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오피스, 방역시스템은 괜찮아
소규모 업체나 스타트업이 상당수 입주해 있는 위워크나 패스트파이브 등 공유오피스의 사정은 어떨까. 건물 내 공용공간이 많고 소속이 다른 익명의 사람들 사이 직간접 접촉이 많다보니 감염에 취약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유오피스에 입주해 있는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로 공실률이 많아진 것 같다. 공용 카페나 휴식 공간 등에 예전처럼 사람이 많지 않고 여러 명이 이용하는 공용 사무실도 썰렁해졌다”며 “일반 회사들도 그렇지만 아무래도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들이 많다보니 공유오피스에 사람이 줄어든 것도 당연해 보인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유오피스 위워크는 잦은 방역과 소독 작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사진=위워크 제공
하지만 또 다른 IT 관련 스타트업 관계자는 “처음엔 공유오피스이다 보니 여러 사람이 마음대로 들락거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입구를 하나만 남겨놓고 진입로를 폐쇄한 뒤 입구에서 일일이 신원확인과 발열, 마스크 착용 여부를 체크하고 있어서 오히려 일반 건물에서 일하는 것보다 안심이 된다”며 “기존의 네트워킹 프로그램은 모두 중단됐지만 업체의 대처가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라 평했다.
앞서의 스타트업은 재택근무를 고려하다가 당장의 생존 문제로 재택근무를 포기했다. 위 관계자는 “소규모 스타트업들은 당장의 생존문제가 걸려있고 시시각각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만큼 현실적으로 장기간 재택근무를 하기가 쉽지 않다”며 “코로나가 초장기전으로 갈 것 같아 단기간 재택근무는 의미 없다는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공유오피스의 방역이 일반 오피스보다 철저한 수준이라 전 직원이 출근하고 있다”는 말을 보탰다.
공유오피스에 입주해 있는 한 대형 외국계 스타트업 한국 지사는 본사의 지시로 무기한 재택근무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공유오피스는 본사와 장기 계약된 상태라 임대료는 계속 나가고 있지만 그 비용을 감수하고라도 감염에 대한 위험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공유오피스 임대료 비용을 낮출 차선책을 검토 중이라 밝혔다.
또 다른 공유오피스에 입주해 있는 숙박 예약 관련 스타트업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재택근무가 일반화될 경우 공유오피스의 가치가 떨어질 것 같다. 이번 사태를 통해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체험하면서 다양한 보완책을 스스로 찾아내기 시작했을 것”이라며 “공유오피스뿐만 아니라 오피스빌딩 시장 전체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에어비앤비 예약 급감에 청소업체도 매출 하락
대표적인 숙박공유 플랫폼인 에어비앤비도 수요가 확 줄었다. 이태원에서 에어비앤비를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손 아무개 씨는 “단독주택 몇 채를 월세로 빌려 에어비앤비를 운영 중인데 예약율이 10% 이하로 떨어졌다. 자가주택이 아니라 비용 부담이 큰데 예약이 잡히지 않아 부채가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며 “중국과 유럽 손님이 많았는데 비행기 자체가 뜨지 않으니 지금은 난방비라도 줄이려 아예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손 씨는 “예약이 들어와도 잠복기 감염자가 아닐지 불안한 건 주인도 마찬가지”라며 “꾸준히 해볼 생각으로 2~3년 동안 월세로 집을 몇 채나 계약해 당장 그만둘 수도 없는 노릇이라 빈집에 월세만 나가고 있다”며 걱정이 많았다. 관련 포털사이트 카페에는 에어비앤비 숙소의 양도 매물이 급증했다. 평소에는 한 달 3~4건에 불과했지만 3월에는 이미 100여 건에 육박한다.
에어비앤비나 일반 가정집, 사무공간 등을 전문적으로 청소해 주는 청소관리 공유 업체도 덩달아 불황이다. 시간 단위로 가격을 책정해 청소를 대행해 주는 한 업체에서는 “요즘은 청소관리사들이 일반인의 집으로 가는 것도, 가정에서 청소관리사를 부르는 것도 다 조심스러워 한다. 한마디로 일할 사람도, 부르는 사람도 없다. 공급과 수요 모두 급감해 매출이 급락했다”고 전했다. 매출 급락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외출자제와 개학연기, 재택근무, 이사연기 등의 이유도 있어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음식 배달이 늘면서 공유주방은 오히려 활기를 띠고 있다. 한 공유주방에서 조리하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반면 코로나19로 인해 음식배달이 늘면서 공유주방은 오히려 활기를 띠고 있다. 공유주방에서 점심시간에만 돈가스와 떡볶이로 도시락 메뉴를 내는 한 스타트업 대표는 “주방을 낮·밤이나 평일·주말 등 시간이나 날짜별 섹션으로 나누어 사용하는 공유주방은 홀 없이 배달을 위주로 하는 만큼 임대료 부담은 낮은데 코로나로 주문이 늘어 매출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공유차량의 경우도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단위 대중교통을 기피하는 현상이 늘어남에 따라 오히려 이용률이 다소 증가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공유차량업체 관계자는 “출퇴근 및 외출하는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줄어 매출이 다소 감소하기는 했지만 또 다른 수요가 창출되고 있어 아직까지는 큰 타격이 없다”고 말했다.
상점공간공유 사업을 하는 오상혁 럭스테이 대표는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사람이 없어도 되는 무인 O2O(Online to Offline) 관련 개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한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솔루션의 접목과 카메라나 센서 등의 기능 활용이 많아질 것”이라며 “자원을 재활용한다는 측면의 공유경제도 결국 동선이나 공간을 무작위로 셰어하지 않고 개인이 독립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비대면 서비스가 접목되어야 경쟁력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공유경제 전문가는 “공유경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겠지만, 코로나19 사태는 마치 공룡시대에 떨어진 운석 같다. 둔하고 기민하지 못한 공룡은 멸종하고 재빠르고 변화에 민첩한 포유류는 살아남았던 것처럼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는 분야는 생존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된 후에도 ‘더 스마트한’ 공유경제 모델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결론이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