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아무도 모른다’의 이정흠 감독이 ‘이 시국 드라마’라는 의견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사진=SBS 제공
‘아무도 모른다’는 아이와 어른을 핵심키워드로 내세우며 ‘좋은 어른’에 대한 사회적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다. 여기에 일견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성흔 연쇄살인과 소년의 추락을 그물처럼 엮어내 긴장감과 추리하는 재미까지 선사한다. 물론 짜임새 있는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도 호평 일색이다.
‘아무도 모른다’가 건네고 있는 사회적 메시지 가운데 특히 대중들의 주목을 모은 것이 ‘종교 이야기’다. 극중에서 등장하는 신생명교회는 이를 중심으로 신성재단, 밀레니엄호텔, 한생명재단 등 여러 단체가 얽히고설켜 있다. 더욱이 비밀을 품은 채 추락한 소년 고은호(안지호 분)가 다니는 신성중학교는 신성재단의 소유이다. 고은호의 담임인 이선우(류덕환 분)는 신성재단의 실질적 후계자이며, 고은호가 추락한 밀레니엄 호텔의 소유주이자 한생명재단 이사장 백상호(박훈 분) 역시 신생명 교회에서 길러졌다.
이외에도 성흔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 서상원(강신일 분), 성흔 연쇄살인의 피해자 임희정(백현주 분), 고은호가 목숨을 구해준 의문투성이 인물 장기호(권해효 분) 등도 모두 신생명 교회와 연관이 있는 인물들이다. 주인공 차영진(김서형 분)이 성흔 연쇄살인, 고은호의 추락 두 사건을 파고들수록 신생명교회와의 연관성이 등장한다. 신생명 교회와 신성재단의 비리 등도 미묘하게 사건들과 얽혀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일부 종교, 학교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정흠 감독은 “이 드라마는 종교와 학교를 본격적으로 비판하는 드라마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종교나 학교는 소외되고 방치된 아이들을 보듬어야 하는 책무가 있는 집단이다”라며 “그들을 보호하고 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길잡이가 되어야 할 텐데 요즘 ‘나쁜’ 혹은 ‘제 기능을 못하는’ 종교와 학교가 많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극중에서는 제 역할을 못하는 어른들에 대한 은유로 교회와 학교를 활용하고 있다. ‘아무도 모른다’ 같은 드라마를 만드는 입장에서 가장 바라는 것은 이런 내용이 ‘이 시국 드라마’라는 평을 받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오는 게 아닐까”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아무도 모른다’는 매주 월, 화 밤 9시 40분 방송된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