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단 2회 만에 시청률 11%를 돌파해 화제성을 입증해 냈다. 사진=JTBC 제공
격정 멜로는 JTBC 드라마의 대표 장르이기도 하다. 이미 앞서 2018년 ‘미스티’로 19금 격정 멜로의 재미를 맛본 JTBC는 새 금토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내세워 장르 선구자로서 지위를 공고히 했다. 김희애, 박해준의 출연으로 주목받은 ‘부부의 세계’는 단 2회 만에 시청률 11%를 돌파해 지상파를 포함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2015년 영국 BBC에서 방영한 ‘닥터 포스터’를 원작으로 하는 ‘부부의 세계’는 1~6회는 19세 이상 시청가로, 7~16회는 15세 이상 시청가로 시청등급을 분류했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부부의 연이 배신으로 끊어지면서 복수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이야기가 주요 줄거리다.
극중 김희애는 자신이 맡고 있던 환자의 젊은 딸과 남편이 바람난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들은 물론, 이를 방관한 주변인에게까지 복수의 칼날을 가는 ‘완벽했던 여자’로 분한다.
사랑과 배신, 불륜과 이혼은 이제까지 멜로드라마에서 너무나도 흔한 키워드다. 그러나 같은 키워드라도 그 본질을 꿰뚫는 탄탄한 대본과 등장인물들의 보이지 않는 감정선까지 집요하게 훑어내리는 연출, 여기에 배우들의 치열한 열연이 더해지면서 격정 멜로에 목말랐던 대중의 갈증을 채워주고 있다.
특히 ‘부부의 세계’는 김희애의 6년 만의 JTBC 복귀작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앞서 김희애는 ‘밀회’에서 20세의 나이차를 넘어선 사랑이라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남주인공 유아인과 합을 맞춰 완벽한 연기를 보여준 바 있다. 이번 ‘부부의 세계’ 역시 검증된 김희애의 연기와 더불어 전 회차의 절반에 ‘19금’을 붙인 제작진의 과감함이 맞물려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혐관’의 참맛 ‘하이에나’
격정보다는 코믹에 가까울 수 있지만 SBS 금토 드라마 ‘하이에나’ 역시 또 다른 색깔의 ‘어른의 연애’로 사랑을 받고 있다. 제작진이 남녀 주인공의 관계성을 두고 ‘개싸움’이란 수식어를 붙인 것도 이 작품의 독특한 점이면서, 대중이 환호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 차례 배신을 겪고도 사랑을 잊지 못하는 남자 주인공 윤희재(주지훈 분)와 그를 손바닥 위에서 쥐락펴락하는 정금자(김혜수 분)의 매회 이어지는 티격태격 말다툼, 그럼에도 적절하게 주어지는 섹슈얼한 긴장감이 ‘하이에나’의 시청률과 화제성을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SBS 금토드라마 ‘하이에나’는 김혜수-주지훈이 펼쳐낸 ‘어른의 연애’로 여성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사진=SBS 제공
그런 정금자의 캐릭터에, 그에게 몇 번이나 배신당하고 이를 유치한 방식으로 앙갚음하려 하다가도 다시 사랑을 갈구하는 윤희재가 뒷받침되면서 이제까지 드라마판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혐관’의 참맛을 보여준다는 평을 받았다.
‘혐관’이란 혐오관계의 줄임말로 작품 속에서 애증에 가까운 남녀관계를 뜻하는 신조어다. 단순히 로맨스 하나로만 정리되는 관계가 아니라 배신과 후회, 증오와 애정, 욕정 등이 질척하게 섞인 ‘어른의 연애’를 뜻하기도 한다. 20~30대 여성 이용자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하이에나’는 ‘혐관 맛집’이라고 불릴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10대부터 20대 초중반까지를 노린 ‘가벼운 로맨스’가 웹드라마로 대거 옮겨지면서, 지상파나 케이블 등 여전히 TV 방영을 고수하고 있는 채널들은 이 같은 ‘어른의 연애’에 열광하는 대중을 주목하고 있다. 선정성으로 인한 ‘반짝 실검(실시간 검색어) 장악’만을 위함이 아니라 향후 제작될 드라마의 방향 설정에 있어서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게 방송가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한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웹툰이나 웹소설 원작 드라마가 최근 늘어나는 추세인데, 웹소설의 경우도 요즘 중국발 19금 소설이 다수 출판되면서 가볍지 않고 끈적끈적한 격정 멜로에 우리나라 대중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회차의 절반이 19금인 멜로드라마가 화제성 1위를 차지하는 것도 이 같은 관심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실험적으로 선보인 ‘부부의 세계’가 성공한다면 지상파에서도 (제작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