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이 소강 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증권시장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1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코스피 예상 밴드는? 이익 20% 줄면 1750선
이번 위기 전 코스피는 2200선이었다. 충격 기간이 2월 중순부터 4월 중순이라고 가정하면 연간 기준 약 16.7%에 해당된다. 이에 따라 약 20% 가치를 할인하면 코스피 적정선은 1750선이 된다. 충격 기간이 길면 길수록 코스피 할인율은 더 높아지게 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위축 및 생산차질 기간이 얼마냐에 따라 할인율이 좌우될 수 있다. 30% 할인되면 1550선이다.
코스피 내 비중이 높은 제조업 기준으로 보면 가동률 곡선 대비 이익 곡선의 탄력성이 더 높다. 고정비 부담 때문이다. 가동률이 10% 하락하면 이익은 10% 이상 줄어든다는 뜻이다. 일단 각국이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선언한 상황에서 기업들의 연쇄부도 위험은 크게 낮아졌다. 하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정부와 중앙은행 대책도 한계에 직면할 수 있고, 또 다시 공포가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공포지수인 변동성지수(VIX) 추이를 살펴야 한다.
#1분기 실적발표가 분기점
주가는 이익과 유동성의 함수다. 부도 위험이 낮아진 상황에서 일단 유동성 공급이 계속된다면 중요한 것은 이익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연간 실적의 얼마인지가 중요하다. 보통 12개월 후 이익전망치를 기준으로 주가가 형성된다. 4월 초부터 나올 1분기 실적이 중요하다. 1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연간 이익전망이 얼마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지에 따라 주가가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업종이나 종목별로도 코로나19 충격 기간의 손실을 이후 얼마나 만회할 수 있느냐가 다르다. 20%의 영업 차질이 있더라도 남은 기간 이를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면 가치(밸류에이션·Valuation)는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항공·호텔·여행 등은 가장 큰 피해 업종인데 단기간에 정상적인 수요 회복이 어렵다. 일정 기간에 거둘 수 있는 매출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빨라야 하반기, 늦으면 내년에나 정상 회복이 가능하다. 그 사이 재무적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반등 1순위 반도체·게임·바이오
전문가들이 반등을 점치는 1순위는 기초체력이 좋으면서도 시장 지배력이 높고, 가격 결정에 영향력이 큰 선도기업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만 소멸되면 위기 전 수준에 근접한 회복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야외활동 제한 수혜주인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은 이미 반등 폭이 상당하다. 코로나19가 오히려 호재로 작용하면서 사상 최대 이익이 예상된다.
코로나19로 건강관련주에 대한 관심이 높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의 반등폭이 크다. 셀트리온은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 재료까지 겹치며 이미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아찔한 흐름을 보이는 업종도 있다. 금융주는 연체율 상승 등 건전성 우려가 부각된 탓에 급락 장에서도 유독 낙폭이 컸다. 여전히 위험요인이 상당하지만 청산가치 대비 너무 낮은 주가 때문에 변동성이 크다. 보험주의 경우 하루 두 자릿수 등락률도 예사다. 단기차익을 노린 자금의 잦은 유·출입은 ‘양날의 칼’이다.
#애매한 ‘굴뚝주’들
자동차와 가전 등 내구소비재는 상대적으로 이익 회복이 쉽지 않은 업종이다. 코로나19로 소비여력이 훼손된 상황에서 고가의 내구소비재에 대한 수요는 상당기간 위축될 수밖에 없어서다. 현대차의 낙폭이 40%, LG전자의 낙폭이 30%에 달하는 이유다. 그나마 가전이 자동차보다는 저가인 까닭에 낙폭이 덜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유는 유가 자체가 하락하면 매출액 규모가 줄어 절대 이익규모가 크게 줄어든다. 원유 수요는 이미 10% 이상 감소가 예상된 상황이다. 증시보다는 국제유가 움직임에 민감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국제 원자재 가격에 민감한 철강 등 소재 업종 역시 비슷하다.
LG생활건강이나 아모레퍼시픽 등은 소비와 밀접도가 상당히 높다. 소비심리만 회복되면 빠르게 회복될 수도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이 멈추기 전까지는 극적 반전이 어려울 수 있다. 애매한 ‘굴뚝주’는 낙폭 과대시 단기 급등할 수 있지만, 추세적인 상승은 쉽지 않다는 평가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