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는 그 독특함을 넘어 세계 정치사에 또 다른 ‘한 획’을 그을 듯하다. 잘하면, 긴 투표용지 덕분에 기네스북에 오를 수도 있다. 이번 선거의 이런 독특함들은 개정 선거법 때문에 파생된 문제와 코로나19라는 전염병 때문에 야기된 문제,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
만일 이들 정당들이 독자적으로 선거에 참여해서 3% 이상의 득표를 할 수 있다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정당들이라고 가정하면 더불어시민당에 들어갔기 때문에 의석 확보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인데, 이렇게 되면 민심 왜곡이 나타난다. 즉, 이들이 의회 입성이 어려운 정당들이지만 위성정당에 편입됐다는 이유로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이는 표심이 과대대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표심의 과대대표 역시 민심의 왜곡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이 주장한 선거법 개정의 취지, 즉 “연동형 비례대표 제도를 신설해 민심을 제대로 의석에 반영하라는 것이 국민 명령”이라는 자신들의 주장을 스스로 짓밟는 셈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프레임이라도 제대로 꺼내면 그나마 낫겠는데, 그렇지도 못하다. 현재 여당은 기껏 ‘야당 심판론’을 꺼내드는데, 민주주의를 한다고 하는 나라에서 ‘야당 심판론’이라는 단어는 좀처럼 듣기 힘든 슬로건이다.
대통령제하에서의 야당, 특히 문재인 정부 등장 이후의 야당은 뭔가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기에, 심판할 대상과 기준조차 없다. 문재인 정부 이후 야당의 존재가 별 볼 일 없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대의민주주의가 매우 약화됐기 때문이다. 야당이 정권의 발목조차 제대로 잡을 수 있는 상황조차 아니라는 것이다. 이래저래 야당 심판론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반대로 정권 심판론은 총선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수 있는 프레임이다. 어느 나라건 총선은 정권 평가적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정권 심판론을 뒷받침할 구체적 하위 프레임은 보이지 않는다. 야당이 능력이 없어서 그런지, 아니면 코로나19 때문에 모든 다른 문제가 덮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소재는 많은데….
이런 부분은 중도층을 흡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도층은 스윙 보터, 즉 이념에 충실한 투표 성향을 보이기보다는 그때그때 자신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특성을 가진 합리적 유권자를 의미한다. 지금 이들 중도층에게 가장 중요한 이익은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의 제거와 경제 문제의 해결이다. 여기서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의 제거는 근본적으로는 코로나19가 사라지는 것이겠지만, 이는 아주 요원하므로 일단 마스크의 원활한 공급을 통한 심적인 안정을 찾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경제 문제의 해결이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공황의 공포로부터 탈출하는 것과 당장의 생계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부터 비롯된 경제 위기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생계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정부의 경제적 지원 대책을 어느 정도 빨리 체감하게 만드느냐가 중도층을 움직이는 데 있어 중요한 관건이다.
초유의 사태 속에서 초유의 선거법으로 선거를 맞이해야 하는 유권자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그래서 그 결과가 더욱 궁금해지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교수는?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정교수로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을 지낸 적이 있다. YTN에서 ‘신율의 출발 새아침’, ‘신율의 시사탕탕’ 등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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