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복수의 확진자가 긴자나 롯폰기 등 고급 클럽 등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흥가가 주요 감염 경로로 파악되고 있지만 방역당국의 역학조사는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은 일본 도쿄의 한 유흥업소 밀집지구.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는 31번 확진자 이후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유흥업계를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술자리가 크게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대부분의 경우 유흥업소는 2차나 3차 술자리로 찾는데 1차 자체가 크게 줄어들어 자연스레 유흥주점을 찾는 손님도 급감했다. 게다가 행여나 확진자가 돼 동선공개 과정에서 자신의 유흥업소 출입 사실이 만천하에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들도 많았다. 유흥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손님들이 코로나19보다 동선공개를 더 무서워한다”는 하소연이 흘러나오곤 했다.
일본은 진단 검사를 최소화하는 등의 조치로 다른 국가들에 비해 아직 코로나19 확진자의 수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일본 국민들 역시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그리 크진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올림픽 연기 확정 이후 도쿄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고 최근 일본의 ‘국민 개그맨’ 시무라 겐이 코로나19로 사망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전 일본 국민들은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그리 높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특히 불황으로 인해 긴자나 롯폰기 등 고급 클럽들이 가격을 낮추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쳐 오히려 손님이 평소보다 더 많았다고 한다. 최근 도쿄를 중심으로 일본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특히 감염 경로가 파악되지 않은 확진자가 많아 일본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유흥업계가 코로나19의 주요 감염 경로 가운데 하나라는 시선이 팽배해지고 있다.
최근 들어 한국 유흥업계도 조금씩 손님이 증가하는 추세다. 강남의 한 유흥업소 관계자는 “작은 가게들은 여전히 손님이 많지 않지만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는 고급 업소들은 단골들을 중심으로 손님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단골들 입장에선 손님이 평소보다 줄어 가게 서비스가 좋아지고 원하는 접대여성과 편하게 술자리를 가질 수 있어 더 좋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많다”고 요즘 분위기를 전했다.
룸살롱 내부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일요신문DB
최근 유흥업계에선 또 다른 유행도 감지되고 있다. 바로 ‘펜트하우스 파티’다. 룸살롱 등 고급 유흥주점의 한계는 역시 밀폐된 룸이다. 평소에는 이 부분이 강점이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선 단점이다. 이런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일부 최고급 유흥주점들이 인근 숙박업소의 펜트하우스를 빌려서 VIP 손님들을 위한 술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하필 펜트하우스인 까닭은 ‘고급’이라는 이미지에 ‘공간이 넓어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덜하다’는 이유가 더해졌다.
문제는 최근 코로나19 감염의 중심지로 서울 강남구 등 부유층이 지목되고 있다는 점이다. 3월 30일 강남구의 코로나19 확진자는 38명이다. 아무래도 부촌이다 보니 해외에서 귀국하는 유학생들이 많아 확진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590세대가 사는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에서만 확진자가 4명이나 나왔다.
다시 손님들이 하나둘 돌아오면서 활력을 되찾기 시작한 유흥업계가 우려하는 대목이 바로 이 부분이다. 그나마 다시 장사가 되기 시작한 곳은 최고급 업소들이다. 술값도 비싼 편이라 부유한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자식을 해외로 유학 보낸 이들도 많다. 귀국한 유학생이 코로나19에 걸린 채 유흥업소를 찾을 경우 자칫 집단 감염을 유발할 위험성이 있다. 게다가 술자리에서 마스크를 착용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이런 까닭에 한국 역시 일본처럼 강남의 고급 유흥주점이 새로운 코로나19의 주된 감염 경로가 될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강남의 한 고급 유흥업소 관계자는 “만약 한 명이라도 코로나19 확진자가 강남의 고급 유흥주점을 방문했다는 동선이 공개될 경우 이쪽 업계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며 “그렇다고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순 없고 오는 손님을 막을 순 없어 딜레마다”며 요즘 상황을 전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