은 택배사업 2020년 계획 매출·영업이익의 기준치를 이번에도 높게 잡았다”고 덧붙였다.
현재 CJ대한통운 택배부문은 ‘코로나19’ 영향으로 특수 효과를 누리는 중이다. 코로나19 여파로 택배물동량이 2월부터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관련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택배부문 직원은 물동량 증가로 업무량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성과급마저 미지급되면서 사기가 꺾인 상황이다. 향후 CJ대한통운은 성과급이나 특별보너스 등을 지급할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겠지만, 성과급은 각 부문별 목표 달성 수준에 따라 지급하는 것으로 택배부문 임직원 역시 인식하고 있다”며 “상품권은 회계연도가 다른 2020년도 목표 달성 및 설 특수기 성공적 물량처리에 대한 격려 차원으로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