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을 위하여’ 우희종·최배근 공동대표가 3월 1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자환경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평화인권당,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비례연합정당 협약’ 체결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더불어시민당은 출범 3일 만인 3월 20일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완료했다. 더불어시민당은 3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당헌·당규에 따라 설치된 비례대표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정하고 민주적인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관리를 위해 공천관리위원들을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더불어시민당은 강영화 변호사 등 여성 공천관리위원 3명과 김제선 희망제작소장 등 남성 공천관리위원 7명으로 공천관리위원회를 꾸렸다. 공관위를 구성한 더불어시민당은 여의도 소재 빌딩에 독립된 당사를 마련했다.
더불어시민당은 공천 절차에 대한 구체적 계획까지 제시한 상태다.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순번 1~10번 공천권은 ‘시민을위하여’가 행사할 전망이다. ‘시민을위하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며 검찰개혁을 주장했던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가 주축이 된 플랫폼정당이다. ‘시민을위하여’는 3월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당 등록을 마쳤다.
비례대표 순번 11번부터는 더불어민주당 추천에 따라 후보자가 결정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3월 14일 이미 비례대표 후보자 25명의 순번을 발표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 1번으로 ‘영입인재 1호’ 최혜영 강동대 교수를 결정했고, 2번은 김병주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3번은 이수진 최고위원을 배치했다. 비례대표 4번엔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회의 대표상임의장이 이름을 올렸다.
3월 2일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자 면접 현장. 사진=박은숙 기자
그런데 정치권에선 민주당 비례대표 순번이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순번 일부로 승계된다면 공직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직선거법 제47조(정당의 후보자 추천)는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의 구체적 절차를 당헌·당규 및 그 밖의 내부 규약으로 정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정당은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 절차의 구체적 사항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서면으로 제출해야 한다. 또한 선관위는 추천 절차 제출여부와 내용을 홈페이지에 게시해야 한다.
일요신문 취재에 응한 한 변호사는 이 법령 조문에 대해 “공천 과정에서 정당의 독립성을 보장하려는 취지라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 법조인은 “민주당이 정한 비례대표 순번이 다른 정당 공천 심사에 영향을 미친다면, 해당 법령과 전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란 법적 해석이 나올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능성과 관련해 선관위 관계자는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 답변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면서 “어떤 정당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해당 정당에서 법 조항(공직선거법 제47조)에 따라서 후보자 추천절차를 제출할 것이다. 선관위는 (서류가) 제출된 대로 후보자가 잘 추천이 됐는지 검토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평론가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위원은 “선관위 측에선 앞서 언급한 법적 절차의 범위를 좀 더 넓게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후보를 추천하는 공천관리위원회가 순번을 정한 뒤 정당의 최고의사결정기구가 승인을 하면, 법적으로 크게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이라고 했다.
이어 채 연구위원은 “더불어시민당 역시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치면 민주당이 정한 비례대표 순번을 일부 승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하면서도 “이런 절차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요식행위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비민주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정치 행태로 비칠 수 있는 위험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