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MBC ‘사람이 좋다’ 캡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여자 플뢰레 결승전에서 아시아의 작은 선수 한 명에게 세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당시 세계 랭킹 1위였던 이탈리아 발렌티나 베잘리 선수를 상대로 박빙의 승부를 펼쳤던 왜소한 체격의 한 선수, 그녀의 이름은 남현희였다.
역전의 역전 끝에 경기 결과는 아쉬운 패배. 하지만 대한민국 여자 펜싱 최초의 올림픽 메달 소식에 국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렇게 대한민국 여자 펜싱의 전설이 탄생했다. 이후 26년간 그녀의 선수 생활은 화려했고, 치열했고, 감동 그 자체였다.
키 155cm, 발 사이즈 213mm의 작은 체구로 태극마크를 단 햇수만 20년, 4번의 올림픽 출전, 대한민국 여자 펜싱 최초 올림픽 메달 획득, 국제 대회에서 따낸 메달 개수는 무려 99개에 달했다.
26년 선수 생활 동안 최초, 최다의 타이틀을 무수히 남긴 그녀. 여자 플뢰레의 전설 남현희 선수가 작년 10월, 전국 체전을 끝으로 선수 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땅콩 검객’, ‘미녀 검객’, ‘엄마 검객’ 등 다양한 별명을 얻으며 26년간 굳건히 정상의 자리를 지킨 그녀의 나이는 올해로 40세.
인생의 전부였던 검을 내려놓은 그녀에게 남은 건 영광만이 아니다. 선수 생활을 계속하기 위해 강행한 무릎 연골 제거 수술과 고질병처럼 가지고 있던 뒤틀린 관절들. 실제 나이보다 몇 배는 노화한 신체 나이.
그럼에도 펜싱을 포기할 수 없던 건 다름 아닌 생계 때문이라고 한다. 압류 딱지까지 받을 정도로 힘들었던 가정 형편. 힘들어하는 부모님을 대신해 짊어졌던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은 그녀의 칼끝을 더욱더 매섭게 했다.
언제나 강해 보였던 악바리 검객의 뜨거운 눈물 속에 담긴 그녀의 인생 이야기가 공개된다. 또 ‘국가대표의 성형 파문’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 강압적인 회식 문화로 스트레스성 A형 간염까지 걸렸던 이야기 등도 전한다.
한편 5살 연상 연하 커플이자 스포츠 선수들 사이에서 잉꼬부부로 유명하다는 남현희 부부. 그녀의 남편은 대한민국 현 사이클 국가대표인 공효석(35) 선수이다.
2011년 11월 결혼에 골인, 결혼 9년 차지만 국가대표 부부였던 두 사람은 각자의 훈련 일정과 선수촌 입촌으로 인해 은퇴 후 이제야 함께 하는 시간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선수 생활을 은퇴한 지금, 그동안 소홀했던 육아와 내조에 집중하고 싶다는 남현희. 아직은 서툰 모습으로 육아와 살림을 하나씩 배워나가는 그녀.
아내로서, 그리고 운동 선배로서 최선을 다하는 그녀가 고맙고 사랑스러운 효석 씨와 엄마가 집에 있어 마냥 좋은 딸 하이(8). 세 가족의 알콩달콩한 모습을 함께 만나보자.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