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이 3월 11일 집단감염이 발생한 구로구 콜센터가 있는 코리아빌딩 선별진료소를 방문, 현장 방역상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민주당은 3월 22일 단수공천과 전략공천, 경선 등을 통해 총선 후보 공천을 완료했다. 총 253개 지역구다. 그 결과에 따라 잠룡들의 명암도 엇갈렸다.
우선 차기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1위를 독주하고 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 측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측근들이 당내 공천 과정에서 대부분 탈락했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 정국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근들 역시 공천에서 대부분 고배를 마셨다.
반면 ‘박원순계’는 두각을 나타냈다. 현역 의원 중에서는 남인순(서울 송파병) 박홍근(서울 중랑을) 기동민(서울 성북을) 의원이 총선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원외 인사 중에는 ‘박원순 복심’으로 불리는 김원이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전남 목포에서 경선을 통과해 지역구 터줏대감 박지원 민생당 의원과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민병덕 변호사는 경기 안양 동안갑에서 6선 이석현 의원, 비례 권미혁 의원을 당내 경선으로 꺾고 공천을 받았다.
이 밖에 강태웅 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서울 용산에서 전략공천을 받았다. 천준호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서울 강북갑) 허영 전 서울시 정무수석(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 윤준병 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전북 정읍·고창) 박상혁 전 서울시 정무보좌관(서울 김포을) 등도 본선 티켓을 따냈다.
박원순계 인사들이 공천에서 약진한 것에 대해 정치권에선 서울시에서 일한 경력과 경험을 인정받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원순계로 분류되는 한 후보 측 관계자는 “민주당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신진 인사나 외부 수혈이 크게 없었다. 내부에서 물갈이를 진행했다”며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정치 시작한 지 9년 가까이 됐다. 그러면서 주변 인재들이 비서실장, 정무부시장, 행정부시장 등으로 활동했다. 이번 공천은 그렇게 쌓은 경험과 힘들이 인정받은 결과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물론, 측근들의 국회 입성이 대권으로 가는 보증수표는 아니다. 그럼에도 측근이 많을수록 경쟁력은 높아진다. 특히 여권 주류인 친문과 거리감이 있는 박 시장의 경우 무엇보다 당내 입지 구축이 대권으로 가는 전제 조건으로 꼽힌다. 박 시장이 원외라는 부분도 국회 내 세력 형성의 필요성을 더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코로나19 국내 확산의 가장 큰 감염 클러스터로 지목받는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에 대한 강경한 대응으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가 급상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원순 시장이 차기 대선주자로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본인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진동 평론가는 “측근들이 국회에 많이 포진돼 있어도 대중의 지지가 있어야 의원들도 적극적으로 밀 수 있다. 대선주자 본인이 선호도를 높여야 한다”며 “코로나19 정국에서 이재명 지사와 박원순 시장이 관련 대책을 많이 내놓고 있다. 하지만 박 시장은 이 지사에 비해 한발 늦은 감이 있고, 보여주기식 대책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그래서 박 시장이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도 이 지사에 비해 선호도가 오르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KBS가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2월 19~21일 조사에서 5.2%를 기록하던 이재명 지사는 3월 21~23일 조사에서는 13.5%로 8.3%포인트(p) 급등했다. 이에 따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10.1%)를 제치고 오차범위 내 2위로 올라섰다(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한국리서치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 코로나19 국내 확산의 가장 큰 감염 클러스터로 지목받고 있는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 대한 강경한 대응이 통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마찬가지로 신천지에 대해 민·형사적 책임을 묻는 식으로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던 박원순 시장은 같은 기간 2.6%에서 3.0%로 올라 거의 변화가 없었다.
고진동 평론가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경기활성화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빈곤층에 대한 복지정책은 많이 펼쳤다. 하지만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려면 대기업부터 영세자영업자까지 포함한 경제활성화 정책을 내놔야 한다. 이 과정을 잘하면 차기 대선주자로 10%대 지지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