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탄과 라임 관계사들의 등기부상 주소지인 서울 합정동의 건물에는 그들의 사무실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진=금재은 기자
라임은 펀드를 판매한 금융사들의 요구에 따라 2019년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펀드 자산의 건전성과 실체에 대한 회계실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횡령이 의심되는 자산이 대거 발견됐다고 알려졌다. 문제가 된 건 라임펀드 중 개인에게 가장 많이 판매된 ‘플루토 FI D-1 1호(플루토)’다. 플루토 펀드의 2500억 원이 메트로폴리탄의 부동산 금융으로 흘러 들어갔는데, 이 중 2000억 원에 달하는 편입 자산의 존재 여부와 손실 규모 등이 모호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 그 쓰임새가 불분명하다는 의미다. 자본시장에서는 메트로폴리탄이 해외 카지노 인수, 국내 부지 매매를 하는 과정에서 투자금의 일부를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채 씨에 대한 풍문
라임과 이 전 부사장의 횡령창구 의혹을 받는 메트로폴리탄은 2018년 12월 대표이사가 채 씨로 교체됐다. 채 씨는 대신증권 출신으로 KTB투자증권으로 이직했다가 2018년 6월 회사를 그만뒀다. 채 씨가 메트로폴리탄 대표를 맡은 데는 대신증권 출신인 데다 재직 기간이 겹치는 이 전 부사장과 인연이 작용했을 것으로 짐작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채 씨가 이 전 부사장의 오른팔 역할을 하다 라임 관계사 대표로 간 것 아니냐는 것이다. 채 씨는 또 원종준 라임 대표, 이 전 부사장과 그의 아내, 라움자산운용 관계자 등과 페이스북 친구 사이다.
채 씨는 메트로폴리탄뿐 아니라 그 관계사인 칭따오비어, 라움디앤씨, 플루토스코어에이치, 시온디앤에이 등 법인의 대표이사도 맡았다. 이들 회사는 주로 부동산 개발을 사업목적으로 하는데, 함 아무개 씨, 백 아무개 씨, 최 아무개 씨 등이 중복해 사내이사를 맡고 있을 만큼 인적 구성이 메트로폴리탄과 중복된다.
#실체 없는 회사, 부지 매입 어떻게?
메트로폴리탄과 칭따오비어 등은 실제 운영되기보다 페이퍼컴퍼니로 존재한다. 메트로폴리탄 법인등기부상 주소지 건물에는 그 사무실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 법인의 등기부상 주소지에 입주한 한 세입자는 “건물에 (이들) 사무실이 입주한 적 없다”고 말했다. 플루토스코어에이치, 시온디앤에이 등은 공유오피스에 이름만 올려놓았을 뿐 실제 사무실에서는 관계자들을 만날 수 없었다.
메트로폴리탄에 대해선 국내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한다고 알려진 게 전부다. 라임 측은 부동산금융으로 투자된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메트로폴리탄과 관계사들은 2018년 부동산 개발을 목적으로 토지를 대거 구입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메트로폴리탄 관계사는 590억 원 이상을 들여 여러 법인을 통해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자금의 출처는 불분명하다.
우선 라움디앤씨는 서울 합정동 건물을 2018년 5월 100억 원가량에 매입했다. 또 라움도시개발은 대구 동삼동 토지를 2018년 5월 351억 원에 부채 없이 매입했다. 당시 라움디앤씨와 라움도시개발에는 메트로폴리탄 관계자들인 전 아무개 씨, 최 아무개 씨 등이 사내이사로 포진해 있었다.
메트로폴리탄이 제주도 부동산 개발을 위해 별도법인으로 설립한 제주 메트로폴리탄과 관련해 수상한 자금 흐름도 포착됐다. 제주 메트로폴리탄은 2018년 사모사채로 300억 원을 확보하고, 같은 회계기간에 채 씨에게 300억 원을 빌려줬다.사모사채는 기업이 특정 개인과 개별적으로 접촉해 발행증권을 매각하는 형태의 사채로, 일종의 대출로 볼 수 있다. 메트로폴리탄 측은 “300억 원은 회사가 필리핀의 리조트를 인수하는 데 사용됐고, 개인적으로 사용된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왼쪽)이 잠적하기 전인 2019년 기자회견 모습. 사진=연합뉴스
채 씨는 라임의 CB를 매입한 장외업체와도 연루된 것으로 확인됐다. 라임은 사실상 한몸인 장외업체와 부실 CB를 거래하며 수익률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라임과 메트로폴리탄 등 관계사들은 서로 CB를 주고받았다. CB는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보유자는 이자를 받다가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CB는 장외에서 거래돼 여러 회사를 거쳐 돌리다 보면 최종 보유자를 추적하기 어렵다. CB 거래의 실체는 검찰 수사 단계에 가서야 계좌 확보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수상한 CB 거래
2019년 금융감독원과 국민신문고에는 라임의 수상한 CB 거래에 대한 민원이 대거 접수됐다. 상장사 지투하이소닉 주주들은 라임이 CB를 헐값에 매각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라임은 2016년 영업 적자를 겪고 있던 지투하이소닉의 CB를 인수했다. 지투하이소닉의 영업적자가 더욱 심해졌지만 라임은 2018년 추가로 CB를 인수했다. 라임이 인수한 CB는 100억 원어치로, 주식으로 전환할 시 지투하이소닉 지분 15.88% 규모다. 손실이 커지자 라임은 2019년 CB 물량을 전부 20억 원에 내다 팔았다. 이로써 80억 원의 손해는 라임 펀드 투자자에게 전가됐다.
라임이 매각한 CB를 인수한 곳은 ‘코르도바’다. 2018년 12월 자본금 1000원에 설립된 회사로, 지난 16일 대표이사가 채 씨로 변경됐다. 라임이 넘긴 CB가 라임과 연루된 채 씨에게 넘어간 것으로서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메트로폴리탄 측은 “회사가 받을 돈이 있어 코르도바를 인수했고, 인수를 한 뒤에야 이게 라임이 CB를 넘긴 코르도바인 걸 알게됐다”
비록 채 씨가 메트로폴리탄의 부동산금융과 라임의 CB를 매입한 장외업체 대표로 올랐지만 실제 배후는 따로 있다는 게 금융업계 중론이다. 메트로폴리탄과 그 관계사들의 전신은 ‘테트라그룹’이다. 테트라그룹의 실소유주는 ‘김 아무개 회장’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메트로폴리탄 회장, 라움 부회장 등을 맡아왔다. 하지만 메트로폴리탄과 관계사 어디에도 김 회장의 실명이 직접 드러나 있지는 않다.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유흥업계 큰손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 회장은 이미 해외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3월에야 인터폴에 수배를 요청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건 진행을 봤을 때 라임과 메트로폴리탄은 한몸처럼 움직이면서 자금을 굴렸고, 지금의 사태에 이르렀다”며 “자금흐름을 좇아야 환매중단 등 라임 사건 실체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