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신간 ‘왜 정권이 바뀌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가’를 통해 미처 하지 못한 폭로를 이어 나간다. 사진은 저자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사진=유씨북스 유튜브 채널
#신재민은 누구?
신 전 사무관은 2018년 3월에 기획재정부 내에서 작성된 ‘청와대 인사 개입 의혹’의 ‘KT&G 동향 보고’ 문서를 MBC 기자에게 전달하고, 12월과 이듬해 1월에 유튜브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청와대 외압 의혹’의 ‘적자국채 발행’과 관련된 기재부 정책 결정 과정을 공개했다. 기재부는 불법성이 없다는 두 곳의 법률 자문을 받고도 ‘공무상 비밀 누설’ 및 ‘공공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을 했다. 2019년 4월 검찰은 무혐의로 불기소처분했다.
고려대에서 행정학을 공부했고, 2012년 56회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기재부에서 사무관으로 일했다. 5급 공무원을 포기하면서까지 한국 행정의 구조적 문제점을 폭로한 것은 공익을 위해서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면 기존 관행을 극복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자는 공직 생활의 신조에 따른 행동이었다. 어려서부터 봐왔던 교육 불평등과 사회 기회의 격차를 줄이고 싶어서 공무원이 되었다. 복지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지만 제주도청 예산담당관실에서 실무 수습을 하며 예산 부서에서 복지정책의 규모와 방식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모습을 보고는 기재부를 지원했다.
촛불혁명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더 나은 한국’을 기대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었지만 바뀐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여러 사건들을 목격했다. 신념에 따라 ‘문제는 시스템에 있으며 행정부의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리기로 결심하고 일명 ‘신재민 사건’을 일으켰다.
현재 고려대 대학원에서 행정학을 공부하고 있다.
#그는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나
신 전 사무관은 박근혜 정권과 문재인 정권에서 우리나라 경제를 책임지는 기획재정부의 사무관으로 일하면서 촛불혁명을 통해 ‘정권이 바뀌었지만, 바뀐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여러 사건들을 목격하게 되고, ‘문제는 시스템에 있으며 행정부의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면 기존 관행을 극복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자는 공직 생활의 확고한 신조가 있었기에 그는 직접 경험하고 목격한 ‘청와대 정부와 행정부의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시스템’을 고발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2018년 3월 KT&G 사장 연임에 국가가 개입한 정황이 담긴 ‘KT&G 동향 보고’ 문서를 MBC에 제보했다. 국가가 주주권을 넘어 민간기업 인사에 개입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그의 문제 제기에 돌아온 것은 기재부의 반박과 청와대의 감찰뿐이었다.
심한 좌절감과 죄책감을 느낀 그는 기재부를 그만두고 진실성과 진정성을 더하고자 신상을 공개하면서 2018년 12월, 2019년 1월 유튜브 방송을 통해 ‘KT&G 사건’에 이어 ‘청와대가 서울신문 사장 교체에도 관여했다’고 고발했다.
또한 ‘청와대가 부총리를 패싱하고 적자국채를 발행하라고 기재부 실무진을 압박했다’는 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도 했다. 8편의 추가 방송을 예고했다. 그 즉시 청와대는 반박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인신공격으로 그를 비난했다. 기재부는 불법성이 없다는 두 곳의 법률 자문을 받고도 ‘공무상 비밀 누설’ 및 ‘공공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그를 고소·고발을 하며 입을 막았다. 좌절감과 죄책감은 더욱 커졌고, 급기야 그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신간 ‘왜 정권이 바뀌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가’를 출간했다. 사진=출판사 유씨북스
이 책은 검찰의 무혐의 불기소처분과 오랜 시간 동안 병원 치료를 받은 후 일상으로 돌아온 그가, 국민들로부터 받은 응원과 질책에 답하는 길이라 생각하여 다시 용기를 내어 쓴 것이다.
행정부의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해서 더 많은 국민이 알게 되어야 하는 것이 여전히 옳다고 믿는 그는 그 믿음이 지난 행동의 배경이자 이 책을 쓴 이유라고 말한다.
이 책에는 억측과 왜곡이 난무했던 공개된 동영상 2편의 사건 내막을 자세히 설명할 뿐만 아니라 당시 공개하지 못한 동영상 8편에 담으려 했던 ‘청와대 정부와 행정부의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시스템적 문제들’을 관련 자료들과 함께 보여준다. 또, ‘국민은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잘못된 결정에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명제를 강력히 주장한다.
#정권은 바뀌었어도 행정부는 그대로
이 책은 정권이 바뀌었지만 바뀐 것은 없다는 것을 청와대·국회·언론과 기재부 간에 벌어진 일들과 기재부 내에서 벌어진 여러 일을 사례로 보여주면서 문제는 청와대가 또 하나의 강력한 정부 역할을 함으로써 시작되며, 행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시스템에 있다고 강변한다.
그 책임은 위정자뿐 아니라 행정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에게도 있다며 입법부, 사법부뿐 아니라 행정부의 강력한 개혁을 주장한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크게 행정부의 외부 환경 즉 청와대와 국회·언론에 대한 이야기와 기재부로 대표되는 행정부 내부 환경 즉 공무원, 정책, 집행 등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하여 ‘청와대 정부와 행정부의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