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곤 코치는 김용일 LG 트윈스 수석 트레이닝 코치의 뒤를 이어 올 시즌부터 류현진과 인연을 맺었다. 김용일 코치가 류현진의 개인 트레이너였다면 김병곤 코치는 류현진을 전담하면서 다른 토론토 선수들의 체력도 담당하는 팀 트레이닝 코치 신분이란 차이가 있다.
김병곤 코치(오른쪽)와 이종민 통역(왼쪽)은 ‘류현진의 남자’로 불린다. 사진=이영미 기자
김병곤 코치는 코로나19 여파로 메이저리그의 모든 스케줄이 중단되면서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일상을 겪는 중이다. 시끌벅적했던 토론토 클럽하우스는 적막강산으로 변했고, 드넓은 훈련장은 류현진의 훈련만 위해 제공되는 상황이다. 일요신문이 김 코치와 인터뷰로 류현진의 근황을 살폈다.
김병곤 코치는 LG 트레이닝 코치 출신으로 한국체육대학교에서 ‘프로야구 시즌 동안 투수의 경기 참여가 견관절 내회전 감소, 상완골 후염각 및 견갑골 운동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의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1~2011년 LG에서 트레이닝 코치를 지냈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2015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야구대표팀 트레이너로 일했다. 김 코치는 지난 2월 15일부터 토론토 블루제이스 팀에 합류했다.
―지금 류현진 선수의 훈련 스케줄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최소 8주 이상 개막 연기를 예고했기 때문에 지금은 동계훈련을 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하고 8주 후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것에 맞춰 훈련 프로그램을 짰다. 지금부터 4주 후까지는 동계훈련이나 마찬가지다. 동계훈련을 할 때는 훈련 강도를 낮춘 후 서서히 몸을 끌어올리는 터라 지금은 운동 세기를 확 떨어트렸다. 8주 후에는 선수의 몸 상태가 90%가 돼 경기 나서는 데 문제없도록 준비해나가는 것이다.”
―사실 이런 상황은 코치나 선수도 모두 처음 겪는 일이다. 훈련 프로그램은 어떻게 만든 건가.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와 대화다. 류현진 선수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기본적인 부분을 먼저 이야기해줬고, 나도 그동안 경험한 내용과 책, 논문 등을 참고해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전 선수한테 충분히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4월에 진행하는 ‘동계훈련’ 프로그램 구성을 설명해 달라.
“훈련은 전술 훈련을 제외하고 다 한다. 러닝, 웨이트트레이닝, 보강 운동, 캐치볼 등 모든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현재 토론토 훈련장에는 포수가 없는 걸로 아는데 류현진 선수는 누구하고 캐치볼을 하나.
“나랑 통역 이종민 씨가 돌아가면서 공을 받고 있다. LG에서 트레이닝 코치할 때 선수들 수술하고 재활하며 캐치볼 했던 경험이 있어 크게 어렵지는 않다. 그리고 지난 1월 오키나와에서 류현진 선수랑 개인훈련을 할 때도 캐치볼 파트너가 돼준 적 있다. 그런데 지금 어깨랑 팔꿈치가 살짝 불편해졌다. 갑자기 캐치볼을 많이 해서 그런 듯한데 조금 휴식을 취하면 나아질 것이다.”
LA 다저스 시절 류현진의 전담 코치는 개인 코치 자격으로 함께했지만 김병곤 코치는 토론토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도 맡고 있다. 사진=이영미 기자
―류현진 선수하고는 처음으로 한 팀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가까이에서 본 류현진이 갖고 있는 선수로서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감각적으로 뛰어난 면이 있다. 수영을 배우더라도 좋은 감각을 가진 사람이 빨리 배우듯 류현진 선수의 운동 습득 능력이 아주 뛰어난 편이다. 그동안 수많은 운동선수들을 상대했는데 내가 지금까지 봤던 선수들 중 최고의 학습 능력자다. 류현진 선수처럼 스타플레이어들은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르면 그걸 유지하려는 습성이 있다. 변화에 예민하고 자신이 구축한 틀을 깨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데 류현진 선수는 일단 해보고 자신한테 맞다고 판단하면 바꾸는 편이다. 운동이든 뭐든 학습 능력과 그걸 해결하려는 의지가 돋보인다. 이런 유형의 선수는 결코 흔치 않다. 특히 류현진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받는 선수가 아닌가.”
―처음 합류했을 때 어떤 부분에 가장 신경을 썼는지 알고 싶다.
“두 가지를 고려했다. 발목과 발바닥을 포함해 하체를 좀 더 단련시키는 데 신경 썼다. 투수는 어깨와 팔로 공을 던지지만 그 시작은 발에서 비롯된다. 그라운드의 지면을 힘 있게 채야 상체가 덜 부담스럽다. 특히 류현진 선수는 내전근 부상 이력이 있는 터라 하체 단련에 더 집중해야만 했다. 두 번째는 코어를 강화해서 허리를 잘 사용할 수 있게 만들려고 한다. 투수들 중에는 투구 시 기합 소리를 내기도 하는데 류현진 선수한테선 그런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손끝과 발끝이 최대한 가까이 닿을 수 있도록 당겨주려면 코어 운동이 필수다. 코어 운동이 잘 되면 호흡과 코어의 근육을 사용할 수 있고, 그게 허리의 힘으로 이어진다. 올 시즌에는 이 두 가지를 발달시키는 데 중점을 두려고 한다.”
―시즌 개막일에 맞춰 긴장감을 갖고 시범경기를 준비하다 갑자기 모든 스케줄이 취소되면서 다소 맥이 빠진 상태다. 이런 환경에서 훈련하다 보면 부상 위험이 올 수도 있을 텐데.
“그래서 훈련 강도를 떨어트린 것이다. 선수들은 목표 지점이 너무 멀고 추상적이면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마련이다. 지적한 대로 부상 위험이 높은 시기다. 지금은 60~70% 수준으로 훈련 강도를 이어가다 조금씩 세기를 더해 4주 지난 이후부터 강도를 높이면 자연적으로 집중력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토론토 구단에서 류현진 선수를 대하는 모습에서 느낀 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가.
“선수를 무척 애지중지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팀의 1선발이자 에이스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장, 단장, 트레이닝 파트 모두 류현진의 의사와 선택을 존중해주더라. 시범경기 때 등판 다음날 단체 훈련하는 시간도 류현진 선수만 제외시켜준다. 선수가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빠져도 된다는 내용이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이렇게 넓은 훈련장을 류현진 선수만 위해 열어둔다는 게 정말 대단해 보인다. 류현진 선수야 이곳에서 인정받은 사람이지만 나는 KBO리그 출신이라 메이저리그 코칭스태프들의 시각에는 크게 부각되지 않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류현진 선수를 전담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든 이들의 시선이 나한테 쏠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훈련장 사용이 제한되면서 뿔뿔이 흩어졌지만 같이 훈련할 때만 해도 현진이가 운동하는 장면을 선수들을 비롯해 모든 스태프가 유심히 지켜봤다. 뭐가 다른지, 어떤 면이 류현진 선수를 뛰어난 투수로 만들어줬는지 궁금해 한다. 그런 분위기를 접할 때마다 뿌듯했고, 류현진 선수가 무척 자랑스러웠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트레이닝 파트는 재활 트레이너가 6명, 체력 트레이너 3명, 모두 9명으로 구성돼 있다. 김병곤 코치는 최근 얼굴조차 볼 수 없는 코칭스태프에게 지금도 매일 류현진의 훈련 일지를 보내고 있다고 귀띔했다. 매주 훈련 프로그램과 매일 진행된 훈련 내용을 보고서로 작성해 ‘단톡방’에 올리는데 재택근무 중인 그들은 팀 에이스와 매일 훈련하고 있는 김 코치의 상황을 상당히 부러워한다는 후문이다.
김 코치는 시즌이 언제 시작될지 알 수 없지만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몸담고 있는 동안 40인 로스터와 25인 로스터에 든 선수들 관리법, 마이너리그 운영, 경기력 향상을 위한 트레이닝법 등을 제대로 배워가고 싶다고 말한다.
한편 류현진은 지난 25일(한국시간 26일) 자신의 생일을 맞아 김병곤 코치와 이종민 씨를 집으로 초대해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식사자리에서 류현진이 한마디 꺼냈다.
“원래대로라면 내일 토론토 홈구장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와 시즌 개막전 선발로 나가는 상황인데. 하긴 내가 플로리다에서 생일을 맞이할 줄 누가 알았겠어.”
미국 플로리다주=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