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9개팀(한국물가정보, 셀트리온, Kixx, 포스코케미칼, 홈앤쇼핑, 수려한합천, 화성시코리요, 사이버오로, 정관장황진단)이 출전해 정규리그 18라운드를 거쳐 포스트시즌 진출팀을 결정했다. 올해 2월 5일부터 열린 포스트시즌은 와일드카드결정전,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결정전 3번기에서 정규리그 1위 한국물가정보가 신생팀 셀트리온에 종합전적 2-1로 승리하며 첫 우승을 차지했다.
KB바둑리그 MVP에 오른 신민준. 사진=사이버오로
정규시즌에서 무패질주, 포스트시즌에서 팀을 챔피언결정전까지 끌어올린 신진서. 신진서는 정규리그 16전 전승, 포스트시즌 6승 1패를 했다. 신민준은 정규리그 12승 4패지만, 포스트시즌 3승을 거둬 주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챔피언결정전 최종국에서 신민준이 신진서를 꺾고 팀 승리까지 결정지었지만, 일반 팬들에겐 신진서의 인지도도 아주 높았다. 일반 바둑팬들이 참가한 인터넷 투표에선 신민준과 신진서가 똑같이 46.4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기자단 투표에선 12표 대 11표로 신민준이 딱 한 표 앞섰다.
한국기원 홍보팀 관계자는 “결과가 아주 아슬아슬했다. 심지어 조작을 의심하는 팬까지 있다고 들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집계과정은 공정했고, 투표과정에서 개입은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신민준은 “멋진 상을 주셔서 감사드리고, 다 같이 잘해서 받게 된 상이므로 팀원들, 감독님과 함께 기쁨을 누리고 싶습니다”라면서 밝게 웃었다. 트로피와 함께 100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신진서는 다승상(상금 500만원)과 더불어 우수상(상금 500만원)까지 거머쥐었다. 상금액수가 같아도 아쉬운 마음은 남았다. 시상식에서 신진서는 “사실 1년 동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해야 하는데… 뇌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마음이 약간 달리 생각한다(웃음). 마지막 판을 져서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다. 개인적으로 후회 없이 잘 싸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승상을 받은 데 대해선 “정규리그 전승을 했다는 기쁨이 크다”고 말했다.
맥심배에서 24번째 ‘양신’ 대결이 펼쳐졌다. 승자 신민준(오른쪽)과 신진서의 복기장면. 사진=사이버오로
팬들은 ‘양신’의 재격돌을 고대했다. 마침 시상식이 열린 4일 후(30일 저녁)에 벌어진 맥심배 입신최강전 준결승에서 둘은 다시 만났다. 입단 후 24번째 ‘양신’ 대결이었다.
여기서 신민준이 또 신진서를 꺾고 결승에 올랐다. 상대전적은 6승 18패지만, 최근 2연승이 주는 의미가 크다. 맥심커피배는 신민준과 출생년도(1999년)까지 같이하는 인연이 있다. 신민준은 결승에선 이지현을 만난다. 결승 3번기 1국은 4월 13일 오후7시에 벌어질 예정이다.
신진서와 대국 후 신민준은 “인공지능으로 공부한 덕분에 최근 승리한 두 대국은 모두 초반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결승 상대 이지현 9단과 공식 대국은 많지 않지만 국가대표 리그에서 많이 졌던 기억이 있어 굉장히 까다로운 상대라고 생각한다”면서 “맥심커피배에서 많은 운이 따르고 있는데 준비를 철저히 해 결승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박주성 객원기자
[승부처 돋보기] 초반 샅바싸움 조급해진 건 신진서 제21회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신민준 ○신진서 299수 흑불계승 장면도1 #장면도1 ‘두 번의 붙임’ 좌하귀와 우상귀에서 서로 삼삼에 침입한 포석이다. 신민준이 둔 흑세모는 미래에 벌어질 중앙 전투를 염두에 둔 두터운 수다. 이 수(흑세모)를 보자 신진서는 우상귀는 백1로 단단하게 지키고, 우변에선 백3과 백5로 적극적으로 붙여나간다. 이런 붙임수는 초창기 알파고제로가 자가대국기보를 통해 공개했던 수법이다. 신진서는 연구해서 들고 나왔고, 신민준은 임기응변으로 대응했다. 결과적으로 흑이 우변에 착실하게 실리를 챙겨 장기전 양상이 되었다. 초반 샅바싸움에서 상대가 꿈쩍도 안 하자 조급해진 건 신진서였다. 장면도2 #장면도2 ‘퐁당퐁당’ 신민준은 다른 기사와 달리 초반에 신진서에게 밀리지 않는다. 좌상귀에서도 신진서가 먼저 칼을 뽑았다. 힘겨루기가 있었지만, 신진서가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백세모를 접수한 흑의 실리가 알뜰하다. 백4로 중앙을 위협했지만, 발빠르게 흑5로 좌하귀를 지킨다. 흑9 이후 퐁당퐁당 하변 백집을 깨나가니 신진서의 머리에 김이 오르기 시작한다. 장면도3 #장면도3 ‘중앙삭감’ 중앙에 집을 기대했던 신진서. 흑9로 쭉 뻗어 칼날을 세우니 중앙집이 모두 찢긴 느낌이다. 신민준은 국후 흑5에 백6 빵따냄을 하자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고 한다. 인공지능 백승률도 흑9를 기점으로 10%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참고도 #참고도 ‘마지막 버팀’ AI가 제시한 참고도다. 어차피 뚫릴 중앙이었다면 장면도 3에서 나온 하변 빵따냄은 조금 작았다. 참고도 백2로 상중앙을 두텁게 했다면 불리해도 후일을 도모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