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산하 올리브 채널 예능 ‘밥블레스유2’ 소속 PD의 코로나19 확진으로 방송가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올리브 제공
3월 1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A 씨는 서울 서초구 자택이 아닌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 마을 내 친척 소유 건물로 향했다. 이곳에서 임시 거주한 A 씨는 약 열흘간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사옥 등 직장과 파주를 오가며 출퇴근했다. 촬영용 스튜디오 외에도 믹싱실, 야외 촬영장, 편집실, 회의실 등을 방문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문제는 A 씨가 이 기간 동안 자차 외에도 택시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했으며, 식당과 카페 등 불특정다수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을 여러 곳 방문했다는 점이다. 특히 A 씨의 동선에 CJ ENM 사옥 외에도 KBS미디어센터 등 타 방송사도 포함되면서 방송가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제작진과 출연진이 여러 방송사를 오가며 다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송계 특성상 확진자 한 명이 ‘슈퍼 전파자’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 탓이었다.
A 씨의 근무처인 CJ ENM은 확진 사실을 안 뒤 곧바로 사옥 폐쇄에 나섰다. 또 안내 메시지를 보내 직원들에게 확진자 발생 사실을 알린 뒤 당시 사옥에 있던 모든 직원을 밖으로 긴급히 대피시키고 이틀간 방역 작업을 실시했다.
A 씨와 접촉 가능성이 있는 제작진과 ‘밥블레스유2’에 출연 중인 송은이, 김숙, 박나래, 장도연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이들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CJ ENM은 A 씨의 코로나19 감염 검사 직후 사옥을 폐쇄하고 방역 조치에 들어갔다. 사진=CJ ENM 제공
KBS의 경우는 앞서 자회사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아 해당 직원이 근무하던 건물을 한 차례 폐쇄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A 씨의 KBS미디어센터 믹싱실 방문 사실이 알려지면서 KBS 측도 초긴장 상태에 놓였다. 이곳은 KBS 소속이 아닌 타 방송사 제작진도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불특정다수의 감염 위험성이 높다. A 씨의 이용 시기와 맞물려 KBS2 예능 ‘편스토랑’, TV조선 ‘미스터트롯’ 팀이 함께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들 제작팀도 A 씨의 확진 직후 코로나19 검사를 통해 음성 판정을 받았다.
‘밥블레스유2’와 작가·출연진이 일부 겹치는 MBC 예능 ‘구해줘 홈즈’ 팀도 선제 대응에 나섰다. 코로나19 검사 결과 제작진이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앞으로 1~2주간 재택근무로 전환해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이번 CJ ENM 소속 PD의 코로나19 확진 논란을 놓고 일부에서는 “사측이 먼저 정상 출퇴근을 하지 못하도록 자가 격리를 요구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창 코로나19 감염이 폭증하던 미국에 다녀온 직원이 있다면 사측이 먼저 자가 격리나 재택근무 조치를 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A 씨의 확진 후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밥블레스유2’의 출연진 송은이, 장도연, 박나래, 김숙(왼쪽부터)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올리브 제공
방송계 관계자는 “방송 제작을 위한 장비가 모두 회사 내에 있고, 편집 전 영상은 되도록 외부로 반출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보니 재택근무 전환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현재 대다수 방송사가 해외 로케이션을 전면 취소할 정도로 코로나19에 민감한 상태에서 해외여행을 다녀온 직원을 그대로 근무시켰다는 것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만일 사측이 이를 알면서도 정상 근무를 강요했다면 안전불감증으로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면서도 “반대로 당사자가 고의로 알리지 않고 근무했다면 촬영 취소와 휴방 등 피해를 입은 방송사에 대한 손해배상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현재 A 씨의 확진 이후 휴방된 프로그램은 올리브 채널 ‘밥블레스유2’ ‘배고픈데 귀찮아?’, tvN ‘유 퀴즈 온더 블록’ ‘놀라운 토요일-도레미마켓’ 등이다. 최소 1주일에서 2주일간 휴방하고 사태 추이를 지켜본 후 촬영 정상화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음성판정을 받은 타 방송사는 정상적으로 일정을 진행하되 감염 예방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편, 파주시는 A 씨에 대해 강경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파주시가 A 씨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이는 ‘제주 여행 모녀’에 이은 지방자치단체의 자가격리 위반자에 대한 두 번째 소송이 된다.
최종환 파주시장은 지난 3월 29일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이번 확진자로 파주시민 분들이 많은 불안을 느끼고 있으며 파주시도 매우 당혹스럽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A 씨가 증상 발현 후에도 다중 시설과 대중교통을 이용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다. 관련 법령과 규정을 검토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