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는 수원지검
수원지검 형사6부(박승대 부장검사)는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관계자들을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사실관계 등을 파악했다. 수원지검에서 수사 중인 내용에는 총회장 이만희 씨 등의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와 함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 등이 담겨 있다. 수원지검은 이 가운데 횡령과 배임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위해 3월 중순부터 신천지 전직 간부들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이 총회장의 사유재산과 관련해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오랜 기간 신천지에 몸담은 핵심 간부들도 소환해 이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재는 피고발인인 이 총회장 등 지도부 조사만 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지검이 집중적으로 수사 중인 것은 이만희 총회장 재산 형성 과정에서 신천지 교회 자금이 사용된 정황이 있는지 여부다.
사건 흐름에 관계된 법조인은 “이번 논란이 불거지기 전부터 이 총회장과 사실혼 관계였던 김남희 씨가 갈등을 겪지 않았느냐”며 “이미 그때부터 경기지역 경찰서에서 신천지 관련 수사가 이뤄지고 있었는데 코로나 논란과 함께 검찰이 제대로 수사에 착수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풀이했다.
수원지검이 집중적으로 수사 중인 것은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 재산 형성 과정에 교회 자금이 사용된 정황이 있는지 여부다. 기자회견 당시의 이 총회장. 사진=박정훈 기자
물론 수사가 이미 이뤄진 부분이 있어 이를 넘어서야 한다는 점은 수원지검에 부담이다. 처음 피해자연대 측에서 고발 조치한 것은 2018년 말. 사건을 접수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지난해 1월 경기 과천경찰서로 사건을 내려 보냈고, 이후 과천경찰서는 이 총회장과 김남희 씨를 소환 조사하는 한편 이 총회장의 계좌를 추적하고 신천지 회계 장부를 압수해 검토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 같은 수사 과정에서 특별한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 총회장 또한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대체로 부인했고, 경찰은 지난해 7월 무혐의·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송치했다. 그 후 사건은 그대로 안양지청에 계류돼 있었는데 수원지검은 이 사건 관련 자료를 전반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폭로가 이뤄진 세계여성평화그룹이 주된 수사 대상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남희 씨가 설립 과정부터 참여해 2017년까지 대표를 맡았던 세계여성평화그룹은 신천지의 자금창구로 지목돼 왔다. 김 씨는 “이 총회장이 1000억 원대의 돈을 요구했다”고 폭로하며 구체적인 이 총회장의 비리를 언급했다. 실제 검찰은 이 총회장 등의 명의로 된 수십억 원 규모의 호화 주택 등을 마련할 때 들어간 자금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법조인은 “김남희 씨가 대표이사로 있던 M 사 등은 김 씨와 이 총회장이 법적으로 갈등을 겪을 때 함께 수사 대상이었는데 이곳들은 아직 언론에서는 많이 다뤄지지 않았지만 교회 자금보다는 더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신천지가 밖에서 의심받는 것과 달리 헌금 부분은 꽤나 투명한 부분이 있다. 검찰 역시 기존에 경찰 수사 송치 사건을 모두 종합적으로 확인해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발인 조사도 아직인 서울중앙지검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이창수 부장검사)에 고발장을 제출한 곳은 서울시. 서울시는 이 총회장과 신천지 지도부를 살인·상해·감염병 예방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3월 초 고발했다. 서울시 측의 고발 내용을 정리하면 신천지가 조직적으로 역학조사를 방해했는데, 이게 상해 및 살인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측은 위장단체에 대한 행정조사를 통해 확보한 자료도 검찰에 넘긴다는 계획이다. 아직 관련 자료들이 다 검찰에 전달되지 않아 고발인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수사 속도가 차이가 나는 것은 고발의 ‘완성도’ 때문이라는 풀이다. 수원지검 사건의 경우, 고발인들은 신천지 자금 흐름과 관련해 비교적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했다. 역학조사 방해 의혹에 대해서도 스스로를 ‘S’라는 암호로 적어 거짓 대응 지침을 전파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서울시의 경우 방역 당국의 입장에서 고발을 한 것인데, 신도 명단 불일치 등의 수치가 계속 바뀌었다.
지난 3월 5일 중앙사고수습본부 특별관리전담반이 경기 과천시 신천지 본부에 대한 행정조사를 마치고 교회를 나서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법조계는 또 서울중앙지검 사건의 고발인인 서울시가 신천지의 직접 피해자는 아니라는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이 코로나19 사태 중간 과정에서 신천지의 살인·상해 혐의의 수사 필요성에 대해 언론을 통해 주장하면서 검찰을 더욱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검찰 내에서는 이에 법리검토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중론인데, 대검찰청의 한 관계자는 “유사 사례를 찾아봐야 하겠지만 살인죄는 적용이 거의 불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 역시 “이만희 총회장에게 살인이나 상해죄를 묻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접근”이라며 “그가 직접적인 지시를 내려 코로나19 확진자 치료를 방해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점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겠나. 박 시장의 정치적인 고발이라고 본다”고 풀이했다.
자연스레 법조계에서는 두 사건이 검찰청 한 곳으로 병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수사 효율성을 위해 대검찰청이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 사건의 고발 취지를 정확히 파악한 뒤 중복 수사를 피하기 위해 수원지검으로 사건을 병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이만희 총회장 측도 내로라하는 대형로펌들에 변론을 부탁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국내 4대 로펌 소속 한 변호사는 “논란이 불거지기 전에도 이 총회장이 국내 최대 규모 로펌들만 선임했는데 이번 역시 대형로펌들을 찾았고 이 가운데 일부는 여론을 우려해 선임을 거부했다”고 귀띔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총회장의 소환이 4·15 총선 이후 이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총선이 임박한 만큼 정치적 수사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총선이 다가온 시점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여당, 법무부 장관이 강력 수사를 촉구하면서 자연스레 정치적인 사건으로 비화된 것이지 않느냐”며 “총선 이후 이 총회장 소환 등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