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이배 민생당 의원은 4월 3일 ‘n번방’ 유료회원에게 ‘미성년자 성매수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박은숙 기자
채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실제로 법원 하급심 중에는 직접적인 만남 없이 메신저로 미성년자의 노출 사진을 전송받은 경우 ‘미성년자 성매수’로 처벌한 사례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채 의원에 따르면 2013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피고인이 미성년자인 피해자(당시 13세)에게 노출 사진을 찍어 보내면 돈을 주겠다고 유인해서 사진을 카카오톡으로 전송받은 뒤 그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다른 사진을 더 요구하기까지 했던 사건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대가를 약속하고 피해자의 신체 일부를 노출하게 한 뒤 촬영해 휴대전화로 전송하게 한 것은 현행 아청법상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라며 성매수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고, 이 판결은 같은 해 6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원심대로 확정됐다.
채 의원은 위의 판결에 따라 n번방 가담자 역시 동일한 법리로 ‘미성년자 성매수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성매수죄는 미성년자뿐 아니라 알선자·보호자 등 제 3자에게 대가를 지급하거나 약속한 경우에도 동일하게 성립하기 때문이다.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본인 또는 알선자·보호자 등에게 금품이나 편의 등 대가를 지불하고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신체 노출 행위 등 특정한 성적 행위를 아동·청소년으로 하여금 하게 하는 경우,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로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상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과거 ‘청소년 성매수’는 청소년과의 직접적인 성교·유사성교 행위만을 의미했으나, 2005년 말 법 개정을 통해 그 범위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적 행위, 청소년으로 하여금 성적 행위를 하게 하는 행위 등 다양한 성착취 행위를 포괄할 수 있도록 대폭 확대됐다. 당시 개정안을 제안한 정부는 “지금까지 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의 유형은 삽입행위가 전제된 ‘성교행위’ 또는 ‘유사성교행위’에 국한되어 있어 청소년에 대한 비접촉 성적 착취행위를 규율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고 개정 취지를 밝힌 바 있다. 국회 또한 법률 심사보고서에서 청소년에 대한 각종 변태적 성착취 행위를 규율해야 한다고 개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최소 74명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지난 3월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이송되는 모습. 사진=고성준 기자
n번방 유료회원은 조주빈 등 알선자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아동·청소년에게 비접촉 성착취 행위를 한 것으로 법 개정을 통해 처벌하고자 했던 바로 그 대상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 대응하는 모든 기관이 가담자의 범죄 행위를 단순한 음란물 시청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미성년자 성매수 범죄가 온라인을 무대로 옮겨간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채 의원의 주장이다.
앞서의 2013년의 판결 역시 재판부는 ‘온라인 성매수죄가 성립’된다고 인정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현행 아청법상 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접촉·노출하는 행위에 대해 직접 대면해 접촉하고 노출하는 행위로 한정하면 노출 없는 접촉행위 또는 접촉 없는 노출 행위를 처벌하지 못하는 입법적 공백이 발생한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경찰과 검찰은 n번방 가입자들을 아청법 제11조 제5항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소지죄(1년 이하 징역, 2000만 원 이하 벌금)뿐 아니라 아청법 제13조 아동청소년 성매수죄(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 2000만 원 이상 5000만 원 이하 벌금)로도 기소하고 구형해야 할 것이다.
채 의원은 특히 성매수 관련 양형기준 정비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는 지난 3월 31일 김영란 양형위원장과의 면담에서도 제안한 내용으로, 성매매에 관한 현행 양형기준에는 온라인 성매수라는 신종 범죄수법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형량 기준이나 가중·감경사유 모두 전통적인 성매수 형태를 전제로 하고 있어 온라인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비접촉 성매수 양상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
이에 관해 채 의원은 “온라인 성매수는 이번 n번방 사건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양형위원회가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을 신설하는 김에 이 부분도 범죄의 온라인화를 고려해 정비하고, 새 양형기준과도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살펴봐 달라”고 당부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