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과유불급 대한민국’. 사진=컴북스
도서 ‘과유불급 대한민국’은 몰락하는 정권과 민중의 저항, 새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 촛불정권의 치부, 남북의 적대와 평화,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야만성까지 모두 담았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집단의 과하거나 모자란 행동도 신랄하게 꼬집었다. 저자 전영기는 항상 언론인으로서 당대의 살아있는 권력에 날 선 비판을 가해왔다. 진보도 보수도 인정한 정치부 기자 33년의 취재와 통찰이 이 책이 담겼다. 그를 통해 우리의 갈 길을 모색한다.
침묵하는 49%를 위한 변명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들이 인사청문회에서 말끔히 해결되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논란은 그대로 남고 개운한 맛은 없을 것이다. 힘내라 응원하는 사람들은 적폐청산과 검찰개혁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한다. 사퇴하라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은 재투성이 인물이 무슨 개혁을 하냐는 것이다.
과유불급이다. 불행하게도 지금까지 흠결 없는 인사를 본 적이 없다. 시시비비는 가려야 하고 정당한 비판은 수용해야 한다. 부풀린 의혹과 가짜뉴스가 진실에 앞서도 안 된다. 정치에 중용은 없는 것일까? 이 책은 진영논리를 거부하는 49%의 침묵하는 사람들을 위한 변명이다.
가장 치열했던 우리의 현대사 1321일을 기록하다
2019년 8월 15일부터 2016년 1월 1일까지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니 참으로 파란만장하다. 국정농단과 사상 최대 최장의 촛불시위.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구속. 북한 핵실험 완성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사상 최대 규모의 한미연합훈련.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과 남북미 정상의 사상 첫 3자 회동. ‘사상 첫’이란 접두어는 곳곳에 붙어 다녔다. 1965년 한일협정의 주역이면서 김대중 정부의 탄생 공신이기도 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죽음은 일지에 감히 끼어들지도 못했다. 단군 역사 이래 이런 격동의 시기를 겪은 적이 또 있었나?
중앙일보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지난 3년 8개월의 대한민국을 한 권의 책에 생생하게 그려냈다. 몰락하는 정권과 민중의 저항, 새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 촛불 정권의 치부, 남북의 적대와 평화,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야만성까지 세상의 빛과 어둠을 모두 드러낸다. 특히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집단의 과하거나 모자란 행동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전영기 저자는 “5년 임기의 문재인 정부는 자주적 민족주의와 민중민주주의 신념으로 꽉 차 있다. 대한민국은 지난 70여 년 세월 동안 개방적 세계주의와 자유시민적 민주주의로 성장했다”고 했다. 날카롭고 혹독한 비판이다. 정치 이념이 머리라면 경제체제는 몸통이다. 머리와 몸통의 체질이 다르면 남은 것은 면역체계 충돌에 의한 반신불수이거나 사망이다. 지나치면 모자란 것보다 훨씬 못하다. 손해이고 피로하고 위험하며 남겨둬야 할 기회마저 잃고 남의 원한을 산다. 물은 아래로 흐르고 국민은 편안함과 이익을 따른다. 이를 상선약수, 국태민안이라고 한다. 이렇게 해야 국가의 지속가능성과 국민의 통합성이 높아진다.
‘과유불급’에는 두 가지 해석이 있다. 논어의 해석과 시중의 해석이다. 넘침과 모자람은 적당하지 않다는 점에서 같다는 것은 원문에 입각한 해석이다. 이와 달리 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해석은 생활경험에서 나온 평가다. 십 리를 더 간 것이 덜 간 것보다 손해라는 뜻에서 못하다고 한 것이다. 십 리를 덜 갔다면 십 리만 더 걸으면 목적지에 도착하지만 목적지를 지나쳐 십 리를 더 간 사람은 목적지까지 돌아오기 위해 도합 이십 리를 더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 ‘과유불급’은 시중의 해석, 생활 경험의 지혜를 따른다. 과한 행동은 모자라는 행동보다 나쁘다. 모자라는 행동은 아쉬움을 남기지만 기회도 남긴다. 과한 행동은 마음에 상처를 입혀 기회를 잃을 뿐만 아니라 원한을 만든다.
단편소설 같은 159개의 소제목과 346개의 작은 사진들
마지막으로 이 책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마치 한 편의 단편소설같은 159개의 소제목이다. ‘조국 씨, 이제 흥미 없습니다’ ‘대통령님, 염장 좀 지르지 마세요’ ‘늦은 밤, 김정은 각하에게 보낸 편지’ ‘박근혜 씨, 연극 끝났어요’ 등 정곡을 찌르는 해학과 비유가 일품이다. 또 하나는 사진과 함께 구성한 주요 사건일지다. 엄지손톱만한 346개의 사진 속에 담긴 인물과 현장, 상징들은 그날의 역사를 다시 겪는 것처럼 기억을 되살린다.
물은 아래로 흐르고 국민은 편리와 이익을 따른다
이 책의 제목 過猶不及(과유불급)은 시중의 해석, 국민의 생활 지혜를 따른다. 과한 행동은 모자라는 행동보다 나쁘다. 모자라는 행동은 아쉬움을 남기지만 기회도 남긴다. 과한 행동은 사람 마음에 상처를 입혀 기회를 잃을 뿐만 아니라 원한을 만든다.
문재인 정권이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 때 생긴 묵은 병을 고치겠다는 자세는 좋았다. 그런데 선무당 사람 잡듯 나라의 체제를 바꾸려 할 줄은 몰랐다. 이건 너무 나간 것이다. 물은 아래로 흐르고 국민은 편안함과 이익을 따른다. 이를 상선약수, 국태민안이라고 한다. 정치는 이렇게 해야 국가의 지속가능성과 국민의 통합성이 높아진다.
5년 임기의 문재인 정부는 자주적 민족주의와 민중민주주의 신념으로 꽉 차있다. 대한민국은 지난 70여 년 세월 동안 개방적 세계주의와 자유시민적 민주주의로 성장했다. 정치 이념이 머리라면 경제체제는 몸통이다. 머리와 몸통의 체질이 다르면 남은 것은 면역체계 충돌에 의한 반신불수이거나 사망이다.
지나치면 모자란 것보다 훨씬 못하고, 손해이고 피로하고 위험하며 남겨둬야 할 기회마저 잃고 남의 원한을 산다. 우리 국민은 냉정하고 실리를 좋아한다. 그러다 때가 되면 야수가 되곤 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를 보라.
지은이 전영기는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다. 첫 직장 중앙일보에서 33년간 재직하고 있다. 정치부장·편집국장을 지내면서 권력의 민낯을 엿보았고 JTBC 저녁 뉴스 앵커를 하면서 대중의 위대함과 위험함을 느꼈다. 중앙SUNDAY 편집국장 땐 새로운 매체를 만들어가는 재미에 흠뻑 빠졌는데 “미디어는 메시지다. 사실은 신성하며 어떤 형태의 언론이든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는다. 논설위원 시절 사설 회의는 계급장 떼고 벌이는 전쟁이었다. 당일의 진실은 거기서 결정되었고 진실을 입증하기 위해 위원들은 팩트와 관점과 레토릭을 동원했다. 지금의 칼럼니스트라는 직책은 일종의 시니어 논설위원에게 주는 칭호다. 칼럼니스트로서 매주 칼럼을 4년째 쓰고 있다. 그 자리에 올라서면 콜로세움의 대중 앞에 사자와 맞선 검투사 냄새가 난다. 환호나 비난에 휩싸여 흔들리면 죽는다. 오직 사자의 눈과 움직임에만 집중해야 한다. 권력은 사자 보다 훨씬 무서운 괴물이니까.
그동안 다섯 번의 대통령 선거, 일곱 번의 총선을 현장에서 취재하거나 지휘했다. 1999년 7월,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총리 사이의 “워커힐 극비회동-신당 창당 합의”기사를 특종했다. 비밀합의는 기사를 통해 공개되면서 여론의 역풍을 맞아 결국 창당 무산으로 이어졌다. 기자는 권력의 은폐 본능과 끊임없이 싸우는 존재임을 알게 되었다. 동료들과 ‘김종필 증언록-소이부답’을 장기 연재하고 2016년 책으로 펴냈다. 단독 저서로는 ‘성공한 권력’(2000년), ‘2007 대선 승자는 누구인가’(2006년)가 있다. 서울 우신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성균관대 언론학 박사학위 논문을 쓰고 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