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전염병 사태로 국가 간 봉쇄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주식시장 역시 끝을 모르고 추락하면서 세계 경제까지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3월 20일 기준으로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3만 명을 넘어선 상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뒷짐을 지고 있던 미국에서조차 감염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러다가는 전세계가 동시에 대공황에 휘말리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모든 악몽이 그렇듯 언젠가는 코로나19 사태도 시간이 흐르면 끝이 나게 될 터. 문제는 그 결말이 과연 어떤 결말이냐는 것이다. 최근 미국 온라인 매체인 ‘데일리비스트’는 세계보건 싱크탱크인 ‘액세스 헬스 인터내셔널’의 윌리엄 하셀틴 회장이 예상하는 네 가지 결말 시나리오를 소개했다. 아직 정답은 없지만 모두 충분히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들이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탈리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관광 명소인 피사의 사탑을 찾는 발길이 완전히 끊긴 가운데 방역 요원이 17일(현지시간) 피사의 사탑 주변 광장에서 소독제를 살포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새해가 밝았을 때만 해도 누가 이런 악몽을 상상이나 했을까. 예상치 못한 위기에 일부에서는 또 한 번 경제위기 10년 주기설이 들어맞았다며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바이러스 공포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 미국까지 확산되자 사람들은 도대체 이 유행병이 언제쯤 잠잠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장 궁금한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이고, 또 다른 하나는 ‘어떻게 끝날까’이다.
이에 대해 바이러스의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 우한에서 최근 미중 건강정상회의를 주재한 세계보건싱크탱크 ‘액세스 헬스 인터내셔널’의 윌리엄 하셀틴 회장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가설을 내놓았다.
“첫째, 날씨와 함께 진정된다. 둘째, 모두가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때문에 더 이상 퍼질 곳이 없어진다. 물론 그건 꽤 끔찍한 결말이긴 하다. 셋째, 1년 정도 걸리는 백신 개발이 이뤄지면 해결된다. 넷째, 어쩌면 몇 주 내지 몇 달 안에 몇 가지 예방약이나 치료제가 개발될지도 모른다. 이는 가장 가능성이 있는 결말이다. 마치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위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는 ‘노출 전 예방요법(PrEP)’처럼 말이다.” ‘노출 전 예방요법’이란 HIV 감염을 영구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알약을 복용하는 요법이다. 다만 이 예방요법은 HIV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에게만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앞으로 HIV에 감염될 위험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권장되고 있다.
먼저 날씨를 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바이러스 확산 초기에 날씨와 관련된 발언을 했다가 조롱을 받기도 했다. 요컨대 눈이 녹으면, 다시 말해 날씨가 따뜻해지면 바이러스도 잠잠해진다고 말했다가 근거 없는 추측이라며 비난을 받았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주장이 헛소리는 아니라고 말한다. 과거 질병관리본부에서 근무했던 제프리 클라우스너 캘리포니아대 전염병학과 교수는 “현재 축적되어 있는 역학 증거를 바탕으로 예상해보면 따뜻하고 습한 날씨에서는 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확실히 더디다. 그리고 이로 인해 환자수도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덧붙여 “감염자 수가 감소하면 중증 환자들 수도 줄어들게 되고, 모두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라고 말하면서 뉴욕처럼 사람들이 넘치는 대도시도 결국 언제 그랬느냐는 듯 차분해지고, 박물관과 브로드웨이 뮤지컬도 관광객을 위해 다시 문을 열게 된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방부를 상대로 전염병에 대한 조언을 해온 미시간대 역학 및 세계보건학 교수인 아널드 몬토 역시 “일반 감기처럼 상기도 감염을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에는 네 가지 종류가 있는데, 이 바이러스들은 계절에 매우 민감하다”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계절에 따라 분명 확산 속도에 차이가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코로나19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그 어떤 예측도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몬토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혀 새로운 데다 치명적이다. 아직은 그 무엇도 확신할 수 없다. 우리는 모르는 게 너무 많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의 말처럼 불행히도 가설은 단지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다. 어쩌면 예상을 뒤엎고 이번 유행병은 여름 내내 지속적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는 사람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을 때까지, 다시 말해서 모두가 감염될 때까지 유행할 수 있다. 백신이 개발되거나 치료제가 나와 완전히 확산 속도가 통제될 때까지는 계속해서 감염될지도 모른다고 말한 몬토는 이를 가리켜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불렀다.
서울 양지병원에 세계 최초로 설치된 ‘워크 스루’(1인 진료 부스) 방식의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사진=박정훈 기자
몬토는 “앞으로 몇 개월 안에 전세계 인구의 40~70%가 감염될 수도 있다. 치사율은 2%에 달할 것”이라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또한 앞으로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사망하고, 미국인 가운데 수억 명이 감염될지도 모른다고 예상했다. 이렇게 될 경우 일상의 거의 모든 활동들, 가령 사업, 교육, 문화활동, 농업, 생산성, 정신 건강 등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심한 타격을 받게 된다. 사람들이 모이길 꺼려하면서 공개 모임이 불가능해지고, 장례식조차 치르기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클라우스너 역시 비슷한 견해를 나타냈다. 모두가 감염된 후에야 비로소 사태가 종식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 그는 “일단 감염증이 충분히 널리 퍼지면 더 이상 감염될 사람이 남지 않게 된다. 바로 이 점이 중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에서 확진자 수가 감소한 원인일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국한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감염의 광범위한 확산으로 자연스럽게 면역력을 발달시키게 된다”고 덧붙였다.
클라우스너는 또한 “전세계 모든 인구가 그런 수준의 면역력을 키울 때까지 당분간 바이러스는 곳곳에 퍼지면서 아직 감염되지 않은 지역사회를 감염시키고,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 번째 결말 시나리오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백신 개발과 함께 바이러스 확산이 통제된다는 가설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려면 적어도 1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 문제다. 국립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장인 앤서니 포시는 “가능성 있는 백신이 오는 4월 1단계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만약 효과가 입증된다면 12개월에서 18개월 내에 일반에게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가능성 있는 백신들 역시 현재 미국과 다른 지역에서 개발 단계에 있지만 그 어떤 백신도 현재로서는 빠른 시일 내에 시판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장 백신 개발은 힘들지만 치료제의 경우에는 조만간 개발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셀틴과 클라우스너의 경우 몇 개월 안에 치료제가 미국인들에게 적용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하셀틴은 “사스와 메르스가 발병했을 당시 치료약을 개발하기 위한 엄청난 노력이 있었다”고 언급하면서 그 가운데 상당수가 효과를 발휘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 코로나19보다 사망률이 훨씬 높았던 이 두 가지 유행병은 치료제 개발 덕분에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진정될 수 있었다.
의료계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데 적어도 1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새로운 방법으로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는 브라질 상파울루대학교 연구진. 사진=EPA/연합뉴스
이를 본보기 삼아 전세계 의료진은 현재 치료제 개발에 매진하면서 더 적극적인 임상 테스트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하셀틴은 적어도 한 가지 치료법이 몇 주 또는 몇 달 안에 공공보건 시스템을 통해 시도될 가능성이 있으며, 심지어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클라우스너는 렘데시비르와 악템라 등 유망해 보이는 특정 항바이러스제 두 개를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이 가운데 후자는 “코로나19를 치료하기 위해 현재 중국에서 공식 사용되고 있는 항체치료제다”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제조하는 렘데시비르의 경우에는 테스트 결과 다양한 바이러스에 대해 광범위한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가장 유망한 치료제로 거론되고 있다. 클라우스너에 따르면 관계자들은 이르면 오는 4월에 발표될 렘데시비르에 대한 결과 보고서를 기대하고 있다. 세포 배양과 동물 실험을 통해 유의미한 연구결과를 얻었다는 얘기가 들려오고 있다.
그는 일부 고위험 감염자가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약업체와 미 식품의약국 간에 이미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독감의 경우, 치료 및 예방 차원에서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한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감염 가능성이 있는 환경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수도 있는 사람들에게 약품을 나눠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반인들이 HIV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항HIV 약물을 광범위하게 배포하는 방식과 달리, 호흡기 질환에 대한 항바이러스제는 요양원이나 취약계층 가정과 같이 고위험군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곳에 전략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에 대해 몬토는 하셀틴과 클라우스너의 치료제에 대한 낙관적인 예상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다고 말하면서도 미국인들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내에서 2002년과 2003년 사스 전염병이 확산됐을 때와 유사한 추이의 발병률을 보일 것”이라고 점치면서 “다시 말해 폭발적으로 감염자 수가 늘어났다가 서서히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몬토는 “분명히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위험지대가 있다. 아마도 발병 추이는 그런 곳을 중심으로 한두 달 동안 지속되다가 곧 누그러질 것이다. 하지만 아마 그 이유를 결코 알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점쳤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