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은 “나를 메이저리그로 이끈 건 국내에서 성장한 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진=이영미 기자
“처음에는 직구, 슬라이더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과 함께 내가 어떻게 해야 안 맞을지, 어떻게 하면 점수를 덜 주고 이길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가장 자신있는 빠른 슬라이더와 직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변화구를 연구했다. 느린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과 같은 변화구들을 던지자 상대 타자들이 혼란스러워했다. 그때부터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같다.”
김광현은 자신을 향한 비난이 없었다면 메이저리그까지 오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에 있을 때 ‘김광현은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의 파워 투수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 틀을 깨고 싶어 더 노력했던 부분들이 발전의 계기가 됐다고 본다. 때론 아픔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 지적이 없었다면 이렇게 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소리 듣기 싫어서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려 했으니까 말이다.”
김광현은 자신을 향해 ‘투피치 투수’로 단정 짓는 이야기에 불편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나는 슬라이더도 느리거나 빠른 슬라이더, 스트라이크를 잡는 백도어 슬라이더 등 다양하게 구사하는 편이다. 그것만 해도 이미 세 가지 슬라이더를 던지는 것이고, 쓰리(3) 피치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거기다 직구와 커브를 합하면 파이브(5) 피치다. 한국에서는 내가 던지는 구종의 다양성을 인정받지 못해 조금 속상했고,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랐다. 그런데 메이저리그에서는 내가 똑같은 슬라이더에도 구속 가감하는 걸 정확히 짚어 내더라. 그 부분은 굉장한 희열을 느끼게 해준다.”
지난 10일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 마이어스 해먼드 스타디움에서 미네소타 트윈스를 상대로 원정 선발 등판한 김광현은 3이닝 2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당시 미네소타 트윈스의 로코 발델리 감독은 경기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도대체 세인트루이스의 ‘KIM(김)’은 어느 나라에서 온 투수야?”라고 물었다. 발델리 감독은 “KIM이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기 시작하는 순간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옆에 있던 코치들한테 ‘저 투수가 누구이고, 몇 살이며, 어느 나라에서 온 것이냐’라고 질문하기 시작했다”라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발델리 감독은 이어 “이전까지만 해도 그가 어떤 유형의 투수인지 몰랐다”면서 “그의 피칭을 보는 내내 즐거웠다. 그는 매우 뛰어난 피칭 감각을 갖고 있는 투수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미국 플로리다=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