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는 예정보다 일찍 애리조나를 떠나 집으로 향하게 됐다. 사진=이영미 기자
추신수는 3월 17일(한국시각) 스프링캠프였던 애리조나를 떠나 집이 있는 댈러스로 돌아갔다. 원래 22일까지 선수단 전체가 애리조나에 남아 훈련을 이어갈 예정이었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선수들이 애리조나를 떠나기로 해 17일 짐을 꾸렸다. 류현진은 여전히 플로리다주 더니든 TD볼파크에서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40인 로스터에 든 선수들한테만 훈련장을 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광현은 세인트루이스 훈련지가 있는 플로리다주 주피터에 남았지만 조만간 머물 장소를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 최지만은 20일 미국 언론 탬파베이타임스를 통해 한국으로 귀국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코로나19가 미국 스포츠까지 집어 삼키면서 메이저리그는 대혼란에 빠졌다. 시즌 개막일은 최소 8주 이후로 미뤄졌고, 선수들은 뿔뿔이 흩어졌으며, 언제 다시 모여 훈련을 시작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개인 훈련만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최근 코로나19 극복 성금으로 2억 원을 내놓은 추신수는 3월 15일까지만 해도 텍사스 레인저스 선수단 전원이 합의한 대로 애리조나에 남아 스프링캠프를 이어갈 계획이었다. 추신수는 선수들과 함께 일주일가량 훈련을 더 진행한 다음 예정대로 22일 연고지로 이동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런데 불과 이틀 만에 애리조나를 벗어나야만 했다. 미국 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선수단의 불안감이 고조됐고, 이럴 때일수록 가족들과 함께 지내야 한다는 일부 의견도 반영됐다. 더욱이 텍사스 서프라이즈 훈련장이 폐쇄되면서 선수들로선 더 이상 고민할 여지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간 추신수는 하루 휴식 후 다음날부터 훈련장으로 출퇴근하면서 개인 훈련을 시작했다. 시범경기 없이, 정규시즌 개막도 미뤄진 상황에서 훈련을 이어가는 건 쉽지 않은 일. 그럼에도 언제든 시즌 개막을 맞이할 수 있도록 컨디션을 유지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류현진은 캐나다 정부가 입국을 제한하며 난감한 상황이 됐다. 사진=이영미 기자
류현진은 여전히 플로리다주 더니든 TD볼파크에서 훈련 중이다. 최근 캐나다 정부가 외국인들의 캐나다 입국을 제한한 터라 류현진으로서는 토론토 훈련장에 남아 훈련하는 방법 외에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아침에 출근하면 트레이너들이 입구에서 체온계로 선수들의 체온을 잰다. 어느 때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훈련하는 중이다.
그동안 정규시즌 개막에 맞춰 몸을 만들었던 류현진으로서는 갑작스런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특히 루틴을 중요시하는 선발 투수 입장에서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당황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류현진은 담담한 표정으로 이렇게 설명했다.
“나를 비롯해 태너 로아크, 맷 슈메이커, 체이스 앤더슨, 야마구치 슌 등이 모두 나와서 운동하고 있다. 팀 미팅 당시 선수들이 몸 상태를 계속 끌어올리는 것보다 지금은 살짝 그 강도를 떨어트렸다가 몇 주 후에 다시 끌어올리라는 조언을 듣고 개인 훈련의 강도를 상당히 낮춘 상태다. 그래서 캐치볼 대신 유산소, 코어 운동만 하는 중이다.”
토론토 훈련장의 개방 시간은 하루 3시간. 모든 선수들은 3시간 안에 훈련을 마치고 귀가해야만 한다. 구단에서 식사나 간식 등은 지급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다행은 포수 대니 잰슨, 리즈 맥과이어가 모두 훈련장에 남았다는 것이다. 즉 캐치볼 할 수 있는 포수가 있기 때문에 류현진으로서는 부담 없이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캐치볼을 하지 않는다. 다른 투수들은 캐치볼을 하는데 나는 아직 공을 던지지 않는 중이다. 캐치볼은 이후 훈련 일정이 잡힌 다음에 시작할 수도 있다.”
류현진이 지금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야구 외에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만삭인 아내의 출산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예정 출산일은 5월 중순.
“원래는 토론토 병원에서 출산할 계획이었다. 지금은 토론토에 갈 수 없는 상태라 플로리다의 병원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이와 관련해 구단에서도 많이 신경 써 주고 있지만 아내의 몸 상태가 걱정되고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미국은 코로나19가 번지면서 ‘사재기 열풍’에 휩싸였다. 마트마다 휴지는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휴지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물, 비타민 영양제 등도 구입하기 매우 어려운 상태다.
“이 시기는 캠프가 마무리되는 터라 더 이상 장보기를 하지 않는 편인데 플로리다 체류가 장기화되면서 휴지와 고기 등을 구입하러 마트에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어쩔 수 없이 야구장 클럽하우스 관계자한테 양해를 구하고 물티슈 등을 얻어왔을 정도다. 전체적으로 상황이 많이 안 좋은 것 같다.”
루틴을 중요시하는 투수한테 지금의 상황은 매우 혼란스럽기만 하다. 무엇보다 훈련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탓에 몸보다는 정신력과의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류현진도 예외는 아니었다.
17일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훈련장 앞에서 만난 김광현의 표정도 복잡다단했다. 매일 달라지는 상황들이 당혹스럽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터라 자신이 어디에 있어야 할지, 훈련은 어디서 할 수 있는지조차 가늠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현재 세인트루이스 훈련장은 마이크 쉴트 감독 혼자 남아 있는 선수들의 훈련을 이끌고 있지만 훈련장을 같이 사용했던 마이애미 말린스가 폐쇄 결정을 내린 것처럼 세인트루이스도 곧 폐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김광현의 설명이다.
김광현은 꾸준히 캐치볼할 수 있는 공간만 있다면 훈련장이 아니어도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캐치볼할 수 있는 공간, 캐치볼할 수 있는 상대가 없어 고민이 된다. 점차 상황이 호전되고 있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방법도 생각했지만 언제 다시 훈련이 재개될지 모르고, 한국에 갔다가 미국으로 돌아올 경우 자가 격리 등 훈련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한국행은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세인트루이스 구단은 김광현에게 한국행보다 미국에 남아 훈련을 이어가달라고 특별 부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소 8주 이상으로 미뤄진 개막일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통역과 함께 생활하는 게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김광현은 3월 22일까지로 예약돼 있었던 주피터의 숙소와 재계약 논의를 해야 할지, 아니면 다른 지역으로 방향을 틀지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더니든에 있는 류현진과는 3시간30분 거리라 류현진과 자주 만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스프링캠프가 중단되고, 선수들이 뿔뿔이 흩어진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김광현은 긍정적인 방향에 시선을 맞췄다. 그의 표현대로 ‘캐치볼할 수 있는 공간만 마련된다면’ 그는 메이저리그 입성 후의 자신을 돌아보며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기회로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김광현은 “이제 스테이크는 쳐다보기도 싫다”라고 말할 만큼 한국 음식을 그리워한다. “김치찌개가 먹고 싶다”고 말할 만큼 가족 없이 혼자 지내는 상황을 힘들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현실을 감당해야만 내일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최근 류현진은 일요신문에 이런 메시지를 전했다. 팬들한테 전하는 이야기가 어쩌면 자신한테 하고 싶은 이야기일 수도 있는 듯하다.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준비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모든 선수들이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터라 더 신경 써서 준비해야 할 것 같다. 한국도, 또 이곳의 많은 분도 힘들어 하시는 모습을 보인다. 그럼에도 기운 잃지 마시고 힘내서 잘 이겨내시길 바란다.”
미국 플로리다=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