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 대구 수성갑에서 맞붙는 주호영 미래통합당 의원(왼쪽)과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4월 총선에서 ‘대구 정치 1번지’로 불리는 대구 수성갑은 4선 중진 의원 간 맞대결이 성사됐다. 우선 문재인 정부 행정안전부 장관 출신의 김부겸 의원이 지역구 수성에 나선다. 김 의원은 20대 총선 때 3전 2기(19대 총선, 6회 대구시장 지방선거 낙선) 만에 보수 텃밭 대구에서 당선되며 지역주의 타파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지난 총선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통합당은 옆 지역구 수성을에서 내리 4선을 지낸 ‘TK 최다선 의원’ 주호영 의원을 전략공천했다.
두 후보는 예상대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S와 한국일보가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수성갑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3월 12~14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두 후보의 가상대결에서 주 의원이 37.3%로, 32.1%의 김 의원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지역구를 옮겨왔음에도 현역 의원보다 앞선 모습을 보이는 셈이다.
이어 ‘현역 중진 의원이 지역구를 옮겨 공천된 것이 투표에서 후보 선택에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는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응답이 52.5%, ‘미치지 않을 것’이 36.9%를 기록했다.
김부겸 의원이 지역구를 수성하며 당선되면 차기 잠룡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더군다나 상대방이 TK 중진 현역이기에 그 가치는 더욱 빛날 것으로 보인다. 주 의원의 경우 선거에서 이겨 수성갑을 되찾을 경우 TK 맹주로 자리매김해 정치적 무게감을 끌어올릴 수 있다. 지더라도 지역구를 옮겨 중진과 붙었다는 명분이 있다.
서울 동대문을에선 무소속과 지역구를 옮긴 중진 의원간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바른미래당에서 통합당으로 당적을 옮긴 이혜훈 의원은 이번 공천에서 3번을 내리 당선됐던 서초갑에서 컷오프(공천배제)됐다. 이 의원은 동대문을로 지역구를 옮겨 추가 공천을 신청, 경선에 승리해 재기의 기회를 얻었다.
동대문을 현역 의원은 민병두 의원이다. 하지만 민 의원도 컷오프됐다. 민주당은 동대문을을 ‘청년우선 전략지역’으로 지정, 장경태 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을 경선 끝에 공천했다. 민 의원은 이러한 결정에 반발,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로써 민주당 장경태 후보, 통합당 이혜훈 의원, 무소속 민병두 의원 3파전이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민병두 의원이 출마를 포기하고 장경태 후보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 있다. 이에 대해 이혜훈 의원 측은 “지역구를 옮긴 만큼 골목을 다니며 최선을 다해 선거운동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뒤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도종환 의원 지역구 충북 청주 흥덕에는 정우택 의원이 옮겨와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우택 의원은 김대중 정부 해양수산부 장관 및 충북도지사,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을 두루 거친 중진 정치인이다. 충북 진천 음성에서 2번 당선되고, 충북 청주 상당으로 지역구를 옮겨 2번 더 의원직을 유지했다. 그러던 중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의 요구를 받고 험지인 청주 흥덕을 지역구로 선택한 것이다. 정 의원은 친문 세력 한복판에서 문재인 정권 심판의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정 의원의 각오와 달리 현재까지 상황은 녹록지 않다. KBS청주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청주 흥덕 선거구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 의원의 지지율이 44.7%를 기록해 정 의원(29.0%)을 15.7%p 앞섰다.
또한 정 의원으로선 갑작스런 지역구 교체로 당내 경선에서 밀려난 김양희 전 당협위원장의 무소속 출마도 부담이다. 가뜩이나 이 지역구는 노영민 현 청와대 비서실장과 도종환 의원으로 이어져 지난 16년 동안 보수 정당에 자리를 내주지 않은 진보의 텃밭으로 구분된다. 이런 와중에 보수 지지층의 표가 분열되면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서울 영등포갑에서 맞붙는 김영주 민주당 의원(왼쪽)과 통합당 문병호 전 의원. 사진=연합뉴스·최준필 기자
서울 영등포갑에서는 어제의 동지가 적으로 맞붙게 됐다. 도전자가 총선을 앞두고 당적과 지역구를 옮겼기 때문. 현재 지역구 현역은 민주당 김영주 의원이다. 실업팀 농구선수이자 전국금융노조 출신인 김 의원은 통합민주당 사무총장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냈으며, 문재인정부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도 활약했다.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원내에 입성한 이후 19대와 20대 총선에서 영등포갑으로 출마해 내리 당선됐고, 이번에 4선을 노리고 있다.
김 의원의 맞상대로 통합당에서는 문병호 전 의원을 전략공천했다. 문 의원은 김 의원과 마찬가지로 17대와 19대 총선에서 당선돼 의원을 지냈다. 당시 지역구는 인천 부평갑이었다. 특히 소속정당은 각각 열린우리당과 민주통합당으로 출마했다. 하지만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에 합류했고, 이후 바른미래당을 거쳐 총선을 앞두고 통합당으로 당적을 옮겨 영등포갑에 나서게 됐다.
후보들의 총선 지역구 변경 출마는 인적쇄신 및 중진들의 험지 출마 등이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수도권 민주당 한 의원은 “결국 중진들은 지역구를 옮겨 공천을 받았다. 유권자들에 ‘돌려막기’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리서치와 한국갤럽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각 여론조사업체 홈페이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