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의 신상정보를 결정했다. 살인 등의 흉악범죄가 아닌 성범죄로 신상이 공개된 건 조주빈이 최초다. 조주빈의 주민등록 사진. 사진=서울지방경찰청 제공
현재 검찰은 포토라인을 전면 폐지했고 경찰은 경찰청 훈령 ‘경찰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에 따라 포토라인을 유지하고 있다. 법원은 별도의 기준이 없어 사실상 포토라인이 기존 방식 그대로 존재한다. 예를 들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경우 검찰 출석 당시에는 포토라인이 폐지돼 언론에 포착되지 않았다. 반면 구속영장 실질심사 등을 위해 법원에 출석할 때에는 포토라인이 가동됐다. 경찰 조사를 받진 않았지만 만약 조 전 장관이 경찰서에 출석했다면 포토라인이 설치되지 않았을 것이다. 경찰 역시 검찰과 발맞춰 공적 인물이나 유명 인물의 소환 조사를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 훈령 ‘경찰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은 주로 강력범에게 적용된다.
지난해 12월 1일 개정 시행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검찰은 피의자가 원하지 않으면 언론과 접촉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언론의 포토라인 설치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공개’와 ‘비공개’ 두 가지 방식의 소환이다.
과거 검찰은 유명 피의자가 소환 조사를 받게 되면 피의자의 의견과 무관하게 그 정보를 언론에 알렸다. ‘공개 소환’이다. 이에 맞춰 취재진은 포토라인을 설치해 현장 질서를 유지했다. 과열된 취재 경쟁이 자칫 사고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토라인이 설치된 것은 1993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검찰 출석 과정에서 정 회장이 부상을 당하는 등 큰 혼란이 빚어지면서 부터다. 이후 검찰과 검찰 출입기자들 사이에 ‘공개 소환’과 ‘포토라인’이라는 개념이 굳어졌다.
포토라인은 ‘테이프’다. 사진기자들은 적절한 위치에 취재 대상이 설 수 있도록 바닥에 테이프를 붙여 놓고 촬영을 위해 그 앞으로 위치한다. 사진=박정훈 기자
검찰 포토라인 폐지의 핵심은 ‘비공개 소환’이다. 이제 피의자의 소환 일정 등을 검찰이 출입기자들과 공유하지 않는다. 검찰 출석 일정이 언론에 공유되지 않으면 피의자 출석 시점에 맞춰 포토라인을 설치하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물론 언론이 일주일이건 열흘이건 무작정 검찰청 입구에 포토라인을 치고 기다리는 것까지 막을 방법은 없다. 실제 조국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검찰 출석을 앞두고 이런 상황이 연출됐다. 이에 검찰은 검찰청 정문이 아닌 지하주차장 등 취재진이 접근할 수 없는 곳을 통해 비밀리에 검찰청에 출석시키는 방법을 동원했다.
그럼에도 취재가 이뤄지기도 한다. 바로 지난 1월 김건모의 경찰서 출석 당시다. 경찰은 유명인인 김건모를 ‘비공개 소환’했다. 취재진은 김건모 출석이 예상됐던 날 서울 강남경찰서를 찾았다. 포토라인 없이 정문과 후문, 지하주차장으로 취재진이 분산됐고 김건모는 지하주차장 3층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모습은 현장에 있던 취재진의 카메라에 담겼다.
포토라인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조주빈의 신상정보 공개 때문이다. 이를 두고 검찰의 포토라인 폐지, 조국 전 장관 등이 거론된다. 그런데 신상정보 공개와 포토라인 사이에는 미묘하지만 큰 차이가 존재한다.
경찰은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 제고 등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 필요’에 대한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먼저 신상정보공개위원회를 열어 신상공개 여부를 정한다. 신상정보 공개가 결정되면 자연스럽게 포토라인 설치가 이뤄진다. 그렇게 경찰은 강력범 피의자의 얼굴에서 마스크를 벗기고 언론은 더 이상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는다. 다만 포토라인에 세울 뿐 얼굴을 드러내 보이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할 순 없다. 피의자의 의사가 중요한 대목이다. 신상공개가 정해진 강력 범죄자의 대부분은 얼굴이 공개됐지만 ‘전남편 토막살인’ 고유정은 긴 머리로 자신의 얼굴을 적극적으로 가렸다. 경찰은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고유정은 긴 머리로 자신의 얼굴을 적극적으로 가렸지만 경찰은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24일 현재 서울 종로경찰서에 수감 중인 조주빈은 25일 오전 8시쯤 포토라인에 선 후 검찰에 송치된다. 사건이 검찰로 송치된 이후에는 조주빈을 포토라인에 세울 수 없다. 앞서 언급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검찰은 피의자가 원하지 않으면 언론 접촉 및 포토라인 설치를 제한한다. 그렇지만 이미 구속된 터라 조주빈이 검찰청 정문을 통해 소환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행여 조주빈이 검찰 조사를 받기 전에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는 상황이 연출되지 않는다면 검찰 포토라인에 대한 논쟁은 무의미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