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영길 공동선대위원장이 3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 안면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86그룹 운명의 키는 ‘3인방(우상호·이인영·송영길)’이 쥐고 있다. 이들은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새 피 수혈’ 명분으로 2000년 총선에 대거 뛰어들었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제도권 정치에 머문 셈이다. 일각에선 이들의 존재로 운동권 세대교체가 더디다는 비판도 있지만, 86그룹 한 관계자는 “아직 역할이 있다”고 잘라 말했다.
서울 서대문갑 현역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성헌 미래통합당 후보와 6번째 리턴매치를 벌인다. 지난 총선까지 전적은 ‘3승 2패’로 우상호 우세.
여론조사로 전망한 중간 판세도 우 후보가 치고 나갔다. 중앙일보가 ‘입소스’에 의뢰해 3월 26∼27일(공개 30일·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까지 만 18세 이상 지역 유권자 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우상호 48.7% vs 이성헌 31.4%’였다.
구로갑 현역인 이인영 민주당 후보는 김재식 통합당, 이호성 정의당 후보 등과 맞붙는다. 이인영 후보는 대중성 약점에도 불구하고 3선 동안 2차례(19대 52.22%, 20대 52.30%)나 과반을 차지했다. 첫 원내 진입이었던 17대 총선에선 44.73%를 기록했다.
인천 계양을에 출마하는 송영길 민주당 후보는 5선 도전에 나선다. 통합당에선 윤형선 후보가 도전장을 냈다. 송 후보는 4선 동안 한 차례(17대 56.24%)만 과반을 기록했다. 20대 총선 땐 43.29%를 기록했다. 일각에서 우상호·이인영보다 지역 구심점이 약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86그룹의 직진은 당 공천 과정에서 재확인됐다. 여당 지역구 253곳 중 86세대는 63%(160명)에 달했다. 친문계인 홍영표(인천 부평을) 윤호중(경기 구리) 전해철(안산 상록갑) 황희(서울 양천갑) 의원과 청와대 참모진 출신인 진성준(강서을) 전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86그룹 3인방과 그 궤를 같이하지는 않지만, 포스트 총선 국면에서 전략적 연대를 형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분기점은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다. 86그룹 내부적으로는 3인방 중 한 명을 추대하기로 의견을 모은 상태라고 한다. 현재 송 후보의 권력의지가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종 후보는 3인방의 생환 여부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친문계 중 86그룹과 교집합을 갖는 이들은 총선 승리 시 ‘문재인 마케팅’을 앞세워 당 주류 깃발을 다시 꽂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총선 패배 땐 이들이 86그룹과 함께 여권 권력구도의 새판 짜기에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찌됐건 여권 미래권력의 주인공은 ‘기승전·총선 결과’에 달렸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