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해외에서 입국한 자가격리 의무자가 숙박 공유 시설인 에어비앤비를 쓸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침을 최근 만들었다고 밝혔다. 격리 시설 부족에 따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결정이다. 사진=에어비앤비 홈페이지 캡처
중대본 관계자는 지난 7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격리 시설이 부족해 해외에서 입국한 자가격리자의 가족들까지 생활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원칙은 자가격리자가 일반 숙박 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 최근 원룸 같은 독채를 사용하는 것에 한해 자가격리자가 에어비앤비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방침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유학생 등 해외 입국자의 자가격리가 의무화된 이후 상당수의 자가격리자는 에어비앤비를 이용해왔다고 전해진다. 정부나 지자체가 마련한 자가격리 시설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엄격한 통제에서 그나마 자유롭기 때문이다. 해외 입국자 2주 자가격리 의무화가 시행된 4월 1일 이후 영국에서 입국한 20대 A 씨는 “사실 내 주변에도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면 안 된다고 알면서도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며 “정부나 지자체에서 마련한 격리 시설은 통제도 심하고 하루에 10만 원이라 2주 140만 원이 부담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확진자로 판명될 경우 아는 지인 집을 빌려서 머무르는 것으로 말해야 한다. 형사적인 문제가 개입될 수 있으니 거래 관계가 없었다고 하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사진=카카오톡 대화 캡처
일요신문은 4월 6일부터 이틀 동안 에어비앤비 호스트(방을 빌려주는 사람) 20명에게 해외 입국 자가격리자라고 밝히고 방을 빌려봤다. 20명 가운데 4명은 방을 빌려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거절한 호스트는 대부분 자가격리 지침 위반을 거절 사유로 들었다.
방을 빌려주겠다는 호스트는 대신 은밀한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명동에 방을 두고 있는 한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자가격리자 숙박을 문의하자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유도한 뒤 “에어비앤비로 예약이 불가능하고 직접 해야 할 것 같다”며 “확진자로 판명될 시 지인 집을 빌려서 머무르는 것으로 말해야 한다. 형사적인 문제가 개입될 수 있으니 거래 관계가 없었다고 하라”고 설명했다. 자가격리자에게 방을 빌려주면 안 된다고 인식하면서도 거래를 시도하려고 한 셈이다.
중대본이 에어비앤비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이제 은밀한 거래를 할 필요는 사라졌다. 여전히 문제는 있다. 다인 숙박 시설의 경우 자가격리자를 받아선 안 되지만, 방을 내주겠다는 호스트도 있었다. 이때 감염 확산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고, 방역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할 길도 없다.
서울 강남의 한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흔쾌히 방을 빌려주겠다며 “(방역은) 하지 않는다. 특별한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코로나에 대해 장담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며 “집 전체에 방이 총 3개다. 혼자서 집 전체를 쓰는 건 아니다. 다른 게스트가 들어올 수 있지만 현재 손님이 거의 없어 혼자 있을 확률이 높다”고 했다.
또 다른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방역은) 하지 않는다. 집 전체에 방이 총 3개다. 혼자서 집 전체를 쓰는 건 아니다. 다른 게스트가 들어올 수 있지만 현재 손님이 거의 없어 혼자 있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사진=에어비앤비 대화 캡처
위 경우를 적발하긴 쉽지 않다. 앞서의 중대본 관계자는 “중대본 요원이 자가격리자 주거지를 최소 1회는 꼭 방문하긴 하지만 에어비앤비 특성상 주거 형태가 일반 가정집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족이 아닌 투숙객이라고 의심하긴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만약 이 경우에 마련된 호스트 처벌 지침은 없지만 상식선에서 지침을 만들어 처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자가격리자가 지침을 위반하면 개정된 감염병예방법에 의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 정부나 지자체가 자가격리 위반자에게 방역에 든 비용 등을 청구할 수도 있다.
4월 6일 오후 6시 기준 자가격리자는 4만 6566명이다. 이 가운데 3만 6424명은 해외에서 들어온 사람들이다. 정부나 각 지자체는 호텔 등과 협의해 전용 격리 시설을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자가격리 지침을 어겨 사법 처리 절차가 진행 중인 사람은 75명이다. 이 가운데 6명은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전해진다. 정부는 자가격리자에게 스마트 팔찌를 착용하게 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홍콩은 이미 격리자에게 스마트 팔찌를 착용하도록 하고, 대만은 격리자에게 이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에어비앤비 관계자 “방역이 이뤄지지 않고 다른 사람과 함께 이용하는 시설에 숙박을 받는 건 잘못된 게 맞는 것 같다”면서도 “사실 호스트를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 어떻게 보면 지금 몇몇 호텔 등이 자가 격리 전용 숙박 시설로 운영하는 것처럼 호스트들도 확진 판정이 나오면 폐쇄 위험을 감수하고 방을 내주는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가격리자가 스스로 밝히기 전엔 호스트가 확인하긴 어렵다. 게스트가 스스로 자제를 해주길 부탁드린다”며 “현재 호스트들이 너무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상황이다. 호스트들에게 어떤 지침을 전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