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의도 레이더는 차기 국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국회의장의 권력으로 상징되던 직권상정이 축소됐지만, 박근혜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입법부 수장의 위상은 한층 높아졌다.
국회의장은 국가의전 서열 2위다.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냈던 정세균 국무총리의 자리 이동 당시 야권이 문제 삼은 것도 ‘입법부 수장 출신의 행정부 2인자=삼권분립 훼손’ 논리였다. 그만큼 국회의장 권한은 막강하다.
김진표 의원이 3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회의에서 정책공약집을 보며 이인영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21대 국회 입법부 수장 1순위는 4선의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같은 당 박병석 의원(5선)보다 선수는 낮지만, 당 내부에선 ‘포스트 이낙연’에서 밀려났던 김 의원을 밀어줘야 한다는 동정 여론이 만만치 않다.
김 의원은 지난해 말 ‘경제형 국무총리’를 앞세워 포스트 이낙연 1순위로 거론됐다. 김 의원 측근들도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에 돌입했었다. 그러나 진보진영 인사들이 ‘관료 출신’의 보수화를 지적하며 ‘김진표 불가론’을 주장, 청와대는 끝내 김 의원을 추천한 정 총리를 최종 낙점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김 의원 낙마 후 당 일부 의원 사이에 ‘차기 국회의장은 김진표’라는 말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김 의원은 ‘5선 고지’, ‘민주당의 제1당’이란 두 개의 산을 넘으면 21대 국회 전반기 입법부 수장 자리에 바짝 다가설 것으로 보인다. 7선의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이석현(6선)·이종걸·원혜영(이상 5선) 의원 등은 불출마 및 낙천했다.
다만 민주당이 제1당이 되더라도 ‘차기 국회의장직’을 거머쥘지는 미지수다. ‘제1당=국회의장’은 일종의 관례인 정치적 타협의 산물에 불과하다. 국회법 제15조(의장·부의장 선거)에는 ‘무기명 투표’와 ‘재적 과반수 득표’ 규정만 있다. 제1당이 국회의장직을 가진다는 법적 근거는 없다.
실제 1998년 15대 후반기 국회의장은 제3당인 자유민주연합의 박준규 당시 의원이, 2000년 16대 전반기 국회의장 제2당인 민주당의 이만섭 당시 의원이 각각 맡았다.
미래통합당이 차기 국회의장직을 차지하는 경우의 수는 두 가지다. 하나는 통합당이 제1당을 탈환하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제2당에 그치더라도 여야 협상 과정에서 차기 국회의장 몫을 받는 때다. 이 경우 5선의 심재철·주호영 의원이 후보군에 오를 전망이다.
통합당 최다선인 김무성 의원(6선)을 비롯해 정갑윤·정병국, 미래한국당으로 넘어간 원유철 의원(이상 5선) 등은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