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출마자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단연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예비후보다. 문 예비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의정부 갑 예비후보로 활동하다 ‘아빠 찬스, 지역구 세습’이라는 비난에 부담을 느껴 1월 28일 후보를 사퇴했다.
하지만 지난 17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며 선거 판도를 흔들고 있다. 의정부 갑은 이미 민주당에서 영입인재 5호인 오영환 예비후보가 전략공천을 받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석균 예비후보의 무소속 출마는 이미 예견돼 있었다. 1월 말 더불어민주당 후보 사퇴 당시에도 지역에서는 문 후보의 사퇴를 만류했고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하라는 요구를 지속해서 전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지역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1992년 제14대 총선부터 근 30년간 6선을 한 곳이다. 장기간 지역을 맡아 공천에 관여하고 조직을 닦아온 터라 문 의장의 의중이 미치지 않는 곳을 찾기 어렵다는 말까지 나온다.
지역에서는 문희상 의원이 20대 국회 하반기 의장을 맡았을 때부터 아들인 문석균 씨가 지역을 물려받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문희상 의원이 국회의장 자리에 앉은 후 6개월이 지난 작년 초부터 문석균 씨는 더불어민주당 의정부 갑 지역위원회 상임 부위원장을 맡아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서점을 운영하며 2018년까지 정치활동 전반에 나서지 않았지만 출마만 하면 당선이 유력하지 않겠냐는 얘기가 있었다. 그만큼 지역에 문희상 의장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얘기는 결국 오영환 예비후보가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문석균 예비후보
문석균 예비후보의 출마 기자회견에는 당원들과 의정부시의회 오범구, 김영숙, 김정겸 시의원도 함께했다. 3명의 시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하며 “의정부 시민들이 의정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후보를 원했지만 당이 우리의 요구를 묵살했다”며 문석균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시의원과 당직자, 당원들이 빠져나가면서 오영환 예비후보는 조직의 온전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지난 9일에는 일부 시의원이 오영환 후보 측으로부터 ‘시도의원 간담회에 불참하면 해당 행위로 판단하겠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히며 문자 갑질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무례는 듣도 보도 못했다. 일면식도 없는 어린 후보가 회기 중인 자당 시도의원을 일방적으로 소집하고 참석지 않으면 해당 행위라고 문자로 겁박했나? 후보도 알았나? 당직자가 그랬다면 즉시 사과하고 당은 엄벌의 징계를 해야 한다”는 글을 올리며 오영환 후보 측을 압박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예비후보
여당 후보로 공천을 받았지만 지역의 핵심 선거 조직과 인맥은 사실상 문석균 예비후보에게 간 상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오영환 예비후보는 “조직 없이 선거하는 게 외롭다”는 뜻을 여러 차례 전하기도 했다.
오영환 예비후보의 어려움을 지켜보고 있던 민주당에서 마침내 칼을 뽑았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2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오영환 후보를 앞으로 당에서 전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문석균 후보가 당선돼도 복당시키지 않을 것이냐는 물음에 “복당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으며 오영환 후보에 힘을 실어줬다.
이해찬 대표의 발언 이후 함께 예비후보로 뛰었던 장수봉 예비후보가 오영환 캠프의 선대위원장을 수락하며 오영환 캠프에 합류했다. 또 경기도의회 최경자, 이영봉 도의원도 조직 1, 2본부장을 맡으며 캠프의 활기를 불어넣었다.
“당원 연락처도 못 받았다”고 할 만큼 도움이 절실했던 오 예비후보에게 당의 지원과 일반당원들의 도움이 이어지며 이제 어느 한 쪽의 우세를 점치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당선돼도 복당은 없다는 당대표의 방침이 민주당 지지자들을 결집하게 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석균 후보 측에 무소속 출마 시 영구제명이라는 당의 입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답변할 수 없는 질문”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당선 후 복당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답변을 피했다.
김창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