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입국자에 대한 검역을 강화한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가파르게 확산되면서 국내 유입 가능성이 커진데 따른 조치다. 사진은 인천공항에 입국한 사람들이 검역 절차를 밟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에서 들어온 입국자 중 확진환자 수가 많고 증가 속도도 빠르다. 입국자 수도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27일 0시부터 미국발 입국자를 2주간 자가 격리 대상에 포함하는 등 검역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입국자 중 증상이 있는 경우 공항 내 검역소에서 진단 검사를 받는다. 검사 결과 양성이면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음성이면 입국할 수 있다.
무증상자 중 국민과 장기 체류 외국인은 2주간 자가 격리에 들어간다. 격리 기간 증상이 나타날 때 진단 검사를 실시한다. 일정 거주지가 없는 단기 체류 외국인의 경우 공항 내 시설에서 진단 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되면 입국을 허용한다. 입국 뒤에도 보건당국이 매일 증상을 전화로 재확인하는 능동감시를 실시한다.
정부는 유럽발 입국자 사례와 마찬가지로 미국발 입국자 중 자가 격리된 사람에게도 생활 지원비는 지급하지 않는다. 또 검역소장의 격리 통지서를 받은 자가 격리자가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경우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중대본에 따르면 미국 입국자 중 80% 이상은 유학, 출장 등에서 돌아오는 우리 국민이다.
미국발 입국자에 대한 자가 격리 조치는 미국 현지 발권 과정에서 사전 통보, 검역 준비상황 등을 고려해 27일 오전 0시를 기점으로 적용한다. 앞으로 미국발 입국자의 확진자 수를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위험도가 증가할 경우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하는 진단 검사도 검토할 계획이다.
앞서 방역당국은 유럽에서 오는 모든 입국자에 대해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조치가 유럽발 입국자들 보다 낮은 이유에 대해 중대본은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유입 위험도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중대본에 따르면 3월 3주차 유럽발 입국자 1만 명 당 확진자 수는 86.4명이고, 미국은 28.5명으로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25일 0시 기준 총 9137명이다. 이들 가운데 227명이 해외에서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인 24일 0시 기준 집계와 비교해서는 100명이 늘었다. 신규 환자는 검역 과정에서 34명이 발생했고, 그 외에도 경기 21명, 대구 14명, 서울 13명 순으로 확인됐다.
격리 해제된 환자는 하루 새 223명 늘어 3730명이 됐다. 사망자는 6명 늘어 126명이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