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넷플릭스가 주지훈과 류승룡, 배두나 등 스타 배우들을 내세운 ‘킹덤’의 새로운 시리즈를 공개했는데, 공교롭게도 극의 이야기와 설정이 현재의 코로나19 시국와 절묘하게 맞물리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3월 13일 전 세계 190여 개국에서 동시 공개된 ‘킹덤2’는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한국 콘텐츠 가운데 가장 많은 제작비를 투입한 오리지널 시리즈다. 조선시대 배경의 사극과 서구권의 존재인 좀비를 접목한 작품으로 2019년 1월 6부작으로 처음 선보인 뒤 1년 2개월 만에 후속 이야기인 시즌2가 공개됐다.
‘킹덤2’는 죽은 자들이 살아나 생지옥으로 변한 조선을 배경으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면서 왕권을 탐하는 조씨 일가에 맞선 왕세자 일행이 벌이는 피의 사투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드라마 ‘싸인’ ‘시그널’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가 극본을 쓰고, 영화 ‘터널’의 김성훈 감독이 시즌1을 연출한 데 이어 이번 시즌2는 영화 ‘특별시민’ 등을 만든 박인제 감독이 맡았다.
처음 ‘킹덤’ 시리즈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사극에 좀비를 연결한 이색적인 장르물로 주목받았다. 시즌1이 죽었다 되살아난 이들로 생지옥이 된 조선의 살풍경을 그렸다면, 시즌2는 비극이 시작된 원인을 짚고 이를 해결하려는 이들의 분투를 더욱 입체적으로 다뤘다. 시즌을 거듭하면서 극의 무게중심도 조금씩 변화했다.
왕세자 역의 주지훈, 권력자인 조학주 역의 류승룡, 그리고 사명감으로 의술을 펼치는 의녀 서비 역의 배두나 등의 활약도 눈에 띈다. 주지훈은 “시즌1에서 조금 수동적이었다면 이번에는 능동적으로, 직접 겪고 느끼고 깨달으면서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결단하는 모습을 그리고자 했다”고 밝혔다.
작품의 완성도가 뒷받침되지만 ‘킹덤2’가 더 화제를 일으키는 배경은 코로나19 사태와 절묘하게 떨어지는 소재의 힘이기도 하다. 극 중 ‘경상도 지역’에서 역병이 급격히 번지고, 이로 인해 힘없는 이들부터 죽는다는 설정, 의문의 역병이 중국을 뜻하는 ‘북쪽 땅’에서 유래됐다는 배경 등이 코로나19와 겹쳐 보인다는 반응이다.
‘킹덤2’ 속 권력자들의 모습을 보며 지금의 현실사회를 떠올린다는 반응이 많다. 킹덤2 스틸컷.
더욱이 바이러스 재난에 대처하는 권력자들의 서로 다른 자세 또한 현실을 빗대 해석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좀비와 다를 바 없이 ‘피’에 집착하는 권력자의 욕망, 그에 기생하는 위정자들의 우유부단함도 현실 사회를 떠오르게 한다는 분석 역시 뒤따른다. 온라인 게시판과 SNS에서 ‘킹덤2’를 두고 ‘코로나19 예언 드라마’라고 칭하는 이유들이다.
이런 반응은 국내에서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최근 칼럼을 통해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인 대유행)이 걱정된다면 넷플릭스의 ‘킹덤’을 봐야 한다”고 썼다. 이어 “코로나19 공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 드라마를 보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면서도 “좀비의 출발을 알리는 이 드라마를 보는 동안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한국으로, 이탈리아로 나아가 전 세계에 퍼진다는 초현실적인 뉴스가 들린다”고 밝혔다.
인기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넷플릭스가 매일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본 콘텐츠의 순위를 매겨 공개하는 ‘한국 콘텐츠 톱10’에서 ‘킹덤2’는 공개 이후 줄곧 1~2위를 다투고 있다. 넷플릭스는 다른 나라의 순위는 국내서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이미 싱가포르, 대만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킹덤2’가 높은 관심을 얻고 있다는 사실이 SNS 등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
온라인 게시판과 SNS에서 ‘킹덤2’를 두고 ‘코로나19 예언 드라마’라고 칭하는 글들이 많다. 심지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최근 칼럼을 통해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인 대유행)이 걱정된다면 넷플릭스의 ‘킹덤’을 봐야한다”고 썼다. 사진은 2019년에 열린 ‘킹덤’ 시즌1 제작발표회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과연 시즌3까지 가나…전지현 등장 관심
‘킹덤2’가 묵직한 메시지, 꼼꼼하게 쌓아올린 이야기와 등장인물들의 개연성으로 주목받으면서 이제 관심은 시즌3 제작 여부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넷플릭스는 물론 제작진 누구도 시즌3 여부를 공표하지 않았지만 가능성은 꽤 높다.
김은희 작가는 드라마 공개 전 가진 제작발표회에서 “시즌2가 성공해야 시즌3를 만들 수 있다”며 “내심 시즌10까지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감추지 않았다. 구상한 이야기가 아직 남았다는 의미다.
작가의 기대를 넘어 시즌3 가능성을 높이는 이유는 더 있다. 제작진은 시즌2 말미에 새로운 인물인 전지현과 안재홍을 내세웠다. 비록 짧은 등장이었지만 역병의 비밀을 찾아가는 길목에 있는 인물들인 만큼 추후 시리즈의 주연으로서 활약도 예고하고 있다. 이야기를 끝내면서 배두나가 ‘역병의 비밀은 더 있다’고 읊는 대사, 왕의 얼굴이 비친 불운의 그림자 역시 시즌3을 위한 제작진의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드라마 공개 전까지 후속 시리즈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던 김은희 작가도 시즌2에 대한 반응이 고무적으로 나타나자 한층 여유롭게 구상을 꺼냈다. 최근 매체들과의 인터뷰를 가진 김 작가는 “다음 시리즈에서는 더 확장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며 “시즌1의 주제가 ‘배고픔’, 시즌2가 ‘피’였다면 시즌3에서는 ‘한’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극의 무대를 “북녘 벌판”으로 넓히고 싶다면서 “개인적으로 백두산이나 압록강 지형에 관심이 많고 그쪽 배경으로 쓰고 싶어서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 같고, 여전사의 느낌이 강한 전지현과의 작업도 이어가고 싶다”고 귀띔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