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신형 쏘렌토. 사진=기아차
과거 국내 SUV 시장에서 압도적인 볼륨 크기를 자랑하던 중형 SUV 시장은 각 사가 가장 치열하게 맞붙던 곳이다. 자존심의 경연장이었던 셈이다. 이는 상품성 향상에도 기여했다. SUV 시장이 소형과 대형으로 외연이 크게 확장된 지금에도 동력 성능과 편의 사양, 디자인과 실내 공간을 이야기할 때, 중형 SUV는 관련 기준과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신형 쏘렌토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신형 쏘렌토는 6년 만에 돌아온 완전변경 모델이다. 외관의 경우 부드러운 곡선 대신 힘을 강조한 선으로 전 모델과의 차별화를 꾀했다. 전면부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LED 헤드램프를 하나로 연결했다. 기아차의 패밀리룩인 ‘호랑이 코’ 그릴이 한층 확장된 느낌을 준다. 간결하게 쭉 뻗은 캐릭터 라인의 측면부를 지나 후면부는 세로로 디자인된 버티컬 타입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갖췄다. 날카로운 조각칼을 쓴 듯, 단조롭지 않으면서도 면들의 날이 살아있다.
내장은 우선 12.3인치 클러스터, 10.25인치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 이번 모델에 새롭게 적용한 다이얼 타입 전자식 변속기를 통해 한층 정돈된 인상을 준다. 손끝이 닿는 다이얼 외부를 정성스럽게 깎아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이 밖에 퀼팅나파 가죽시트 등을 갖췄다. 2차 사고를 막아주는 ‘다중 충돌방지 자동 제동 시스템’, 제휴된 주유소나 주차장에서 비용을 지불할 때 내비게이션 화면을 통해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기아 페이’ 등이 눈에 띄는 편의사양이다.
특히 실내공간은 중형 SUV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기아차가 내세운 ‘준대형 SUV’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새로운 플랫폼을 적용한 신형 쏘렌토는 실내공간 확보의 기준이 되는 휠베이스가 기존 모델과 비교해 35mm 늘어났다. 6인 모델의 경우 대형 SUV에만 적용되던 2열 독립시트를 적용했다.
신형 쏘렌토 디젤 모델은 ‘스마트스트림 D2.2’ 엔진과 습식 DCT(더블 클러치 변속기)인 ‘스마트스트림 습식 8DCT’가 짝을 맞췄다.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kg·m의 힘을 발휘한다. 주행성능 역시 패밀리 SUV라는 정체성에 충실하다. 디젤 엔진 특유의 높은 토크를 바탕으로 4단부터는 촘촘하게 상단으로 동력을 이어받게 세팅돼 있다. 중고속에서 빠른 변속으로 힘의 손실 없이 차량을 앞으로 밀어낸다.
전반적으로 서스펜션의 세팅과 시트의 착좌감,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은 부드럽다는 인상을 준다. 고속도로 주행보조, 차선유지보조, 크루즈 컨트롤의 움직임도 짜임새가 있다. 다만 글로브 박스 위 무늬는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또 디스플레이의 위치 역시 주행 중에 확인한 결과, 시인성이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어 보인다. 실제 연비는 공인 수준인 14 km/ℓ 안팎을 오갔다.
4세대 쏘렌토 디젤 모델의 판매 가격은 트림 별로 △트렌디 2948만 원 △프레스티지 3227만 원 △노블레스 3527만 원 △시그니처 3817만 원이다.
전반적으로 신형 쏘렌토는 전 모델에 비해 주행 안정감이 높아졌고 실내 공간의 활용성을 끌어올렸다. 내부 인테리어 역시 중형 SUV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준, 그 이상을 보여준다. 모델 자체로 놓고 보자면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올해 상반기 출시 예정인 싼타페 부분변경 모델과의 좋은 승부가 예상된다.
임홍규 기자 bent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